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   교수
[뉴스데일리]최근 신생아에게서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일 지카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국제보건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이는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행 이후로 2년만의 일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등의 전문기관들이 소두증과 지카바이러스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는 한편, 관련 기관들에게 최신 정보를 공유하며 소두증의 확산 방지와 예방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소두증이란 무엇인가?

소두증은 같은 연령과 같은 성별의 다른 신생아의 평균치 2표준편차 이하로 머리둘레가 작은 경우로 뇌의 크기 역시 작고 미숙한 선천성 기형이다. 신경세포 발달이 비정상적이거나 뇌 조직이 파괴되는 경우 소두증을 야기하게 되는데 임신 중 ▲풍진, 톡스 플라즈마, 거대 바이러스 등과 같은 모성감염 ▲알코올, 유해 물질, 방사선 ▲심한 영양 실조 등에 노출되거나 염색체 이상 등이 선천성 소두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원인들이 아직 다 밝혀지지는 않았으며 뚜렷한 발병 경로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소두증의 태아는 임신 중 또는 출산 직후 사망할 확률이 높고 생존하여도 중증도에 따라 뇌성마비, 발작, 발달 장애, 기타 신경하적 후유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두증이 있는 아기들은 얼마나 중증인지에 따라 다양한 임상적 예후를 보인다. 현재 발작, 운동능력 및 균형능력의 상실, 청력 소실, 실력 저하, 지적 장애 등의 문제들이 보고되어 있으나 개별 신생아들에게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에 대한 예측은 불확실하다. 따라서 소두증에 걸린 아기는 성장 과정에 따라 의료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그 발달 상태를 면밀히 추적 관찰하는 것이 추천되고 있다.

지카바이러스는 소두증을 유발하는가?

소두증은 새로 등장한 질병은 아니다. 이미 브라질과 근처의 남미 국가들의 소두증 환자들의 수가 2010년 이래로 꾸준히 기록돼 왔으며 브라질에서만 연 평균 150명에서 200명이 소두증 신생아가 보고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비상사태는 지난 2015년에 유래 없이 많은 4000여건의 소두증이 보고되었고 소두증과 지카바이러스 사이의 연관성이 브라질 보건 당국에 의해 새롭게 제기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지카바이러스는 1947년 우간다 붉은털 원숭이에게서 최초로 확인됐으며 인체 감염사례는 1952년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처음 보고됐다. 지카바이러스는 뎅기열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유사한 계열의 바이러스로 체내 감염 시 붉은 발진과 발열, 관절통, 결막염, 두통 등을 수반한다.

보통 감염 후 이틀에서 최대 2주간의 잠복기간을 가질 수 있으며 사흘에서 일주일 가량의 경미한 증상을 보인 후 치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전파 경로로는 중남미에서 널리 번식하는 이집트숲모기를 통한 감염이 알려져 있는데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도 잠재적으로 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반적인 우려와는 다르게 지카바이러스는 감염자와의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파되지 않지만 산모에서 태아로의 수직 감염, 성 접촉을 통한 감염, 헌혈을 통한 감염은 확인된 사례가 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과연 임신부의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태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지 여부이다. 브라질 보건 당국은 작년 5월 이후로 증가하고 있는 자국의 지카바이러스의 전파가 같은 기간 동안 급격히 증가한 소두증 신생아의 출산과 잠재적인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실제로 브라질의 지카바이러스 분포도와 소두증 관찰 빈도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보고되어 있다. 일례로 브라질의 페르남부쿠 주, 히우그란지두노르치 주에서는 작년 5월 이래로 평소보다 10배 가량의 빈도로 소두증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인구비례를 통해서는 설명될 수 없으며 해당 지역의 지카바이러스 대유행을 통해서만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힐만한 연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모기 등의 매체를 통해 감염되는 지카바이러스가 임신부를 통해 태아의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의학적 증거는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이 사이의 관련성이 제기되고 있고 관련 기관들이 자세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 상태에서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각별한 주의가 권고되고 있는 것이다.

임신부와 가임기 여성을 위한 유의사항

현재 임신부들에게 권고되는 것은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을 피하는 것이다. 지카바이러스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산될 수 있으므로 각 경로별로 주의사항을 숙지하는 것이 좋다.

우선,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 질명관리본부에 의하면 최근 2개월간 지카바이러스가 발생한 국가로는 중남미 22개국, 태평양 섬 국가 사모아, 아프리카의 카보베르데, 그리고 가깝게는 아시아의 태국의 포함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사례나 해외로부터의 유입은 보고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이들 국가를 불가피하게 방문해야 할 경우 먼저 여행 전 의료기관을 방문해 태아 상태와 예방법에 대하 상담 받는 것이 좋다. 현재 지카바이러스 확산의 가장 주요한 경로로 확인된 것은 이집트숲모기를 통한 감염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에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임신부는 일반인에 비해 체온이 높고 대사량이 많아 모기를 유인할 확률이 높으므로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모기가 활동하는 장소에서는 기피제(DEET, Icaridin, eucalyptus oil(PMD), IR3535, indalone, dimethyl phthalate, dimethyl carbate, ethyl hexanediol 등이 함유된 스프레이 또는 바르는 모기 기피제)나 피레스로이드(pyrethroid) 성분이 함유된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더불어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모기를 유인하는 어두운 색의 복장보다는 밝은 색깔의 긴 상하의를 착용하는 것이 권고된다.

해당 국가에서 귀국 후 지카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세가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할까? 지카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최대 2주로 확인되어 있다. 따라서 귀국 후 2주 이내에 붉은색의 발진을 동반한 두통과 고열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지카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현재 국내에서는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확진이 가능하다. 지카바이러스의 증상은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를 통해 대부분 호전된다.

임신부 뿐만 아니라 남성들 혹은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들도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먼저 남성의 경우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지역을 여행한 후에는 향후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28일간은 성관계시 콘돔을 사용하고, 지카바이러스 감염 증세가 나타날 경우 완치 이후에도 향후 6개월간은 콘돔을 사용하는 것을 또한 권고한다.

변경된 미국질병예방센터 권고안에 따르면 최근 혈중에서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나오고 2주에서 최대 10주까지 정자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케이스 등을 고려해 임신 기간 내내 피임을 권고하고 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들의 경우, 지카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사라진 이후에는 태아 감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이에 맞추어 임신을 계획하는 것이 안전하다. 즉, 해당 국가들을 방문한 경우, 지카바이러스 증상 발현 여부와는 상관없이 잠복기를 포함하여 최대 한달 가량의 유예기간을 두고 임신하는 것이 안전하다.

감염 후 정액뿐 아니라 타액이나 소변에서도 증상 소실 후 지카바이러스가 배출되는 것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예방 수칙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카바이러스를 대처하는 임상지침

먼저 의료기관들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제보건기구 등에서 권고하는 수칙에 따라 지카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확진하기 위핸 검사들을 숙지하고 있다. 먼저 증상 발현 후 7일 이내라면 혈청 내 지카바이러스의 RNA를 검출하는 방식의 바이러스 검사(RT-PCR)을 이용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고 증상 발현 4일 이후라면 바이러스 특이항원(IgM)을 이용한다.

유행지역을 여행하고 온 임신부가 2주 내에 증상이 있으면 혈청학적 검사를 우선적으로 시행해 결과 양성인 경우, 태아 초음파를 통해 태아의 소두증 또는 뇌내석회화 여부를 확인하고 이상여부에 따라 양수천자를 고려해야 한다.

혈청학적 검사 음성인 경우에도 태아 초음파를 시행하고 이상이 있는 경우는 역시 양수천차를 고려한다. 2주 내 증상이 없으면 태아초음파를 시행하여 이상 소견이 있으면 혈청학적검사 확인 및 양수천자를 고려, 이상 소견이 없으면 주기적은 초음파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태아 감염에 대한 양수천자의 민감도와 특이도, 태아기형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정립된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산전 진찰과 종합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자카바이러스를 제 4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관리대책본부 구성 등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 못지않게 한반도에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정확한 연구결과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나 소문으로 두려움이 증폭될 수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과 의료기관의 대처방안 확립, 이에 국민들도 함께 기본 수칙을 충실히 지킨다면 지카바이러스를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해당 국가 여행을 계획하거나 방문한 전·후로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기관이 세운 지침에 따라 대처하고 상담해 침착하게 지카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한 자세이다.
 

필자:박희진 차의과학대학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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