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임준 교수
국내 연구진이 이른바 ‘녹색혁명’을 이끈 다수확 품종에 작용하는 식물성장 호르몬의 신호전달 매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 다양한 환경 조건아래서의 다수확 품종의 대량생산 유지와 뿌리 생장을 개량한 신품종 개발에 관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

건국대 생명공학과 임 준 교수 연구팀과 미국 듀크대 타이핑선 교수팀은 1일 식물생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지베렐린(gibberellin)(GAs)이 세포 내에서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유전자의 상호작용 매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임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 학술지인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PNAS( Proc. Natl. Acad. Sci. USA) 온라인판에 최근 2편 연속 발표됐으며 2월 중순 발간될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2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들 연구팀은 실험용 식물인 애기장대를 이용해 일명 녹색혁명유전자로 알려진 ‘DELLA‘와 이 유전자의 하위에 있는 식물특이적 전사조절인자 중 하나인 ’SCL3’(SCARECROW-LIKE 3) 유전자간 상호작용을 통해 식물호르몬인 지베렐린이 세포 내에서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사실과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뿌리생장이 조절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이같은 매커니즘을 통해 유지된 정성적인 지베렐린 신호전달 과정이 식물의 뿌리 생장 및 발달 과정에 있어서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애기장대의 뿌리에 특수유전자유도제(DEX)를 처리한 상태에서 SCL3유전자가 결핍된 경우 뿌리의 생육과 새포 신장이 매우 부진하고 억제된 반면 SCL3 유전자를 과발현 한 개체군에서 뿌리 세포의 신장이 12시간 이후 눈에 띄게 커져 3일 후에는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생육 차이를 보였다.

애기장대에 존재하는 식물특이적 전사조절인자군인 GRAS는 식물체 내에서 호르몬 신호전달 및 발생과정에 중요한 유전자의 발현을 전사(transcription)단계에서 조절하는 유사한 유전자들의 집합인데, 이번 연구에서는 GRAS 유전자군에 속해있는 33개의 유전자 중 SCL3유전자가 동일 그룹내 다른 유전자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대표적인 식물호르몬인 지베렐린의 신호전달기작을 뿌리의 내피(endodermis)층에 특이적으로 유도함과 동시에 지베렐린 항상성 유지에 관여하며, 뿌리세포의 분열 및 길이생장을 서로 조화롭게(coordination)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분자유전학적방법을 통해 밝혔다.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녹색혁명’을 불러 일으킨 다수확 신품종 작물들은 알고 보면 식물호르몬 지베렐린의 생합성 또는 신호전달경로에 이상이 생긴 변이체인데 이렇듯 식물생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물 호르몬의 신호전달경로는 분자수준에서 구체적으로 잘 연구가 되어있는 반면, 신호전달과정 과정과 어떻게 특정세포와 상호작용을 하며 세포 내 발달 프로그램들과 연계되는지 등 매커니즘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었다.

임준 교수는 “지베렐린은 식물이 살아가는데 있어 전(全)주기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물호르몬으로 이번 연구를 통해 세포 내 지베렐린의 항상성 유지가 식물생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들을 제공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이번 연구를 통해 다양한 환경적 조건 하에서 지베렐린의 항상성유지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으며 이를 이용해 뿌리생장을 개량한 신품종개발에 관한 새로운 대안이 제시됐다고 할 수 있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는 교과부 일반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임준 교수가 두 편의 논문에 교신저자와 공동저자로 각각 참여했으며 같은 호에 나란히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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