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식 문화홍보관
[뉴스데일리] “돈 쓰는 것도 어려운데, 돈을 버는 분들은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어공’(직업공무원 아닌 ‘어쩌다 공무원’의 준말)인 필자는 최근 3년 반 동안 주이란한국대사관에서 문화홍보관으로 일했다. 우리 정부(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 예산으로 우리 문화를 통해 이란인의 마음을 얻고자 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현지에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우리 기업들은 현지에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돈 쓰는 게 주업무’인 사람은 ‘갑 중의 갑’이어야 마땅한데, 영 ‘을’의 입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갑을관계의 역전은 주로 시간에 대한 관념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한국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나라이다. 이란은 아주 느린 나라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바쁘고 서두르는 쪽이 급할 게 없는 여유로운 사람을 당해내기 힘든 탓이었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는 사람이 서두를 일은 3가지밖에 없다고 했다. “좋은 일 하기, 자식이 간음하기 전에 결혼시키기, 죽은 사람을 장례 치르기.”

빨리빨리 하자고 그러면 이란인은 “서두르는 것은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말한다. 따지면서 목소리를 높이면 “화를 내는 건 사탄을 부르는 행위”라며 우리를 위로한다. 우리가 이란인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그들 역시 우리를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이란은 또한 ‘인샬라’(신의 뜻대로)의 나라이다. 시간을 주재하는 유일한 존재인 신 앞에서의 겸손을 드러내는 말이다. “내일 하겠다고 말하지 말라. 단지 ‘신의 뜻’이라고 하라.”(『코란』 18장 23~24절) 이란인에게 확답이나 ‘칼 같은 약속’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조건에서 협상하고 공사를 따내며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비즈니스맨들을 만나면 문득문득 존경스러워지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국빈 방문(5월 1~4일)한다. 236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는데, 지난해 방미 때의 166명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란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우리 국민의 높은 기대 수준을 드러낸 셈이다.

실제 이란은 신에게 복을 많이 받은 나라 같다. 천연가스와 원유의 매장량이 각각 세계 1위와 4위이다. 카스피해 연안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다.

이번 순방은 주요 국가들보다는 한발 늦었다. 하지만 ‘대장금’을 비롯한 드라마 한류가 다져놓은 우호적인 분위기 덕분에 훌륭한 성과를 예감케 한다. 이란인에게 한국은 ‘스마트 파워’가 센 매력국가이다. 우리의 문화(소프트 파워)와 경제력(하드 파워)이 행복한 상승작용을 일으켜 이란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은 매우 친근한 나라인 것이다.

특히 비(非)무슬림 여성 정상으로서는 첫 이란 방문이라고 한다. 루사리(이란식 히잡)를 쓰고 한복을 입은 모습이 연출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이란인은 그 장면을 이번 순방의 ‘포토제닉’으로 기대할 것이다.

동행하는 기업인들에게 노파심에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이성간에는 악수를 포함한 어떠한 신체접촉도 피해야 한다. 2013년 당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절친’이던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장례식에서 차베스 모친에게 손을 잡힌 채 위로했다가 정치적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그리고 이란은 성직자들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신정국가이다. 대통령도 성직자이다. 이란 이슬람 이전의 페르시아 제국에 대한 과도한 찬사는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통일신라 시절에 두 나라는 실크로드를 통해 문물을 주고 받았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한국무역의 황태자` 장보고가 재탄생해서 21세기 버전의 실크로드를 개척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두 문명(문화)간의 깊은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와 존중은 양국 발전을 넘어 인류 모두에게 기여하는 가장 위대한 투자가 될 것이다.

필자:김중식 전 이란 문화홍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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