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원 전 석유광사 사장.
[뉴스데일리]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는 26일 해외 부실 정유사를 인수해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로 기소된 강 전 사장에 대해 "임무위배 행위와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 전 사장이 인수한 뒤 발생한 캐나다 자원개발업체의 영업손실은 인수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손실은 서부텍사스중질유와 두바이유 사이의 가격역전 현상 탓에 발생했는데 인수 당시 이를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강 전 사장이 시장 적정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해당 회사를 인수했다는 부분도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기업 인수는 일반적 주식 매입과 달리 인수자가 대상 회사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인수 당시 석유공사가 지급한 금액은 유사 규모의 기업 인수 사례에서의 경영권 프리미엄과 비교할 때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캐나다의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그 정유부문 계열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장 적정가격인 주당 7.31 캐나다달러보다 높은 주당 10 캐나다달러를 지불하도록 지시해 석유공사에 총 55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석유공사는 당시 하베스트를 인수하기 위해 1조3700억원 상당을 투자했으나 매년 적자가 누적되자 2014년 8월 329억원에 매각해 1조3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인수 등의) 판단 과정에서 과오가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배임에 해당할 만큼은 아니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석유공사 차원의 문제인 만큼 강 전 사장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인수 당시 하베스트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장래 손실 가능성을 보이지 않았고, 손실은 인수 이후 발생한 것"이라며 "강 전 사장이 인수를 결정한 것이 임무 위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1심 판결 이후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례적으로 법원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지검장은 "회사에 5500억원대 손해를 입히고 1조3000억원대 국고 손실을 초래했는데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 판단을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하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사건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해외 자원외교사업 비리와 관련한 법원의 사실상 첫 판단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관련, 2010년 경남기업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지분을 고가에 매수하고 양양철광산에 부실 투자를 한 혐의를 받는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66)이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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