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를 피해 도주 중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이 밀항을 위해 브로커에게 100억원을 제시한 정황이 사정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유씨측 인물은 이달 초 밀항 브로커 A씨를 접촉, 중국 등지로 밀항이 가능한지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 측이 내건 밀항인원은 총 5명으로 실제 성사 시 100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통상 중국 등지로의 밀항에 1천만∼2천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백배의 거액을 제시한 셈이다.

밀항인원을 5명으로 정한 것은 유씨 외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장남 대균(44)씨와 유씨를 도울 수행인원 등을 모두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인 유씨는 수발을 들 조력자 없이 혼자 도주생활을 하기는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추후 연락을 하겠다고 한 유씨측은 그러나 다시 A씨에게 접촉을 시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현재 전남 해남 및 목포 지역 인근에 숨어서 밀항을 추진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유씨는 A씨 외에도 밀항을 도와줄 다른 브로커를 수소문하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 알려진 밀항루트는 1천여개에 달한다. 밀항업자들은 통상 조직폭력단체와 연계돼 있으며 연락책, 육상 및 해상운반책, 알선책 등이 점조직 형태로 짜여져 운영된다.

최근에는 목포 및 인근 지역에 위치한 수백개의 섬을 단계별로 거쳐 중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방식이 주로 이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씨가 밀항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에 대비해 검·경은 목포 및 해남, 신안 지역 해안도로 주요 길목은 물론 항구에 정박한 낚싯배까지 모두 수색하고 있다.

호남 지역 외에도 부산 등 주요 항구가 위치한 지역의 조직원을 상대로 탐문 수사도 벌이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은 100여명 인상의 인력을 투입, 밀항 취약 지구인 농장 인근 항구와 포구 25곳을 집중 감시하고 있으며 전남지방경찰청도 검문검색 인원을 당초 100여명에서 150명으로 늘렸다.

유씨가 숨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대한 수색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은 검거팀 외에도 지난 주말께 수사를 담당하는 인천지검 특수팀 검사 및 수사관 전원,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 등을 해남 지역에 급파,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으나 유씨를 찾는데 실패했다.

유씨가 이미 한국을 벗어나 중국 밀항에 성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한 지역에 유씨 성을 가진 사람이 밀항에 성공했다는 얘기가 돌았고 검찰에 관련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씨가 경기도 안성 금수원을 빠져나간 이후로 계속 검찰에 쫓기고 있는데다 이미 밀항을 막기 위한 검·경의 예방 조치가 취해진 만큼 포위망을 뚫고 밀항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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