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특별사면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검토 중이라는 전제이긴 하지만, 여기저기서 흘러 나오는 특별사면 대상자의 면면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에까지 이른 듯 하다. 이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비롯해 김윤옥 여사의 사촌인 김재홍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월 24일 형사 1심 판결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도 특별사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모두가 이 대통령과의 인적 관계나 정치적 배경 등으로 권력의 실세로 통했던 인물들이다. 기소된 내용을 보더라도 배임이나 뇌물 등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부정한 돈을 받은 것으로 파렴치하기 그지 없다. 이들이 사면을 받아 교도소 문을 나서게 된다면 그야말로 사법부의 권능을 무력화하는 조치가 될 것이다. 유전무죄, 유권무죄라는 우리의 고질적인 병폐가 다시 한번 현실화하는 것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절망할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해 사법권의 권위를 침해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사적인 목적으로 썼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중 7차례에 걸쳐 대규모 사면을 단행하였고 그의 임기 중에 부정행위를 저지른 측근들을 포함시켜 반발을 샀다. 임기 말인 2007년 12월에 단행된 특별사면에는 다수의 경제 거물들과 자신의 최 측근 중 한 사람이었던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포함됐다. 이러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은 심한 비난 여론을 불러 법을 개정하는 데까지 이르게 했다. 즉, 2012년 개정된 사면법은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사면위원회를 두어 그 적정성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10조의 2). 절차상으로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에게 특별사면, 즉 특별한 자에 대한 감형 및 복권을 상신하도록 되어 있음을 감안해, 이 단계에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제한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이다.

생각건대, 이번에 청와대가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특별사면은 과거 노무현 정권의 악습을 답습하여 자신의 친인척과 측근들을 자유의 몸으로 풀어주기 위한 마지막 은전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사면위원회는 향후 있을지도 모를 대통령의 무원칙한 특별사면의 시도에 제동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 사면법상 사면위원회가 특별사면과 관련된 법무부 장관의 상신의 내용을 심사하는 기준인 ‘적정성’이란 용어 자체가 불확정 개념이긴 하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점이 사면위원회가 특별사면의 내용 등을 심사하는 데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여지를 주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나라 사법권의 권위, 법치주의의 원칙, 국민들의 법감정 등이 ‘적정성’을 판단하는 핵심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것이 사면법을 개정한 취지이고 사면위원회 위원들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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