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피해 경미하다면 뺑소니로 처벌 할 수 없다"

교통사고 피해가 경미해 피해자가 별다른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면 가해자가 인적사항을 남기지 않고 사고현장을 벗어났어도 뺑소니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지난 14일 접촉사고를 낸 후 인적사항을 남기지 않고 현장을 벗어난 혐의(특가법상 도주차량) 등으로 기소된 김모(49)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14114)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특가법상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관한 규정의 취지에 비춰보면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부위와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고 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인정되지 않으면 사고운전자가 구호조치 없이 사고장소를 떠났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허리 부분 등에 염좌를 입었다는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나, 사고 당일인 2011년 10월 6일부터 3일 뒤인 9일까지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은 점, 교통사고 직후 피해자가 통증을 호소한 사실이 없고 김씨에게 '경찰에 신고할까요?'라고 질문하자 김씨가 '하소'라고 답변한 점, 피해자가 가해차량 번호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해차량을 추격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김씨가 자신의 인적사항 등을 알리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이탈했더라도 특가법상 도주챠량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11년 10월 경남 김해시 소재 편도 2차로 도로 오르막길에서 신호대기 중에 있다가 차량이 뒤로 밀리면서 뒤에 있던 택시와 부딪치는 접촉사고를 냈다. 김씨는 사고 후 차에서 내려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피해자가 수첩과 필기구를 가지러 택시로 들어간 틈을 타 가해차량을 운전해 현장을 벗어나 기소됐다.

1심은 무죄판결했으나, 2심은 "피해자가 사고 직후 통증을 호소했거나 외관상 상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김씨가 구호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단정할 수 없는데도 신원을 밝히지 않고 사고현장을 이탈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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