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화예술 대국민 업무보고 현장서 만난 시인 신용목

17일,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2011 문화예술국 대국민 업무보고’에는 연극계의 대모로 불리는 배우 박정자 씨를 비롯해 ‘남자의 자격’ 합창단으로 유명한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씨, 한국의 대표 발레리노 김용걸 씨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이런 예술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 가운데에서도 유독 눈길이 가는 이가 바로 시인 신용목 씨였다. 신 씨는 2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토론회 내내 차분한 듯 거침없는 언변으로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술인 복지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한 연극인 박정자 씨와 음악감독 박칼린 씨에 이어 발언기회를 얻은 신 씨는 “한 마디 거들어야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10년 전쯤 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시인은 위험직종군으로 분류돼 보험료가 엄청 비싸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차라리 백수로 해달라고 했어요. 결국 취업희망생으로 처리했는데 보험료가 크게 내려가더라구요.”

‘시인은 곧 백수’라는 공식이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데 대해 그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 했다. 37세의 시인 신용목이 처한 현실이 우리 사회의 젊은 예술가들의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현장에서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에 응한 그는 “예술정책이 가진 작가 지원의 가장 순수한 형태는 문학 창작 지원일 것이다. 그러나 그 지원형태나 양식에 있어선 그 취지와 무관하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며 좀더 구체적인 애기를 털어놨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그에 대한 평가는 항상 계량화된 수치로 해요. 발간부수, 독자, 관객참여도, 수상내역 등이 평가 지표가 되는데, 이런 게 모두 경제적 논리에 의해 산출되고 있다는 점은 한 번 고민해봐야 해요“

신 씨는 자신도 “공인기관에서 주는 몇 개의 상을 받았지만 상금에 더 눈이 갔던 게 사실이었다.“며 ”작가의 창의성은 다양성에 의해 유지되는데, 산출되는 결과를 유념하다보면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예술이 결국 왜곡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큰 문제로 보조금 지급 규정을 지적했다. 작가료를 지급할 경우 작가에게 지급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되는데, 작가들이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증명해야 되는 규정 자체가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 “창작지원기금을 받았는데, 쌀 사고 기름 넣은 것까지 증명해야 한다고 해서 다시 돌려줄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는 대목에서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신 씨는 “일반 사람들은 돼지꿈을 꾸면 내일 당장 복권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인들은 ‘아, 내일 좋은 시상이 떠오르겠구나’라고 생각한다”는 비유를 들며 “다른 직업에 비해 시인들은 이처럼 경제성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다보니 자본주의 하에선 어쩔 수 없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문화예술의 특수성을 감안한 정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아울러 “작가 지원은 작가의 작업을 응원하는 측면에서 집행되어야 한다.”며 “지원을 통해 단순히 쌀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니라 쌀과 함께 장미꽃도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예술가들을 관리하는 이유는 그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이루는 정신문화를 관장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며 “작가들의 작업이 비록 대중에게 어필되지 못하고 상업적으로 소비되지 못하더라도 그 다양성으로 인해 문화적 가치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날 많은 예술인들이 지적한 조기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동감을 표했다. 특히, “좋은 예술이 공명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조기교육을 통해서 우리나라에도 예술적 거장이 탄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인 신용목은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거머쥐며 문단에 데뷔했다. 2008년에는 제2회 시작문학상과 제5회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2004년 출간한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2007년 출간한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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