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or Never!

안철수는 또 한번 실망해야 할 것 같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세비를 30% 삭감하기로 결정했는데 이것이 안철수에 대한 러브콜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것이 러브콜이라는 발표는 없었으므로 이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민주당이 춘천에서 의원총회를 열어가면서 까지 이런 결의를 하고 이것을 정치혁신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아 나름대로는 대단한 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정도로 안철수가 감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세비를 폐지하고 회의수당만 받고 일하겠다고 결정했다면 어느 정도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매월 1천만원씩 받는 세비를 없애고 회의수당만 받게 된다면 지금처럼 국회의원들이 회의거부, 회의불참을 밥 먹듯이 하지는 못할 테니까. 당장, 이렇게 하자고 하면 국회의원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국회의원 하려고 그 고생 하겠느냐고. 그러나 그런 걱정은 조금도 할 필요가 없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돈 안 밝히고 애국심과 봉사정신 만으로 국회의원 하겠다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지금 우리 국회의 문제는 먹을 것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국회의원이 되면 특권과 신분상승을 바탕으로 팔자가 바뀌는 것이다. 입법권, 국정감사권, 예산심의권 등 행정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다. 이 막강한 권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권력이다. 문제는 이런 필요한 권력 외에 불필요한 권력을 너무 많이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장관급 대우에 불체포 특권, 온갖 겸직, 연금에 지방선거 공천권, 무노동 유임금 등이다.
우리 정치가 맑아지려면 우선 이런 불필요 특권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국회의원 세비 폐지와 수당제 실시만 해도 국회개혁의 작은 부분에 불과한데 '세비30%삭감'이 정치혁신이라니! 이것이 만약 안철수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러브콜이라면 안철수는 다시 한번 실망해야 할 것이다. 이런 보도를 보면서 진정으로 슬픈 것은 우리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염원을 너무나 모르고 있으며 그들이 가진 것을 내놓기를 너무나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더욱 슬픈 사실은 그러면서도, 너나 할 것 없이 안철수현상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의 정치거부, 정당거부가 어디서부터 왔는가! 정말 모르는 것인가, 알면서도 고개를 돌리는 것인가.
정치혁신이 되려면 국회의원들의 특권폐지와 더불어 국회의원 공천제도, 즉 국회의원 생산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중앙당이 공천을 주는 제도 하에서는 공천을 둘러싼 돈거래와 필사적인 로비전이 필수적이다. 이런 싸움판에 돈 없고 양심적인 사람이 끼어든다면 치어 죽기 십상이다. 그래서 돈도 있고 싸움도 잘하고 실력자에게 충성도 잘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이런 국회에서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최근 국회 상임위에서 '야 임마' '이 자식이...'하며 삿대질이 벌어진 것은 이런 국회의원 생산체제 하에서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멱살잡이까지 안간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선거에서 변화와 개혁, 정치개혁, 정치쇄신, 정치혁신, 정치혁명....벼라별 달콤한 언사가 난무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개혁은 아무것도 없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정치개혁은 없을 것 같다. 특권포기나 공천개혁에 비하면, 국회의원 숫자나 정당국고보조금, 선거비용 같은 문제는 아주 작은 개혁이지만 이런 것조차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개혁에 관한 한, 'Now or never.'다. 지금 당장 아니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대통령 후보들이 아무리 정치개혁을 약속하더라도 현직 국회의원들은 새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설사 말을 듣는다 할지라도, 아주 조금, 간에 기별도 오지 않는, 그런 시늉이 될 것이다. 이런 '시늉'에 아무리 큰 의미를 갖다 대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메뚜기도 한철이고 소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공약가운데 공통점 몇 가지라도 추려서 당장 국회에서 처리한다면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최선의 개혁이 될 것이다.

필자:언론인 .순천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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