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연구위원.
[뉴스데일리]결혼의 계절 5월이다. 두 사람의 출발을 축복해달라는 청첩장, 하객으로 북적이는 결혼식장, 결혼식이 한창 진행 중인데 식사하고 돌아가는 하객, 신랑신부의 프로필을 나열하는 주례사 등 익숙한 결혼식장 풍경이다.

결혼 당일 1~2시간의 식을 준비하기 위해 신랑신부와 부모들은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2015년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결과 응답자의 다수가 현재의 결혼문화에 문제가 있다는데 동의했다. 특히 형편에 맞지 않는 과다한 혼수나 남만큼 성대하게 치러야 한다는 의식 등을 문제로 꼽았다.

‘작은 결혼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90% 이상이 공감했다. 응답자들은 예물·예단을 간소화하는 등 예식에 드는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결혼의 의미를 살리는 당사자 중심의 결혼식으로 ‘작은 결혼식’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지금과 같은 결혼·결혼식문화가 달라져야 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곧바로 행동으로, 실천으로 이어질까? 결혼당사자와 혼주 1200명을 대상으로 한 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결과 경제적 비용의 부담을 느끼면서도 ‘남들만큼, 초라하지 않게’ 결혼하고 싶은 심리가 두드려지게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예단·예물은 남들만큼 해야 하며 가까운 친척, 친구만 참석하는 결혼식은 초라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일생의 단 한 번인 이벤트이자 가족 간 결합이라는 상징이 있는 한국의 결혼문화에서 관례적 행위를 생략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선택인 듯 보인다. 그만큼 개인의 행동을 바꾸고 문화를 변화시키는 일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고비용 결혼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작은 결혼식’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작은 결혼식을 알리는 캠페인을 실시하고 결혼준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공공시설을 작은 결혼식을 위한 예식장으로 개방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청와대 사랑채 결혼식, 서울시의 시민청 결혼식 등은 공공시설 개방의 좋은 예로 알려져 있다. 올해 4월 작은 결혼식 웨딩플래너 양성 등 새로운 대책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유효한 지원일 것이다. 기존의 행동양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화가 담고 있는 가치를 당사자들이 체감하고 동참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작은 결혼식’이 기존과는 다른 결혼식이라는 인식은 있지만 막상 내가 선택하려고 할 때 ’작은 결혼식이 뭐지?; ‘하객이 적은 결혼식인가?’. ‘결혼비용을 최소화하는 결혼식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이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인가?’ 등의 의문이 들 수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작은 결혼식은 이런 결혼식입니다’라고 말해 봐야 소용없다. 결혼의 의미를 살리고 당사자 중심으로 치르는 결혼식을 ‘작은 결혼식’의 핵심 요소로 한다면, ‘작은 결혼식’은 결국 결혼당사자 스스로 정의하는 100인 100색의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

식사 없는 ‘에코 결혼식’, 주례 없는 결혼식, 하객규모와 비용을 최소화하는 ‘소박한 결혼식’, 평등한 관계를 만드는 ‘성평등 결혼식’ 등 ‘작은 결혼식’의 형태는 무궁무진해 질 것이다. 기존의 결혼문화의 변화에 공감한다면 나만의 고유한 ‘작은 결혼식’을 준비해보기 권한다.

필자: 김소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