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야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검란’ 사태로 물러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후임을 인선하기 위해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 9명을 위촉했다고 한다. 검찰 개혁의 첫 단추를 꿰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총장 임명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의중에 달려 있었다.

 따라서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총장을 추천하도록 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2011년 7월 검찰청법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법무부 장관은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3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받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개혁의 대상이자 철처한 자기 반성이 필요한 법무부나 검찰이 검찰 개혁의 단초인 검찰총장 후보를 제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 국회 또는 재야법조계,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란’과 민간인 불법사찰 등에 대해 책임져야 할 권 장관이 차기 검찰총장을 제청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행스럽게도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후보 추천위원회 운영 규정을 만들어 개인이나 법인, 단체에서도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를 천거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와 후보 추천위원회는 이 규정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 추천위원회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중립적인 인사를 제청 대상자로 추천해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이 청와대의 시녀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국민의 신뢰를 잃고 추락한 것은 대통령이 ‘코드’ 인사로 검찰총장을 낙점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추천위원회는 현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을 알아 보려 해서는 안 된다. 정권에 대한 기여도, 지연, 학연, 혈연 등을 고려한다면 여론의 질타를 면치 못하고 검찰은 깊은 수렁에 빠져 영영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의 독립은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 개혁은 철저한 자기 성찰을 토대로 전면적으로 단행되어야 한다. 최근 검찰의 비리 불감증은 눈뜨고 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10억원에 가까운 뇌물을 챙긴 부장검사,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한 초임검사, 위장 개혁 시나리오를 내부 통신망에 올린 중견 검사, 총수 퇴진을 요구하는 ‘검란’ 등 일일이 거론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얽히고 설킨 난제에는 내과적 처방이 아니라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전면적인 대수술을 하려면 검찰 내부 인사보다는 외부 인사가 더 적절할 것이다. 아울러 정치적으로 편파적 수사를 했다는 논란을 부르거나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비난을 받은 검사들은 후보권에서 제외하는 것이 마땅하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검찰의 독립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 제청한다고 하지만 당선인이나 인수위원들과 상의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세간의 인식이다. 새 정부는 친정체제를 만들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된 것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무기로 검찰 조직을 장악한 데 따른 것이다. 후보자 추천위에서 추천한 청렴하고 독립적이며 결기 있는 인사를 총장에 임명해야 한다.

새 정부는 검찰이 독립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해야 대통령 주변 인사와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의 비리가 줄어들고 투명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이 새 정부와 국민과 국가를 위한 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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