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전망 확충은 우리사회 핵심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는 세계 경제의 부침은 노동시장의 불안을 확대하고 고용을 위협하고 있다.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실업자는 400만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불안과 실업의 고통은 취약근로계층인 청년층, 영세자영업자, 임시·일용직 등에 집중되고 있으며 더욱 심각한 현실은 이들 계층들이 고용안전망에서 배제(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경제위기에 따른 실업의 고통이 취약계층에게 집중된 것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이름하에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으며 그 자리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대체했다. 이로 인해 근로빈곤층의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했음에도 현행 사회안전망 및 근로복지 제도들은 이들 취약 근로계층의 사회적 위험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양극화나 취약한 사회안전망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너무나 취약하다. 청년인턴제, 시간제 일자리 등과 같은 일자리 대책에서 드러나듯 이명박 정부의 고용 정책은 임기응변적이고 단기적인 처방에 그치고 있으며 사회안전망의 제도적 보완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외면하고 있다. 문제에 대한 근원적 인식 및 구조적 해결 방법에 대한 모색이 없다면 우리사회의 고용사정은 점점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정치권의 ‘복지국가’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복지국가’에 대한 이름 붙이기 경쟁과 허울뿐인 선명성 경쟁속에는 복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가 빠져있다.

우리시대의 복지는 좋은 ‘일자리 창출형 복지’여야 하며 취약근로계층의 사회적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형 복지’여야 한다. 이러한 복지를 통해서만 국민들이 질병, 장애, 노령, 실업 등 각종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복지국가의 기본 과제일 것이다.

지난해부터 국회에는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에게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려는 법안이 여러 건 제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현 시점에서는 실업의 위험에 대비해 고용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한 법안의 처리가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답보 상태이다.

입으로는 복지 확충을 운운하면서도 복지대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고용실업대책 법안에 대한 논의를 외면하고 있다면 복지국가 건설에 대한 정치권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권이 외치는 복지국가가 대선과 총선을 의식한 선거용 슬로건이라는 비판을 면키 위해서는, 복지국가의 기본인 사회안전망 강화와 안정적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관련 법안들의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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