김태현 위원장.
[뉴스데일리]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01년 초저출산 수준인 1.3으로 낮아진 후 15년간 지속되고 있다. 현재 출산율이 낮아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문제지만 앞으로 출산율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 더 큰 문제다.

정부에서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제1·2차 5개년 계획을 수행했으며 올해부터 제3차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2016년 출생아수는 역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산율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은 ‘출산을 빨리 하느냐 또는 늦게 하느냐’의 결과인 시간의 효과(tempo effects)와 ‘몇 명의 자녀를 출산하느냐’라는 양의 효과(quantum effects)로 결정된다.

우리나라의 출산은 대부분 혼내(婚內) 출산이므로 시간의 효과는 언제 결혼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1990년에는 여성의 결혼연령이 24.9세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30.0세로 높아졌다(통계청, 2016b). 또 결혼 후에도 첫 아이의 출산을 늦추거나 둘째를 늦동이로 낳는 경향이 있으므로 출산지연에 따른 시간의 효과는 클 수 밖에 없다.

한편, 혼내 출산이 중심인 우리나라에서 만혼과 비혼이 증가하면 자연히 혼인율이 떨어지고 출생아수가 감소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스트레스 증가와 환경요인으로 난임부부가 증가하는 것도 출산율을 낮춘 요인이 되었다.

우리나라 여성의 이상자녀수는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2.3~2.5명 선에서 약간씩 변동했으나 실제 출산아수는 기혼여성의 경우 평균 1.4명에 불과하다. 그 차이가 무려 1.0명이나 되므로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이상자녀수 만큼의 자녀를 갖겠다는 태도형성이 필요하다.

출산율 회복을 위해서는 먼저 시간의 효과인 결혼을 앞당기고 출산 터울을 줄여야 한다. 그러자면 결혼에 대한 인식과 가치의 변화가 필요하다. 결혼은 본인이 결정해야 하므로 정부와 사회는 개인이 결혼을 쉽게 결정할 수 있도록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지원, 청년층의 일자리 마련 등과 같은 정책을 펴고 있다.

다음은 기혼여성들이 한 명의 자녀라도 더 낳게 하기 위해서 출산·양육은 물론 자녀를 마음놓고 맡길 수 있고 교육, 특히 사교육비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출산과 양육을 위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여기에 개인이 부모가 되는 것을 선택하는 친가족가치의 증진을 위한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이와 같이 결혼과 부모됨을 위해 사회제도의 개선과 재정지원의 강화로 국가 책임을 증대하고 개인의 인식과 태도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 국민 홍보와 교육은 물론, 전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국민운동이 필요하다.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개선과 재정지원을 출산율 회복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한다면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결혼과 부모됨을 선택하도록 하는 교육과 홍보 및 국민운동을 출산율 회복을 위한 ‘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제3차 기본계획의 결혼·출산지원대책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2020년 목표 합계출산율을 1.5로 구체화했다. 제1차 기본계획의 추진목표는 ‘출산·양육에 유리한 환경조성’이었으며 제2차 기본계획의 정책목표는 ‘점진적 출산율 회복’으로 막연한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제3차 기본계획에서는 저출산 현상의 인구학적 원인을 계량화하고 정책들을 통해 저출산 원인들을 완화할 수 있는 효과 등을 고려, 합계출산율을 2014년 1.21명에서 2020년까지 1.5명, 그리고 2045년까지 인구의 대체출산수준(2.1명)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둘째, 과거 출산과 양육 중심의 대책에 결혼을 주요대상으로 포함했다. 과거 저출산 대책에서는 정책과제를 출산과 양육에 초점을 맞췄으나 제3차 저출산 대책에서는 출산시기를 결정하는 결혼을 주요대상에 포함해 조기 결혼을 장려하고 하루라도 더 일찍 출산하도록 하는 환경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셋째, 친가족가치 증진을 위한 대국민 홍보와 교육을 주요과제로 채택했다. 출산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이므로 자신이 결혼하고, 부모됨이 행복하다는 확신이 있을 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게 된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가 제도개선과 재정지원으로 가능하지만 결혼과 출산의 선택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행복은 다양하다. 삶의 변화에 따라 변화한다. 행복은 노력의 결과이지 저절로 오지 않는다. 결혼과 부모됨은 개인의 원천적인 행복을 주는 기회이다. 이 행복을 극대화 하는 길은 남녀가 함께 만드는 행복에 대한 인식과 노력이다. 그 사례를 찾아보았다.

첫째, 결혼은 새로운 행복을 위한 선택이다. 결혼 전의 행복과 결혼 후의 행복은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은 결혼 전에 누렸던 행복이 이어가거나 더 커지지 않으면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하고 새로운 행복을 얻기 위한 노력을 처음부터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결혼은 개인에게 새로운 행복의 기회를 주는 사건이다. 결혼 전에 자신만의 행복을 찾았다면 결혼 후에는 공동의 행복이라는 또 다른 새로운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 전에 개인이 누렸던 행복을 결혼을 함으로써 부부 공동의 더 큰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새로운 행복한 삶을 선택할 수 있을 때 개인의 삶의 질은 높아지고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약속받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은 개인의 인식변화와 함께 한다. 정부에서 마련한 기본계획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개선과 경제적인 지원이다. 과거 저소득층 중심의 지원에서 중산층까지 확대해 인구정책의 보편적 접근에 한발 다가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이 일반적으로 아내의 약 2/3 정도를 유지하지만 우리는 통계청(2014)의 시간조사결과에 의하면 맞벌이 가족의 경우 남편의 가사노동 참여시간(47분)은 아내(3시간 28분)의 1/5수준에 불과하다. 남편들이 가사에 참여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사에 투입하는 시간이 여전히 극히 낮은 것은 사고의 전환이 없기 때문이다.

잉태를 함께 했으면 임신 중의 부담을 분담해야 하고 함께 출산(진통과 부모됨)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양육을 함께 하는 가치가 형성될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법적제도가 마련됐으나 정착하자면 아직 멀었다.

중소기업의 경우 더욱 어렵다. 대체인력지원이나 세금혜택 등 제도와 재정지원과 함께 경영층은 물론 동료의 인식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출산휴가 가는 동료를 위해 안전출산 기원과 부모됨을 축하하는 작은 파티가 당연한 사회가 될 때 일-가정 양립의 길이 열릴 것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수행하는 데는 적기가 있다. 2000년부터 약 20여 년간 낮은 부양부담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이 미래의 부양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회이다. 만약 가장 부양부담이 적은 지금 이 시기에 세대 간의 갈등이나 이견으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실천하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의 사회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극복을 위한 어려움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결혼의 걸림돌인 청년취업을 늘리고, 주거부담을 줄여주고, 작은 결혼문화의 정착을 위해 정부와 사회가 노력한다면 결혼을 당기면서 결혼건수를 늘리고 조기출산과 출생아수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지원은 늘어나는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새로운 행복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태도가 형성돼야 한다.

그 길은 대국민 교육과 홍보이고 새로운 문화형성을 위한 국민운동의 몫이다. ‘필요조건’인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늘림과 함께 개인이 자신의 새로운 행복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가치와 태도의 변화가 함께 할 때(충분조건) 가시적인 출산율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필자:김태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결혼출산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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