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그 동안 국가와 사회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동안 그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

최근 대구에서 청소년 자살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된지 오래다. 이번 기회를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종래 가정폭력이 가족 내부의 문제, 부부 문제라고 하여 국가가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곪을 대로 곪게 되자 가정폭력특별법이 제정·시행되었다. 가정폭력특별법은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있는데, 전자는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보호·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후자는 ‘가정폭력범죄의 형사처벌 절차에 관한 특례를 정하고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환경의 조정과 성행(性行)의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함으로써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가정폭력특별법이 제정·시행되었다고 해서 가정폭력이 근절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정폭력이 더 이상 가정내부의 문제, 부부문제라는 인식을 바꾸는데 일조했다. 법원과 검찰 및 경찰이 가정폭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의 미온적인 대처로 사회적인 비난이 들끓고 있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가족구성원과 법원 등 관계기관의 인식의 전환과 적극적인 노력만이 제도와 관행을 바꿀 수 있다.

가정폭력과 학교폭력도 더 이상 학교 내부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된다. 학교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육 당국이나 학교장은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하다. 사건해결의 의지가 있는 학교장이나 담당교사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학교폭력이 단순한 학교문제가 아니라 법률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2004년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 법률은 학교폭력을 여전히 학교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소년법과 유기적인 연계도 부족해 보인다.

학교폭력 문제가 단순한 학교 문제가 아니라 법률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사법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으로 사후 형사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 대하여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학교폭력 문제는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법원 중에서도 가정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서울가정법원과 부산가정법원에 이어 대구, 대전, 광주에 가정법원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인천가정법원도 설치가 확정되었다. 가정법원에는 일반 지방법원과는 달리 가사조사관이 배치되어 있어 교육이나 학교 관련 전문가를 가사조사관으로 발탁함으로써 학교와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유지할 수 있다.

가족법 및 청소년 전문가인 엄경천변호사(법무법인 가족, www.familylaw.co.kr)는 “서울가정법원의 연혁을 따져보면, 1942년 조선소년령시행령 제6호에 따라 경성소년심판소가 설치된 것이 그 출발점이고 해방 후 서울지방법원 소년부지원을 거쳐 1963년 서울가정법원이 출범하게 되었다.”면서 “가정법원은 학교폭력을 위하여 태어난 법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하여 가정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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