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권력비리, 토착비리와 함께 교육비리 척결을 강조해왔다. 검찰총장 역시 비슷한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최근 최고 사정기관 수장이 된 감사원장 역시 교육비리 척결에 매진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힌 바 있다.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등이 참여한 ‘교육비리척결 맑은교육시민사회연대’에서는 거액의 불법 찬조금 조성 및 사용과 관련해 대원학원 이사장과 학교장, 서울시교육감권한대행을 횡령과 배임, 직무 유기 등으로 지난해 4월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이는 진정한 교육비리 척결이 한두 번의 구호나 선언으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라, 그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함으로써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오늘 발표된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는 대통령의 비리척결 의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검찰은 대원학원 이사장과 대원외고 학교장 등을 공금횡령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 관련자는 전원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사결과는 이미 알려진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이어서 검찰이 비리 척결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수사한 것인지, 사정당국이 과연 고질화된 교육 비리를 척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근 사립 초등학교의 입학 장사 사건의 무혐의 처리와 함께 검찰이 유독 사학 비리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고 있는 듯하다.

이번 수사 결과에서 학부모로부터 300만원에서 1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 받은 학교 교직원들을 전원 무혐의 처리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미진하며 회계 미편입 금액의 정확한 사용처에 대해서도 치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당시 교육감 권한대행은 이런 불법적인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징계 양정까지 대폭 낮추어 준 점을 감안하면 직무유기 부분의 무혐의 처리도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오늘 발표된 수사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교육 비리가 근절되지 않은 가장 중요한 원인이 교육 비리를 불법으로 보지 않는 검찰의 인식과 교육 비리 근절에 대한 소극적인 수사 의지에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최근 ‘사립초등학교 입학 장사’와 같이, 사립학교 교원의 금품수수, 학부모에 대한 찬조금 요구 등의 사립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에 대한 대폭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 사립학교 교원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형법상 뇌물죄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징계권을 가지고 있는 사립재단의 이해에 의하여 비리혐의자에 대한 중징계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현재 사립학교는 만연한 교육 비리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감독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교육비리 근절을 위하여, 먼저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하여 교직원의 뇌물수수와 같은 범죄에 대하여는 엄격한 처벌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현재 초·중등교육법의 학교발전기금 관련조항과 기부금모집 및 그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모집법’) 등을 대폭 보완하여 학부모들이 사실상 학교의 강요에 의하여 불법 찬조금을 모집해 왔던 관행을 폐지해야 한다. 즉, 학교발전기금의 부정사용 관련 초중등교육법상 벌칙규정을 신설하고, 학교기성회 등이 모집한 금품을 모집이 제한되는 기부금으로 보지 않고 있는 현행 기부금모집법 역시 개정되어야 한다.

대원외고는 공식적인 학비 외에 무려 20억 원에 해당하는 불법찬조금을 걷었다. 서민의 자녀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기 때문에 입학을 꺼리고 있다. 오늘의 수사 결과는 서민들에게 자괴감을 안겨줄 뿐이며 교육비리가 지능화, 고착화 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수사 결과를 비웃듯 오늘 이 순간에도 수많은 학교의 학부모들은 불법 찬조금을 걷고 학교는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피해자의 폭로 → 학교 측의 법망 빠져나가기 → 행정기관의 봐주기식 감사 → 검찰 고발 → 면죄부만 주는 수사 결과 → 교육 비리 고착이라는 수순이 반복될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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