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부동산중개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 한 해 임대기간 종료 후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가지 못한 세입자를 경험한 중개업자는 41.8%(137명)였다. 미반환 사유는 집주인의 ‘의지’나 ‘자금 여력 부족’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와 관련해 집주인의 동의없이 세입자가 보증금을 신청할 수 있는 ‘전·월세 보증금 융자제도’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75.3%가 ‘이용할 것 같다’는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는 세입자 주거안정 지원을 위해 올해 오픈을 준비중인 ‘전세보증금 상담센터’ 운영에 앞서 부동산중개업자 약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지 배부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와 같은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설문은 지난 3.22~4.4일간 한국공인중개사협회(대표 신용철)에 의뢰해 서울지역 부동산중개업자 329명을(총 400부 중 71부 미회수) 대상으로 이뤄졌다.

서울시는 전세난에 버금가는 이사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전·월세 가구의 세입자 보증금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인중개업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보증금 미반환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 없느냐’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1.8%(137명)가 ‘있다’고 답했다.

또, 주요 미반환 사유로는 ‘집주인이 주변시세보다 보증금을 높게 받기 원해서’가 39.1%로 가장 많았고, ‘집주인이 금융기관 대출받아 주택을 구입하므로 반환여력 부족’이 35.1%로 대부분 집주인으로 인한 사유였다.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 시 공인중개업자가 제시한 해결방안으로는 ▲중개업자가 전(월)세 가격 조정을 중재(38.8%)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시까지 이사 보류(35.7%) ▲임차권등기명령 등 법적절차 이행 안내(13.7%) 順.

특히, 보증금 미반환시 세입자가 이사를 강행하는 비율은 7%에 그쳐, 대부분 집주인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시 임대차상담실 통계를 보더라도 <보증금 반환 관련 분쟁 상담건수>가 연평균 3천여 건에 육박하는 등 세입자의 이사난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집주인의 세입자에 대한 전세보증금 반환을 지원할 금융기관 대출제도 및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차권등기 명령’ 등이 마련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시중은행에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신청하는 제도와 세입자가 최초 입주를 위해 전세보증금을 대출받는 제도가 각각 마련돼 있으나, 전자의 경우 집주인이 직접 대출을 꺼리고, 후자의 경우 채권 확보시 집주인 동의(승낙에 의한 질권 설정 및 동의에 의한 전세권 설정 등)가 어려워 사실상 세입자에게 그 혜택이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기간이 지나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세입자가 관할 지방법원에 ‘임차권등기 명령’(효력: 이사 이후에도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 유지)을 신청 후 이사할 수 있으나, 목돈을 구하기 어려워 이사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대안 중 하나로 ‘보증금 대출제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통해 물어봤으며, 응답자의 75.3%가 ‘세입자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고, 80%가 ‘세입자의 주거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보증금 대출제도’는 집주인의 동의없이 세입자가 보증금을 신청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시는 ‘보증금 대출제도’는 임차권등기 명령과 대출 실행을 연계할 경우, 상호 시너지를 발휘해 세입자가 ‘이사 이후에도’ 법적으로 집주인으로부터 우선변제권과 제3자로부터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또한, 은행권에서는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 대출 신청할 경우, 신청자의 세입자 지위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차권등기명령이 필요하다.

보증금 대출제도의 적정 기준을 묻는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70~80% 이상이 대출 한도액을 보증금의 55.2%로 답변했으며, 적정 이자율로는 82%가 현재 시중은행 일반대출금리(7~8%)보다 낮은 3~5%를 선호했다.

또한, 보증금 대출제도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요건에는 세입자의 대출절차 간소화(21%), 저리 조건(16.1%)순으로 답했다.

소수 의견으로 임차권등기명령을 활용하는 방식은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16.9%)는 내용도 일부 포함됐다.

여장권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요즘 같은 전월세 상승기에 계약기간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으로부터 제때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이사도 못가고 애태우는 세입자의 어려움이 크다”며, “설문조사에서도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긍정적으로 나타난 만큼 ‘보증금 대출제도’ 마련을 관계기관인 주택금융공사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안에 ‘전세보증금 상담센터’를 통해 보증금 대출제도를 적극 안내·홍보함으로써 고질적인 집주인에 비해 지위가 열악한 세입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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