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전국체전 개폐회식 총감독 맡은 송승환 씨

‘제92회 전국체전’이 오는 10월 경기도에서 열린다. 매년 열리는 전국체전의 개폐회식을 기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재미없고 식상해서 그간 외면당해왔던 체전 개폐회식이 ‘난타’ 당할 예정이다.

오는 10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개폐회식의 총감독을 맡은 이가 다름 아닌 세계적인 공연 ‘난타’의 주인공 송승환 감독이기 때문이다. 순전히 ‘재미’ 때문에 이 일을 흔쾌히 허락했다는 송 감독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아~ 전국체전 개폐회식도 재미있구나!”

50대의 중량감 있는 신사일 것이라는 기대감은 첫인상에서 한방에 무너졌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 차림의 송 감독은 30대 청년 같은 모습이었다. 기존의 틀과 상식의 경직성을 깨려는 청년정신을 가진 그답게 일을 선택할 때도 ‘재미’에 기준을 둔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22년만에 치러지는 ‘제92회 전국체전’ 개폐회식 총감독을 흔쾌히 수락한 이유도 이 ‘재미’때문이란다. 단순명쾌하다. 야외에서 하는 대형공연이라서 재미있겠다 싶었다. 그 재미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재미있는 일을 해야 신나게 할 수 있잖아요. 재미없는 일을 하면 어떻게 신나게 할 수 있겠어요. 힘들지!”하며 유쾌하게 웃는 그다.

제92회 전국체전’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은 송승환 씨를 그의 사무실이 위치한 PMC프로덕션(서울 삼성동 코엑스 소재)에서 만났다.

감독직을 수락한 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과거 개폐회식 비디오자료를 모조리 뒤져보는 것이었다. 그 역시 그동안 체전 개폐회식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역시나 자료를 죽 훑어봤더니 한 마디로 ‘재미’가 없었다.

재미가 없으니 감동도 없다. 무용수 수백 명이 나와서 춤을 추는데, 무슨 춤을 추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고, 자막을 보니 어디 학생들이 한 두달 연습해서 하는 수준이었다.

“그 속에 무슨 ‘예술혼’이 있겠으며 ‘정열’이 있겠어요? 아! 이건 문제다 싶었죠!또 기존 개폐회식 공연은 자막을 읽지 않고는 저게 뭐하는지 잘 모르잖아요. 천년의 꿈을 안고 비상하는 뭔가를 표현했다는 내용의 자막을 읽어야 그런가보다 하고 알게 되잖아요.”

그는 “스타디움이라는 큰 공간에서 지나치게 적은 예산으로 진행하다 보니까 생긴 문제”라며 “자막을 읽지 않아도 무엇인지를 아는 그런 쇼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호수공원에서 하는 개폐회식 어때요?”

최근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폐회식을 본 사람들의 눈높이는 더욱 높아졌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폐회식의 예산은 6천억이었다. 전국체전 개폐회식은 35억이다.

“눈높이는 6천억짜리를 봤고, 35억으로 6천억짜리를 만들수는 없고, 고민스럽더군요.”

경기도 전국체천 자문위원회에서 기존 개폐회식의 문제점을 발표하며 개선점을 제시하는 송승환 감독 (사진=경기도체전단)

자문회의를 하면서 고양종합운동장도 가봤다. “그라운드가 너무 커서 여기서는 뭘 해도 재미와 관객의 집중력을 갖기는 쉽지 않겠다”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어요. 예산과 맞지 않은 너무 큰 공간이었지요.”

‘작은 장소로 옮기면 예산도 훨씬 효과있게 쓸 수 있는데, 수백 명을 동원해서 추는 춤보다 실력있는 아티스트 한 명의 춤이 훨씬 감동인데 꼭 여기서 개폐회식을 해야하나? 스타디움 옆에 호수공원이 있으니까 거기서 개폐회식을 하면 안 되나? 어차피 공원도 생활체육공간이니까 공간을 좁혀서 알차고 재미있게 할 수는 없을까?’

무수한 생각들의 그의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일산에 살았기에 호수공원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는 그라운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얘기하며 호수공원을 적극 추천했다. 그의 논리적인 주장에 자문위원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된다! 개폐회식은 스타디움에서 해야한다!’고 고집할 줄 알았던 공무원들이 흔쾌히 찬성해준 것이 오히려 놀라웠다. 다행히 그들도 예산과 공간의 한계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던 터였다.

오는 10월 ’92회 전국체전’이 열릴 고양시 호수공원 (사진=경기도체전단)

그렇게 장소를 호수공원으로 옮겨놓고 나니 여러 가지로 아이디어가 쉴 새 없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뮤지컬을 만들고 공연을 올렸던 크기로 무대가 축소되니까. 그 예산 가지고도 멋진 쇼를 만들 수 있겠다 싶더군요. 35억에 걸맞는 무대인거죠! 그라운드에서 하려면 최소 350억은 들여야 할 걸요!”

요즘은 공연도 모든 것이 돈이다. 무대 하나 만드는 것도, 특수효과를 넣는 것도, 조명 하나도 다 돈이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아는 송 감독이기에 그의 눈에 호수공원은 35억이라는 예산에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무대였다.

기존엔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이 많이 출연했다면, 이번엔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프로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고급스럽고, 세련되고, 재미있으면서도 품격있은 개폐회식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에 대한 선입견도 이번 기회에 모두 날려버리겠다는 게 그의 목표이다.

“그냥 재미있는 ‘쇼’ 한 편 즐기러 오세요!”

개폐회식에 관한 기본적인 구상은 끝냈다. 식전, 공식, 식후행사라는 개폐회식의 형식적인 틀을 ‘부셔버렸다’고 그는 표현했다. 그의 눈빛과 말투에서 이번 행사에 임하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냥 재미있는 ‘쇼’를 한 편 보여주려고 해요. 도미노들이 움직여 뭔가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도미노쇼를 한다든가 선수선언, 개회사라든가 하는 꼭 해야 하는 공식세리머니 후에는 크로스오버 장르의 다양한 멀티미디어쇼를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는 자막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도미노쇼, 멀티미디어쇼를 계획중이라고 했다. 폐회식에선 카퍼레이드와 K-pop콘서트도 펼칠 계획이다. 송승환 하면 ‘난타’가 생각난다고 했더니, 그런 선입견마저 깨버리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체전기획단과 회의중인 송승환 총감독 (사진=경기도체전단)

이번 전국체전은 개폐회식 공간을 호수공원으로 옮긴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워낙 버림받은 행사였기에 오히려 고맙다.”며 “이리 봐도 재미있고, 저리 봐도 재미있는 쇼를 만드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했다.

다만, 호수공원의 호수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는 없다. 깊이도 깊지 않고,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호수가 좋은 비주얼이 되도록 요트도 띄워놓고, 운석이 떨어지는 쇼도 하며 약간이라도 활용할 예정”이라며 “꼭 보고 싶은 사람들은 현장에 와서 보고, 못 오면 TV중계로도 볼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경제대국 뿐아니라 문화대국도 되기 위해서는 공연 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공연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풍토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복지가 꼭 필요하지요.”

그러면서 그는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이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할 좋은 공연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송 감독은 해외시장을 목표로 ‘늑대의 유혹’이라는 뮤지컬을 런칭해 더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다양한 문화를 즐길 줄 아는 국민들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이번 전국체전 개폐회식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하게 되길 바란다. 오는 10월 그의 무대가 더욱 기다려진다.

한편, 경기도에서 열리는 제92회 전국체전 개폐회식 관람석은 스타디움의 절반 정도인 1만 5천 석이며, 입장 관람권은 9월 중에 체전홈페이지(www.ggsports2011.kr)를 통해 공지된다.

※ 송승환 감독은 누구?

탤런트, 영화배우인 송승환 총감독은 뮤지컬 ‘난타’를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시킨 PMC프러덕션 공동대표 이사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세계를 난타한 남자 문화 CEO 송승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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