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불과 두어 시간 만에 교과부가 ‘서울시의회 학생인권조례 통과에 대해 우려 표명’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교과부는 이 보도자료에서 “현장의 여론을 고려하지 않고 조급하게 수정·의결한 주민 발의 조례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학생인권 조례 저지·부결을 요구하는 보수단체의 입장을 그대로 옮겨 적고 있다. 교과부가 이 단체의 배후 세력이거나 주동자이거나 하다고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쓴웃음을 머금게 하는 것은 얼마나 생각 없이 급하게 썼는지 “2011.9.8.(목)”이라고 보도자료를 낸 날짜를 적어놓았다. 이대로라면 석달 전인 9월 8일에 이미 서울학생인권조례가 12월 19일에 통과할 것을 알고 우려를 표명하는 보도자료를 낸 것이 된다. 교과부의 선견지명이 놀라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다.

교육 자치를 아무렇지도 않게 훼손하려드는 교과부의 이 같은 행태에 분노보다 연민이 느껴지는 것은 그들 스스로 아무런 교육적 철학도 인권감수성도 지니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이렇게 방증해 보이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측은하기 짝이 없는 짓을 당장 그만 두고, 교육철학과 인권감수성 강좌부터 들을 일이다. 원한다면 훌륭한 강사진을 소개해 줄 용의가 있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배우려 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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