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규창 연구위원
[뉴스데일리]올해 3월 3일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4일 시행됐다. 북한인권법의 제정과 시행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째, 북한인권법 시행의 가장 큰 의미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처해 있는 인권 상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참혹하다. 북한인권법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제정됐다.

둘째,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유엔 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인권 결의를 채택하고,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임명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은 2004년에, 일본은 2006년에 각각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2013년 설립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국제사회에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전환점이 됐다. 2015년에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대응을 위해 유엔인권기구 서울사무소가 설치됐다. 북한인권 문제는 한반도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는 문제다.

셋째, 북한인권정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북한인권재단과 통일부 내의 북한인권기록센터, 법무부 내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했다. 민간의 참여를 위해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북한인권 문제의 국제적 협력을 위해서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북한인권증진기본계획 및 집행계획을 수립하여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체계적·장기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넷째, 통일 준비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014년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 발표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인권 가해자에 대한 형사책임(accountability) 규명 방안을 논의 중이다.

통일 과정 또는 통일 이후 북한인권 가해자에 대한 처벌 문제뿐만 아니라 인권침해로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에 대한 구제, 사면을 통한 남북한 주민 간의 진실화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문제들에 대한 준비를 위해서는 기초 작업으로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침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록해 보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과 함께 북한 당국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 주민의 인권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을 억누르고 있는 북한 체제가 변화돼야 한다. 북한은 우리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려고 할 때마다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북한인권법이 북한 체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제 막 태어난 북한인권법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성장해 장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국민이 다음과 같은 과제의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첫째, 북한인권법에 규정돼 있는 각종 기구 및 제도적 장치들이 지난 11년 동안의 북한인권법 제정 과정에서 있었던 자유권과 사회권, 북한인권 개선과 인도적 지원에 대한 논란을 반영해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북한인권법의 적용 대상에 해외 탈북자와 해외 파견 근로자가 포함되는지의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또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변화를 위해 필요한 외부 정보 및 문화 유입과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은 북한인권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이 같은 내용을 비롯해 북한인권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사항들은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북한인권법은 남북인권대화를 추진할 것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남북인권대화의 실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의제를 가지고 어떤 방식에 따라 남북인권대화를 추진할 것인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

넷째,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인권 개선 정책과 남북관계 발전을 병행할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의 마련이 필요하다. 구 서독은 대 동독관계에 있어 한편으로는 접근을 통한 변화, 즉 교류협력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기록보존소 설치, 정치범석방거래(프라이카우프)와 같은 인권정책을 병행했다.

필자: 이규창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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