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에 성공한 ‘청와대 쪼인트 사장’ 김재철 씨가 작정한 듯 MBC를 망치고 있다. 지난달 ‘시사교양국’을 제작본부에서 편성본부로 옮기는 상식 밖의 조직개편으로 MBC의 비판 기능을 마비시키려 들더니, 이번에는 노골적인 <PD수첩> 무력화에 나섰다.

2일 MBC는 <PD수첩> 제작진 11명 가운데 6명을 다른 부서로 발령했다. 제작진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이뤄진 ‘강제 발령’이었으며, 시사교양국 피디들의 반대 목소리도 묵살됐다.

특히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m의 비밀’ 등 이명박 정권 아래서도 꿋꿋하게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했던 최승호 피디는 아침 프로그램으로 발령받았는데, 외주제작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어서 사실상 ‘관리직’이라고 한다. 피디가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도록 손발을 잘라 쫓아낸 셈이다. 최 피디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다닌 ‘소망교회’를 취재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사측이 최 피디를 관리직으로 쫓아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앞서 김재철 씨가 자신의 고교 및 대학 후배이자 소망교회 신도인 윤길용 씨를 시사교양국장에 앉혔을 때부터 이 같은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아니나 다를까 윤 씨는 시사교양국장이 되자마자 ‘1년 이상 된 PD를 교체한다’며 <PD수첩> 제작진을 갈갈이 찢어놓은 것이다.

한편 라디오 쪽에서도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무력화 시도가 우려되고 있다. 새로 라디오본부장이 된 이우용 씨가 그동안 <손석희의 시선집중>,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문제를 거론해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행자 교체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양식 있는 시민들의 눈에 비친 MBC의 모습은 참으로 딱하다.

‘청와대 쪼인트 사장’으로 존재 자체가 망신인 김재철 씨가 연임되고, 전임 사장 엄기영 씨는 ‘나는 정권에 쫓겨나지 않았다’고 외치며 한나라당에 ‘투항’해 보궐선거에 나서고, 국민의 마음에 그나마 위로를 주던 <PD수첩>을 비롯한 시사프로그램들은 연일 핍박을 받고 있다. MBC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시사프로그램을 죽이면 MBC의 존재감도 흔들린다.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W> 등등 그동안 MBC의 시사프로그램들은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심층 취재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MBC를 ‘꼭 필요한 방송’으로 각인시켜 주었고, 수많은 상업채널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MBC가 사회적 영향력과 위상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그런데 ‘청와대 쪼인트 사장’ 김재철 씨는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시사프로그램을 무력화함으로써 MBC의 위상과 영향력을 갉아먹고 나아가 MBC의 정체성을 파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큰집’을 닮아 MBC 안팎의 비판과 우려에 대해 귀를 닫고 모든 것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김재철 씨에게 “MBC와 자기 자신을 위해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이 아플 정도로 말해왔다. 그러나 김 씨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김 씨에게 다시 한번 경고한다. 한나라당 정권이 천년 만년 갈 것이라는 어리석은 기대를 버리고 이제라도 ‘큰집’이 아닌 국민들의 요구를 들어라.

<PD수첩> 제작진을 비롯한 MBC 구성원들에게 당부한다.

우리는 <PD수첩>이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PD수첩>은 온갖 시련을 이겨내면서 MBC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국민의 프로그램’이 되었다. ‘큰집에서 쪼인트나 까이는’ 인물이 그 내공을 섣불리 짓밟을 수 없을 것이다. 최승호를 쫓아내면 제2, 제3의 최승호가 나와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울러 MBC 피디들을 비롯한 모든 양심적인 구성원들이 나서 정권 차원에서 벌어지는 ‘시사프로그램 죽이기’, ‘MBC 비판정신 죽이기’에 맞서 달라. 지금 정권의 MBC 장악에 맞서지 못하면 시사프로그램을 넘어 모든 프로그램이 위협받고 결국 MBC의 존립까지 위태로워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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