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인기 연예인들이 불법도박 혐의로 줄줄이 재판에 넘겨지고 방송에서 퇴출된 가운데 비슷한 잘못을 한 근로자를 해고한 대기업의 조치는 지나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황모(32)씨 등 2명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삼성SDI에서 생산직 사원으로 근무하던 황씨 등은 작년 4월부터 한 달 동안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통해 농구, 야구, 축구 등 경기결과에 베팅하는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황씨 등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이들은 법원이 손을 들어줘 복직할 희망을 가지게 됐다.

회사 측은 사업장 안팎에서 불법 도박을 한 행위를 모두 징계 사유로 삼았다. 하지만 법원은 사업장 밖에서 사설 스포츠토토를 한 행위가 삼성SDI의 사회적 평가에 악영향을 줬다는 회사 측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해 스포츠토토가 허용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이들 행위의 불법성이 극심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대기시간 중에 이 사건 도박을 한 것이 회사 내 풍기와 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삼성SDI와 전 사원에게 막대한 손해나 불편을 끼쳤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재판부는 황씨 등이 각각 6년 이상 성실히 근무한 점, 해고 전에 아무런 징계를 받은 적이 없고 자신들의 행위를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회사 측의 징계는 부당해고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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