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당선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박 당선인 역시 할 일이 태산처럼 많다고 느낄 것이다. 새 행정부를 인수하고 공약도 이행하고 인사도 해야 하고 통상적인 업무도 수행해야 한다. 통상적인 업무만 해도 대통령당선인이나 대통령은 지친다. 그래서 대통령으로서는 국가통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하려고 한다면 무리다.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일들은 정해놔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부정부패의 척결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

      구월환 교수
런가? 이 문제는 대통령의 의지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는 대통령의 의지가 없어도 법률이나 정책에 의해서 대체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물론 국가경영에 있어서는 경제 외교 안보 교육 복지 등 중요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분야들은 대통령이 지침을 주고 적당히 챙겨도 잘 돌아갈 수 있다. 이런 분야에는 장관, 차관, 국장, 과장 등 책임체계가 확립되어 있다.
부정부패 분야에도 형식상 책임자는 있다. 장관도 있고 검찰총장도 있고 경찰청장도 있고 감사원장도 있지만 과연 그들에게 책임지고 맡길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감독기능과 처벌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각 부처장관들은 흔히 퇴직공무원을 산하기관에 내려보낸다. 이 퇴직공무원은 상급기관에 대한 로비스트로서, 그리고 방패막이로서 역할을 할 것이 뻔하다. 상부의 관리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관청과 국영기업의 현주소다. 한때 '민나 도로보데스네'(다 도둑들이야)라는 자조적 일본어가 정관가에서 유행할 정도로 한국의 공직사회에는 문제가 많다. 짜고 해먹고 해먹는 걸 눈감아주고 관행이라고 우기고 팔이 안으로 굽는 데는 대책이 없다. 무슨 약을 써도 안들을 정도로 만연되어 있고 내성이 강하다. 그래서 고양이한테 생선가게 맡기는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첫째는 국가예산에 대한 철저한 관리다. 박근혜 당선인이 역점을 두고 있는 복지사업의 뒷받침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부정부패 엄단정책은 시급하다. 국가예산 340조원이 과연 국민들을 위해 제대로 쓰여진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국가예산이 줄줄 샌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계수조작, 보고조작, 기록조작 등 지능화된 수법들을 전면 봉쇄해야 한다.
둘째는 뇌물에 대한 엄단이다. 사사로운 뇌물수수도 문제지만, 정부기관과 업자의 결탁은 이미 구조화되어 있고 감독기능은 무력화되어 있다. 수많은 감독자들이 있지만 업자와 이해관계인들의 공세에 무력화되고 마비되어 있다. 부패의 일상화가 필연적인 코스다. 중요한 결정이 밤중에, 술집에서, 귓속말로 이루어진다. 걸핏하면 탱크와 대포도 고장나고 원자력발전도 정지되어 긴박한 위협을 주는 사태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끝까지 파내려 간다면 기술부족일까 아니면 부정납품과 뇌물 같은 부정부패의 산물일까? 부정부패는 그것이 부도덕하고 불공정하기 때문에도 문제지만, 국민생활을 위협하고 국가위기를 조성하고 국가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에서도 추상같이 다스려야 한다. 관련 공직자는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제 설날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이번은 정권교체기에 맞이하는 명절이다. 명절선물이라는 구실로 고가의 선물공세를 하기에는 좋은(?) 기회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고가의 선물은 그 의미는 여하간에, 사실상의 뇌물인 경우가 많다. 결혼축의금이나 부의금도 상식을 넘는 경우에는 마찬가지다.
이미 1990년대에 중진국 진입에 성공한 한국이 아직 선진국의 문턱에서 머뭇거릴 수 밖에 없는 것도 가장 큰 주범은 부정부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정권이 이 문제를 등한시 한 것은 천추의 실책으로 남을 것이다. 다행히도 박근혜 당선인은 여러모로 추상같은 부정부패 대책으로 고도의 도덕적 정권을 만들 수 있는 소질과 역량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선인 스스로 "나는 먹여 살릴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다"고 공언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정치생활과 선거과정에서 빚을 지지 않은 거의 유일한 대통령이고 도덕적 감성이 뛰어난 여성이라는 점 등등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자 한다.
필자:언론인 순천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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