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그늘에 시드는 것이 있다

단일화문제로 온통 난리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될 것 같습니까, 된다면 누구로 될 것 같습니까. 대체로 이런 물음으로 시중의 화제는 시작된다. 이번 한국 대선은 온통 단일화 구경만 하다가 끝날 지경이다. 단일화는 시간을 질질 끌다가 빨라도 11월25일 후보등록 직전에 가서 이뤄지거나 아니면 12월에 들어가서야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혹자는 안철수후보의 반발로 단일화가 안될 것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시기가 문제이지 결국 단일화는 된다는 생각이다. 단일화에도 여러 가지 문제와 득실이 있지만 이런 것들을 다 합쳐도 단일화가 안 될 경우에 잃는 것이 클뿐더러 주변부의 압력이 워낙 커서 견뎌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지금 이 순간, 단일화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즉 정치개혁이다. 이것은 정말로 우리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이고 지금과 같은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정치에 절망하지 않고 민주주의와 대의정치에 박수를 보내려면 이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에서 후보를 한 사람으로 조정하는 일로 인해서 국민들의 관심이 그곳으로 쏠리고 정치개혁과 같은 국가적 핵심이익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단일화가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일지 모르나 그것이 곧 개혁이고 국가번영인 것은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단일화를 재미있게 지켜보는 까닭은 치열한 예선과 이어 전개될 결승전을 기다리는 경마장식 스릴 때문인데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들이 이런 열기에 묻혀버림으로써 크게 보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어리석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새누리당의 정치개혁 제안은 잘만 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이번 대선의 코드는 변화와 개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것을 가장 열심히 얘기한 사람이 바로 상대진영의 후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즉 새누리 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민주당이나 무소속 안철수 쪽에서는 아주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어서 일주일이 지나도록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발표한 새누리당의 제안은 박-문-안 세후보의 정치개혁안 중에서 공통적인 부분이 많으므로 그것을 추려서 대선전에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즉시 입법조치하고 나머지는 대선 후에 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매우 현실적인 제의다. 차기 대통령은 분명 이들 3명의 후보 중에서 나올 것이고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가 속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오케이만 하면 안될 것이 없다. 진정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시간은 충분하다.
그러나 문재인-안철수 진영의 반응은 의외였다. 여기에다 투표시간 연장안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게임 중 룰의 변경은 일단 제의는 할 수 있다고 하겠으나 고집은 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공통부분만 떼어 내서 하려 하지 않고 다른 조건을 붙인다면 그것은 솔직하게 말해서 할 생각이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 조건을 붙인다면 누가 무슨 제안을 하든지 간에 지금 대선국면에서 될 일은 하나도 없다.
설령, 대선국면에서의 이해득실만 갖고 따지더라도 문재인-안철수 진영의 반대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만약 이런 제안을 선뜻 받아들여 국민들이 그렇게도 바라던 개혁을 멋지게 해낸다면 제안한 쪽 못지않게 수용한 쪽도 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우리 국민들이 정치를 더 이상 혐오하고 기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정치혐오의 원점타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앙당 공천제와 국회의원 특권, 이 두가지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정치개혁이나 다른 개혁을 얘기하는 것은 허구다. 이런 개혁은 의원정수 축소나 보조금폐지 같은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위력을 가진 것인데 이 절호의 찬스를 날려 보낸다면 크게 후회할 일이 될 것이다. (언론인.순천향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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