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화예술 대국민 업무보고 현장서 만난 시인 신용목
그런데 이런 예술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 가운데에서도 유독 눈길이 가는 이가 바로 시인 신용목 씨였다. 신 씨는 2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토론회 내내 차분한 듯 거침없는 언변으로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술인 복지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한 연극인 박정자 씨와 음악감독 박칼린 씨에 이어 발언기회를 얻은 신 씨는 “한 마디 거들어야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10년 전쯤 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시인은 위험직종군으로 분류돼 보험료가 엄청 비싸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차라리 백수로 해달라고 했어요. 결국 취업희망생으로 처리했는데 보험료가 크게 내려가더라구요.”
‘시인은 곧 백수’라는 공식이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데 대해 그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 했다. 37세의 시인 신용목이 처한 현실이 우리 사회의 젊은 예술가들의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현장에서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에 응한 그는 “예술정책이 가진 작가 지원의 가장 순수한 형태는 문학 창작 지원일 것이다. 그러나 그 지원형태나 양식에 있어선 그 취지와 무관하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며 좀더 구체적인 애기를 털어놨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그에 대한 평가는 항상 계량화된 수치로 해요. 발간부수, 독자, 관객참여도, 수상내역 등이 평가 지표가 되는데, 이런 게 모두 경제적 논리에 의해 산출되고 있다는 점은 한 번 고민해봐야 해요“
신 씨는 자신도 “공인기관에서 주는 몇 개의 상을 받았지만 상금에 더 눈이 갔던 게 사실이었다.“며 ”작가의 창의성은 다양성에 의해 유지되는데, 산출되는 결과를 유념하다보면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예술이 결국 왜곡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큰 문제로 보조금 지급 규정을 지적했다. 작가료를 지급할 경우 작가에게 지급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되는데, 작가들이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증명해야 되는 규정 자체가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 “창작지원기금을 받았는데, 쌀 사고 기름 넣은 것까지 증명해야 한다고 해서 다시 돌려줄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는 대목에서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신 씨는 “일반 사람들은 돼지꿈을 꾸면 내일 당장 복권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인들은 ‘아, 내일 좋은 시상이 떠오르겠구나’라고 생각한다”는 비유를 들며 “다른 직업에 비해 시인들은 이처럼 경제성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다보니 자본주의 하에선 어쩔 수 없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문화예술의 특수성을 감안한 정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아울러 “작가 지원은 작가의 작업을 응원하는 측면에서 집행되어야 한다.”며 “지원을 통해 단순히 쌀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니라 쌀과 함께 장미꽃도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예술가들을 관리하는 이유는 그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이루는 정신문화를 관장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며 “작가들의 작업이 비록 대중에게 어필되지 못하고 상업적으로 소비되지 못하더라도 그 다양성으로 인해 문화적 가치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날 많은 예술인들이 지적한 조기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동감을 표했다. 특히, “좋은 예술이 공명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조기교육을 통해서 우리나라에도 예술적 거장이 탄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인 신용목은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거머쥐며 문단에 데뷔했다. 2008년에는 제2회 시작문학상과 제5회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2004년 출간한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2007년 출간한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