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결승에서 한국 펜싱 대표팀의 박상영선수가 제자 임레(헝가리)를 꺾고 금메달을 따낸 뒤 환호하고 있다. 이날 박상영 선수의 ‘할수 있다’ 혼잣말 다짐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심어줬다.
[뉴스데일리]대한민국은 ‘10-10’ 목표를 가지고 출전 했고, 기대했던 몇몇 종목의 안타까움에도 9개의 금메달로 당당히 세계 8위에 올랐다.

지구 반대편에서 12시간 시차로 낮밤이 바뀐데다 연일 폭염과 열대야의 여름을 보내며 여느 올림픽 보다는 대중적 열기가 덜 했으니 성과는 오히려 만족스럽다.

하지만 아마츄어리즘을 강조하는 올림픽 정신을 생각하면 ‘성적’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스포츠를 통해 얻는 감동은 기록이라는 정량적인 데이터 보다 기억과 추억으로 아로새겨지는 정성적인 것이기에.

결의에 찬 자기주문, 지구반대편 대한민국은 감동

이번 올림픽이 열린 8월 5일부터 8월 22일 사이에는 우리 민족사에 중요한 기념일인 71주년 8·15 광복절이 있었다.

해마다 역사를 기념하는 이 날에는 대통령의 경축사를 통해 공동체를 향한, 공동체를 위한 메시지가 나오는데 올해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라면 바로 ‘할 수 있다’였다.

올해 광복절 메시지, ‘할 수 있다’ 에는 인상적인 사례가 존재한다.

바로 닷새전 8월 10일,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에서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가 살아있는 신화가 된 것.

펜싱은 필자가 매우 관심있게 보는 스포츠 종목이기도 한데 국내에 펜싱을 접한 인구가 매우 희소한, 비인기 비대중적 종목이면서 단기에 발군의 성과를 이룬 종목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중학교 시절, 특이하게 학교에 펜싱부가 있었다.

호기심에 부원으로 들어가 펜싱이 지니고 있는 기사도와 투지, 찰라에 승부가 갈리는 순발력과 속도감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청소년기가 있었다.

이 스포츠를 잠시 맛봤던 국내 몇 안 되는 펜싱인(?)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했던 바는 나의 세대에 펜싱이라는 종목에서 우리나라가 우승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자괴감이었다.

그런 종목은 몇 더 있었는데 피겨스케이팅, 수영, 리듬체조가 그것이었고, 스포츠 종목은 아니지만 매우 서구적이고, 유럽적인 예술인 발레 같은 무용이 그렇게 느껴졌다.

그런데 필자가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오고,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자 꾸역꾸역 살아오다 보니 놀라운 기적을 연이어 목격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 선수가 한국 최초로 펜싱 플로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 선수가 남자수영 400미터에서 1위를 하더니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는 당당히 피겨 퀸에 등극하면서 필자가 젊은 시절 지니고 살았던 ‘안 되는 종목’의 자기낙인을 마구 봉인해제 시켜 버렸다!

그뿐인가 발레리나 강수지는 유럽에서 프리마돈나로 활약하며 문화예술의 한계를 깨버리고 있었다. 이렇게 21세기 우리에게는 한계도 금기도 없는, ‘할 수 있는’ 세계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해낼 수 있는 힘은 땀방울이 모여 만들어 지는 것

그런데 더 중요한 점은 해냈다는 결과 보다도 어떻게 이루었는가 하는 과정에 있다.

근대 유럽에서 ‘결투경기’라고 불리는 에페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된 박상영 선수로 돌아와 보자.

젊은 나이지만 십자인대 파열의 부상을 겪고 운동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상황에서 희박한 가능성의 꼬리표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했다.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을 향해 올라갔지만 마지막 경기인 결승전 3회전에서 10:14의 스코어에 몰렸다. 매치 포인트. 한 번만 찔리면, 한 점만 내주면 패배하는 순간, 은메달도 잘 했다고 할 상황이었고,

그 누구도 박상영 선수를 비난하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 그는 그 순간 주문을 건다.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연속 다섯 점을 따내는 믿기 힘든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가장 극적인, ‘박상영 정신’이라고 부를 법도 한 이런 기적은 다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남자 중거리 육상 15000미터 경기, 소말리아 출신의 영국 대표 모 파라 선수는 22바퀴를 도는 경기 6바퀴째 그만 넘어지고 만다. 장거리 마라톤도 아니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그는 일어나서 다시 달린다. 그리고 피니시 라인을 첫 번째로 통과, 우승이었다.

이런 사례가 우리나라 노선수에게 경기장 밖에서도 또 있었다. IOC 선수위원에 도전한 탁구영웅 유승민. 국내에서는 최종후보가 되었지만 사실상 전세계 선수들이 투표로 선출하는 자리인지라 필자도 인지도 등 여러 면에서 가능성은 희박 하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선수촌을 아침부터 밤까지 발로 돌더니 투표순위 2위라는 놀라운 결과로 당당히 선출됐다. 그는 수많은 선수들을 만나 이 한마디만 던졌다고 한다. 너희들의 권리를 위해 노력할게.

기적은 어디에나 있다. 다만 기적은 준비된 자에게만 나타난다. 그 준비는 자기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훈련과 노력, 실력을 닦는 인고의 시간을 보낸 물리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 정신의 영역에 있다. 그것은 어쩌면 절박함, 꼭 성취하고 싶다는 강한 열정, 열망의 표현인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자기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적이 있다

이제 리우 올림픽의 성화는 꺼졌다.

생각해보자. 높아져 가는 테러의 공포, 정치경제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류는 왜 4년마다 이렇게 번거로운 스포츠의 제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올림픽 성화가 꺼져도 이제 일상, 인생의 경주 속에서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지니고 다시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 삶을 고양시키기 위한 저마다의 삶의 경기에 동기부여 하기 위한 공동체 문화에 다름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할 수 있다’에 더해서 ‘모두 함께’라는 우리사회의 연결성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의 아쉬움을 다음 번에는 극복하기 위한 자기점검도 필요하다. 박태환 시대의 다음은 누가 이어야 할까?

여자 배구 김연경의 포효와 우생순 여자 핸드볼의 악착같은 투지를 어떻게 되살리고 계승할까?

축구의 아쉬움, 손흥민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 나가고 미소로, 웃음으로 바꿔낼까?

그 교훈을 박세리 감독, 박인비 우승의 여자 골프에서 찾아낼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한 개인의 도전을 넘어서 공동체 문화의 계승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청소년들이여! 부정적인 환경이라 자학하지 말고 ‘할 수 있다’고 외쳐보자

IMF라는 국난 극복의 아이콘이었던 박세리가 이제 감독이 되어 엄마 리더십으로 그 키즈들을 세계 정상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우리 스포츠 문화의 도전은 이제 2018 평창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다시 일상에서 ‘할 수 있다’ 를 실현 해야겠다. 우리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부정적인 조건과 환경 속에서 자기비하 하고 좌절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겠다.

자신이 원하는 그 무엇이 될 수 있다고, 너는 뛸 수 있다고, 그러면 날 수도 있다고, 함께 시도하는 법을 나누자.

당신이 불경기 속에 힘겨운 소상공인이라면, 비즈니스 현장에 있다면 벌 수 있다고, 성취해내고 입증 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다고, 그런 자격을 우리는 갖고 있다고,

이런 정체성과 자긍심에서 다시 삶의 성화를 불태워 보자. 이미 보았고, 해 왔듯이 이번에도, 앞으로도 할 수 있다.

필자: 최영일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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