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서울지부는 학생들의 자살과 학교폭력이 줄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교원들의 자주적 단체의 일원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아울러, 꽃도 피우지 못하고 스러져 간 어린 학생들과 유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전한다. 우리는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앞장서 노력해 나갈 것이다. 전사회적 차원에서 함께 노력해서 이 문제를 이번 기회에 해결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모두가 책임을 통감하고 근본적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에서, 자기 스스로 단죄자를 자임하고 나선 검찰, 경찰, 언론의 후안무치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삭막한 2:8의 사회는 어린 학생들에게마저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강요하고 있으며, 이는 학교를 삭막한 공간으로 변질시켜왔다. 경쟁만이 살길이라는 죽음의 논리를 가장 앞장서 설파하며 교육을 파탄내고 학생들을 절망의 늪으로 밀어 넣은 언론이 교권의 수호자, 학생인권의 수호자, 학교폭력의 해결사를 자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책임지는 자리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8일 학교현장을 방문하여 진실 규명 활동을 했다. 조사의 범위와 방식에 한계가 있어 총체적 진실을 밝히지는 못했지만, 경찰 발표와 언론의 보도 내용이 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지속적인 집단 따돌림을 당한 학생이 학부모의 보호요청을 묵살한 학교의 직무유기로 인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기존의 보도를 부정하는 많은 근거를 접했기 때문이다. 경찰과 언론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파악할 수 있는 명백한 것들이었다. 섣부른 예단을 배제하고 진실 규명을 다시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경찰과 검찰에게는 교사와 또 다른 학생들에 대한 폭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국민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분노, 자살 학생과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폭력(국가권력)의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학생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 당했다. 그 학생들의 범죄 혐의가 제대로 입증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직무유기죄로 입건한 교사의 혐의 근거 역시 빈약해 보인다.

학생에게 불행한 일이 발생하면 이유여하, 장소여하를 불문하고 학교나 교사는 도의적 책임을 져야겠지만, 사법적 책임은 엄밀한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검토되어야 한다. 교사 직무의 범위, 책임을 물을 전제가 되는 관련 사안에 대한 교사들이 갖고 있는 권한의 본질 등에 대한 검토 없이 사법처리를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요즘 회자되는 교권침해의 전형이다. 검찰과 경찰은 우선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만약, 직무유기죄가 사법권이 전혀 없는 교사에게 적용될 수 있다면, 위대한 사법권을 갖고도 학교 밖 학생폭력에 대해서도 무기력했던 검찰과 경찰은 무슨 책임을 질것인가?’ 직무유기죄 운운은 과했다.

이렇게 사법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학교는 사소한 문제들도 모두 경찰이나 검찰에 위임할 수밖에 없게 된다. 권한이 없어 어쩌지 못한 많은 일들이 직무유기죄가 되는데, 학교가 어떻게 붙들고 있겠는가? 강제로 조사할 수 있고, 증거 자료를 수집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사법당국에 일을 맡기는 것만이 학교가 사는 길이 될 것이다.

검찰, 경찰, 언론은 철저히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그것만이 또 다른 피해자의 발생을 막고,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줄 것이다. 아울러, 교사들의 권한에 조응하지도 않는 사법적 책임을 운운하며 교권을 짓밟은 만행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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