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협력단(KOICA) 대외무상원조자금으로 올 2월 준공한 농업용관개수로가 세차게 내린 단 한 번의 비로 힘없이 무너지면서 원주민 농경지를 덮쳐 피해보상 문제 등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4일 비엔티안주 문군에 시간당 40mm의 비가 내렸고, 물을 분배하는 콘크리트구조물이 터지면서 부분적으로 홍수가 발생, 인근 농경지 약 4ha를 덮쳐 모래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로 인해 RSC3구간 1,665m와 RSC3-1구간 1,754m는 수량 조절기능을 상실해 무용지물이 되었고, 집수조에서 떨어져 나온 시멘트덩어리와 건축용 자재들이 현장에 나뒹구는 등 흉물스럽게 변해버렸다.

현장에서 만난 남히마을 주민 ‘켓 사와나(Ket Savana.40.여)’는 “강한 비가 30분정도 내리고 나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둑이 무너져 홍수가 났다”며 “논농사로 1년에 혹란낍(800불)을 벌어 겨우 먹고 사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관개용 댐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차례 물을 흘려보내지 않았고, 내린 빗물이 집수조로 모이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이 골짜기에 저런 것(관개수로)을 만들어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 농민이 발생하면서 주정부 관계공무원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익명을 요구한 공무원은 “국지성 소나기였을 뿐인데 이 정도라면 6~7월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면 수량의 유입이 많은 저지대 수로는 형체도 없이 사라질 것이 뻔하다”며 “피해 농민들에게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지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장비도 없는 중국기업이 낙찰 받아 장비를 임대하는 형식으로 라오스 업체에 헐값에 재하청을 주었기 때문에 부실 공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한두 번도 아니고 코이카가 공사한 곳은 항상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코이카 자체감사단과 현장을 방문했다는 신임 라오스 코이카 소장은 “주정부의 의견에 따라 약간의 보수는 필요하지만 한국인 농수로 전문가 지적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최종 결론지었다”며 “라오스는 토양 상태를 봤을 때 흙수로가 적합하며, 흙으로 만든 수로는 떠내려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외면했다.

한 술 더떠 그는 “사후관리는 1~2년동안 시공업체에서 보수하도록 되어 있어 걱정 할 것 없다”며 “댐에서 물을 흘려보내고 수로 유지 보수는 전적으로 라오스의 원주민의 몫”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그는 사후관리를 위해 코이카가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관리교육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라오스 한인회 관계자는 “십 수 년 전부터 우리 교민들이 일궈놓은 한국인의 신뢰를 무책임한 외교부 공무원들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번 라오스 부실공사와 관련해 해당 기관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을 경우 외교부와 정부기관에 정식으로 감사를 요구하고 한인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하고 “국민들 혈세를 물에 떠내려 보내고도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는 공무원들이라면 차라리 라오스에서 철수하는 게 교민과 한국인 사업자들을 돕는 일”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08년, 사전조사를 담당했던 우리나라 농업용토목공사 전문가들도 문군 수로의 문제점과 부실공사를 예견했었다. 당시 조사단에 참가했던 A씨는 ‘콘크리트 라이닝수로를 만들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전 소장은 ‘예산이 없어 흙수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다투었다는 후문이다.

아세안투데이는 지난 3월부터 폰홍군 RSC7구간 부실공사와 문군 남히마을 농업용관개수로의 안전성 문제, 힌흡 농업용관개수로 입찰 비리 의혹, 아직도 공사중인 어린이병원 등 코이카 해외사업의 문제점을 수차례에 걸쳐 조목조목 지적했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산하 라오스 코이카사무소 측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비상시와 공지를 위해 수집한 대사관 이메일을 통해 교민들에게 반박문을 보내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으로 일관, 라오스 1300여명의 교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무너진 문군 관개수로는 입찰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꽝뚱No3’가 320만불에 낙찰 받아 2008년 공사를 시작해 올 2월 준공식을 가진 곳으로, 우리나라 해외무상원조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으며 코이카 라오스사무소가 추진한 대형프로젝트 중 하나다.

한편, 지난 20일, 이명박 정부는 임기가 끝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박대원 이사장을 연임시켰다. 박 이사장에 대한 연임은 ‘KOICA 선진화 계획’을 수립해 현장과 지역, 성과중심의 효과적 무상원조사업수행 기틀을 마련했다고 판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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