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메밀 맛을 대구에서 지켜가는 전상우 씨

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손님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 있다.

지독히도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시원한 바람과 함께 따스한 햇살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가을이 왔다. 10월 말이면 전국적으로 단풍이 절정이며, 높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과 물소리, 밤이면 바람소리, 풀벌레소리로 가득이다.

모든 음식의 종착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

강원도 봉평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메뉴는 당연히 메밀막국수다. 봄, 가을이면 ‘메밀’이란 주제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메밀막국수를 한 그릇 비운다.

강원도의 향토음식인 메밀막국수로 유명한 음식점을 매번 찾아 춘천까지 가서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지역에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자신의 고집을 가지고 메밀전문점을 운영하는 요리연구가가 있어 소개한다.

대구 신천도로 끝 부분에 위치한 파동IC에서 내려 우회전을 하면 나이스마트가 보인다.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봉평메밀밭(대표·전상우)이 있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인데도 식사를 하기 위한 손님들로 분주하다. 가게 입구에 ‘저희는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하시는 고객님을 모실 때 제일 행복합니다’란 전상우 주인장이 손님을 맞이하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 외식시장에는 약선음식, 사찰음식, 슬로푸드, 웰빌음식, 힐링음식, 푸드테라피 등 음식을 지칭하는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결국 자연음식이 아닐까.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를 이용해 최소한의 양념을 한 음식을 말한다. 식당 곳곳에는 장독이 눈에 들어온다. 고추는 태양빛에 말려 숨 쉬는 장독보관을 원칙으로 하며 더덕, 미나리, 블루베리, 무화과, 초피나무, 어성초 등 효소만 30가지가 넘는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이곳 또한 쌀, 김치, 고춧가루 등 모든 식재료는 국내산 이용을 원칙으로 하며 모든 메뉴는 배가 불러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양껏 준다. 음식과 함께한 시간만 20년이란다. 그동안 사)한국조리사중앙회에서 주최한 한방음식개발전시회에 출품해 한식부문 대상, 대구수성구에서 개최한 제1회 별미·전통음식 품평회 한식부문 동상, 지역 대학교와의 산학협력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음식사랑을 전파하고 있는 나름의 고수다.

이 집의 자랑인 ‘메밀막국수’는 살얼음 위에 고명으로 올려진 갓김치와 오이, 배, 무우순 등 적절하게 어우러진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젓가락을 들면 입가에 어느 듯 침이 고이면서 그 어떤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소갈비뼈를 이용해 직접우려 낸 육수는 시원함 그 자체다. 메밀의 찬 성질이 무와 함께 먹으면 중화되어 찬 음식을 멀리하는 사람들도 그 때문에 좋아한단다. 당연히 따뜻하게 즐길 수도 있다. 10명 중 5명은 메밀국수와 함께 이집의 돼지석쇠불고기를 주문한다. 같이 먹으면 그 맛이 아주 좋다.

입에 넣는 순간 향긋한 곤드레나물 향이 몸속 가득 퍼져 오감을 만족시키는 ‘곤드레나물밥’은 집 된장국과 시래기국은 기본이며 계절의 변화를 입으로 느낄 수 있는 샐러드 드레싱효소는 일주일마다 바뀐다. 갓김치, 야채전, 다양한 종류의 장아찌 등 찬구성이 예사롭지 않은 찬의 맛으로 하나같이 주인장의 정성이 입으로 전해진다.

이 집만의 ‘메밀떡삼불고기’는 입 안에 넣는 순간 불고기와 어우러진 메밀향에 취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자랑하고픈 메뉴는 ‘메밀갈비해물짬뽕’이다. 미더덕 또한 냉동이 아닌 생물을 사용할 정도다. 메밀로 만든 해물짬뽕을 먹어 본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짬뽕마니아들도 이 집만의 싱싱한 소갈비육수와 해산물이 어우로진 매콤하면서 구수한 국물 맛을 극찬할 정도다. 이들 맛에 뒤지지 않을 메밀칼국수, 메밀만두, 메밀전, 메밀묵, 메밀묵채밥, 영양누룽지탕도 맛볼 수 있다.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은 자극적인 음식이 아닌 먹어서 편한 음식을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아들·딸, 가족과 함께 온 아빠·엄마, 바쁜 일상을 떠나고픈 젊은 연인 등 나트륨 함량이 적은 자연주의 음식이 이들을 이곳으로 안내한 것이다. 이들을 위해 샐러드, 메밀만두, 메밀전병, 메밀묵채, 떡삼불고기, 메밀들깨탕과 식사선택이 가능한 커플상과 부모님상을 마련하고 있다.

메밀을 즉석에 반죽해서 요리하기 때문에 메밀의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먹어보면, 강원도 산지의 느낌을 준다.

전 대표는 “강원도의 유명한 메밀막국수 전수자를 찾아가 큰 비용을 지불하고 전수를 받았다. 물론 배운 것도 있지만 강원도의 맛을 지켜나가려는 메밀전문점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아 못내 아쉬웠다”고 말했다.

예로부터 이제마 선생이 창안한 사상체질 의학에서는 메밀이 태양체질에 좋은 한약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동의보감’에서는 메밀이 비위장의 습기와 열기를 없애주며 소화가 잘 되게 하는 효능이 있어 1년 동안 쌓인 체기가 있어도 메밀을 먹으면 체기가 내려간다고 기록되어 있다.

최근 들어 건강음식에 대한 관심 덕분인지 메밀을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메밀 값이 많이 올라 좋은 가격에 손님들에게 대접하지 못해 늘 아쉽지만 음식을 만드는 그 순간까지 양심껏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주인은 전한다. 최근에는 이 맛을 널리 알리고자 ‘전가네봉평메밀밭’이란 상표등록을 준비 중이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보고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음식을 이야기하기 위해 봉평메밀밭은 지금도 식당 곳곳에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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