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근   교수
[뉴스데일리]비상시에는 비상조치가 필요하다. 외환위기(1997), 연평도포격(2010), 메르스사태(2015)와 같은 국가 비상사태의 경우, 우리 국민과 정부가 비상조치로서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일상적이고 관행적인 대응조치만 취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현재 북핵 사태는 국가안위와 국민안녕을 총체적으로 위협하는 더욱 엄중한 국가안보 비상사태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북핵문제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90년대 초부터 시작돼 벌써 사반세기에 이른다. 그동안 7~8차례의 크고 작은 핵 위기가 발생했고 그만큼 많은 핵합의가 채택되고 깨어졌다.

그렇다면 올 초 발생한 4차 북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왜 특별한 안보 비상사태인가. 이는 바로 북한의 ‘핵능력’이 ‘핵전력’으로 바뀌면서, 북핵 위협의 성격이 질적으로 변화하는 전환점에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미래의 잠재적인 핵위협이 현재의 실체적인 핵위협으로 바뀌게 된다. 4차 북핵실험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핵무장에 대해 “우리 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발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생존과 미래를 위협하는 일이며, 나아가 세계평화 안정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 하에 북한이 이번 핵 실험에 대해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국내에서 북핵에 대한 대응방안과 수준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이런 논란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북핵 위협의 수준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다. 과연 북한의 핵무장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요약하면, 한국은 북한 핵무기 앞에서 그 생존이 좌우되는 절대적인 안보 위험에 빠지게 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북한이 절대적인 군사적 우위를 점하게 되고 핵위협으로 우리를 강압하며 빈번한 군사도발로 극단적인 군사적 불안정을 조장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의 핵위협 앞에서는 남북관계 개선, 교류협력, 통일, 인도 지원, 이산가족상봉, 군사적 긴장완화 등 모든 대북정책이 실종되고 남북관계는 사실상 전쟁상태로 되돌아간다.

셋째, 북핵 위협은 남한의 국가리스크를 악화시켜 경제통상의 거래비용을 증가시키고 국가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또한 군비지출이 급증하고 국가재정이 악화된다. 넷째, 국내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발생하여 국력을 분산시킨다.

또한 국내의 핵무장 주장이 부각되면서 한국도 국가신용도가 추락하는 문제국가가 되고 미국과 외교 분쟁이 발생하며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게 된다. 한국은 이미 ‘분단 디스카운트’를 톡톡히 지불하고 있는데, 더욱 무거운 ‘북핵 디스카운트’까지 지게 된다.

앞으로 북핵 능력이 증강됨에 따라, 군사적 대응과 비핵화를 위한 우리의 군사·외교·경제적 비용도 그만큼 더 증가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북한 핵무장이 더 이상 고착화되면 그 어떤 비용으로도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국가안보 비상사태를 맞이해, 정부와 정치권과 언론과 전문가그룹의 책임이 막중하다. 특히 이들은 북핵 대응을 위해 국력과 국론을 결집시켜야 하는 중대한 공동 책임을 진다. 만약 정치 주도층이 공통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북핵 위기를 극복하며 국제사회에 공통된 대응을 요구하며 국민에게 국가를 믿고 생업에 종사하라고 설득하며 외국기업에게 북핵 리스크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기회에 비핵화와 평화와 평화정착을 이루기 위한 전략과 이들 목표의 상호관계와 우선순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드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탈냉전기 들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해결의 기회를 놓치고 이렇게까지 사태가 악화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북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 부재를 많이 지적했다.

대북정책에 대한 접근법을 두고 사회적으로 ‘남남갈등’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북핵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특히 정치권과 언론이 ‘남남갈등’을 해소하는데 앞장설 것을 기대한다.

필자: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안보통일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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