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격 사건을 겪은 연평도 주민 상당수가 여전히 불안과 우울을 호소해 치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천의대길병원 의료진은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벌이고 지속적인 검진과 관리를 약속했다.

가천의대길병원은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동안 포격의 상처를 딛고 새 희망을 일구고 있는 연평도를 방문해 주민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랬다. 의료진은 연평도 내 연평임시보건지소에 임시진료소를 마련하고 사전 안내를 통해 보건지소를 방문한 주민을 대상으로 각종 검진 활동을 벌였다. 봉사단은 정신과 조성진 교수 등 의사 5명과 간호사 3명, 임상병리사 2명, 치과 기공사 1명, 임상병리사 2명, 행정지원인력 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길병원은 포격 사건 이후 일상으로 복귀한 주민들이 남몰래 겪고 있을 심리적 불안과 우울, 불면 등 정신 장애를 검진하고, 치유하기 위한 취지에서 이번 방문을 준비했다. 길병원은 지난해 11월 포격 사건 직후 인천의 한 찜질방에 머무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찜질방 내에 임시진료소를 마련하고 주민들의 건강을 돌본 바 있다. 당시 일부 주민은 입원을 해야할만큼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의료진은 판단했다. 길병원은 이번 방문을 통해 당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주민들의 현재 건강상태를 검진하고, 심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했다.

의료진은 1차적으로 의료 낙후 지역인 섬 주민들에 대한 문진과 심전도, 혈액검사 등 기초 신체검사를 진행했다. 특히 의료진은 이번 기회에 암 검진 취약 지역 주민을 위한 암검진을 실시해 주민들의 암 예방 관심을 이끌어냈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선정하는 인천지역암센터로 선정된 길병원은 암검진에 취약했던 섬지역 주민들에게 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는 등 인식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암 검진을 위해서는 암지표 검사가 시행됐으며, 검진 결과는 정확한 분석을 통해 추후 주민들에게 직접 통보할 예정이다.

또 고령임에도 기초적인 치과검진 조차 어려웠던 주민을 위한 구강 검진도 진행됐다. 의료진은 리스테린, 틀니세정제, 틀니접착제, 틀니케이스, 칫솔, NBF gel, 치실 및 칫솔 등 구강위생 용품 640개를 가져가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또 기공용 모터와 컴프레셔, 가압중합기 등을 현지로 가져가 간단한 치과를 진행했다.

의료진 방문 소식에 일찍부터 보건지소를 방문한 주민들은 그동안 겪은 심신의 고통을 호소하며 의료진을 반겼다. 이틀간 진행된 진료를 통해 100여명의 주민이 진료소에 다녀갔다. 중복 진료를 받은 주민을 포함해 가정의학과·응급의학과 검진을 받은 주민이 63명, 치과진료 53명, 정신과 37명의 주민이 검진을 받았다. 정신과 진료를 희망한 37명의 주민은 포격 이후 다시 찾은 연평도에서 여전히 불안과 불면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13명은 별도의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의료진은 진단했다.

주민 황모(65·여)씨는 문득문득 포격 장면이 떠올라 불안을 느낀다고 했다. 황씨는 “찜질방에 머무를 때도 포격 장면이 떠올라 정신상담을 받았고, 호전됐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연평도로 돌아와 포격으로 불에 탄 건물을 보니까 당시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황씨는 “밭일이나 집안일을 할 때나, 연평도에서 다시 사격 훈련을 할 때 갑자기 그 때 기억이 나면 불안하고 초조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황씨는 그러면서 “마음은 답답한데 마땅히 정신상담을 할 곳이 없었는데 길병원 의료진이 와주어서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가끔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당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길병원에서 입원 치료까지 받았던 주민은 연평도 귀환 후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모(56)씨는 “입원해서 치료를 받을 때는 많이 나아졌었는데 다시 돌아와보니 불안과 초조 증새가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황씨와 이씨 외에도 많은 주민들이 크고 작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의료진은 일부 주민에게는 현지에서 진단을 내리고 약을 처방했다. 주민들을 진료한 정신과 조성진 교수는 “포격 이후 찜질방에서 피난생활을 해온 주민을 위해 검진을 실시했었는데, 연평도 복귀 후 건강상 문제가 생겼을까 싶어 후속 조치로 연평도를 찾았다”며 “주민들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길병원은 연평도를 비롯해 서해5도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연속성을 갖고 의료봉사를 펼칠 계획이며, 특히 연평도 주민들의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