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재 가격 상승, 유동성 팽창, 저금리, 공급교란, 계절요인 등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 심화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과 원화절상을 용인할 필요성 점증, 2월 중 기준금리 추가 인상 분위기 고조
기준금리 인상 시 단기적으로 증시 및 경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 내수보다는 수출이 긍정적
(미국)신흥국 긴축과 강달러 반전에 따라 수출 동력 약화된 대신 소비 증가세는 지속될 전망
소매업을 시작으로 원활한 재고조정 진행 중, 아직 증산 압력이 본격화되기에는 다소 미흡한 상황

◇한국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 점증, 수출에 유리한 국면

지난해 8월부터 빠른 속도로 하강하던 국내경기는 11월을 기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호한 소비 흐름이 이어진 가운데, 선진국 소비 개선으로 수출 모멘텀이 재차 부상하며 IT 업종의 재고부담이 다소 완화된 결과다. 이에 경기하강 우려는 일부 불식되고 있으나, 인플레이션 우려는 점차 심화되는 모습이다.

통화정책의 우선순위가 경기에서 물가로 조금씩 옮겨가는 상황에서, 경기회복세 재개와 인플레이션 우려라는 경제환경 변화로 인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시점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금주에 1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개최되는데, 현재 컨센서스는 동결이 우세하다. 하지만 구정연휴가 끝난 후 열리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가상승 압력이 커진 배경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대외발 요인이다. 최근 3∼4개월 동안의 국제원자재 가격 오름세는 시차를 두고 공업제품 및 서비스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경상수지 흑자 및 외국인의 국내증권 투자자금 유입으로 인한 해외발 유동성 유입도 물가상승 압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둘째, 마이너스(-) 실질금리와 풍부한 국내유동성 등이다. 지난해 하반기 2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펀더멘탈에 비춰볼 때 금리의 절대적 수준은 여전히 낮다. 또한 금융위기 당시 한국 정부도 공격적인 통화완화정책을 실시했던 만큼, 경제규모 대비 유동성이 지나치게 풍부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신용승수(M2/M1)가 2개월 연속 반등하는 등 화폐의 유통속도(신용창출)도 빨라지고 있다.

셋째, 공급교란과 계절적 상승 압력이다. 구제역 확산과 구정 가수요 등에 따라 신선식품 물가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에는 계절적으로 공공서비스, 개인서비스 등 물가가 오르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금주에 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공급교란과 계절적 상승 압력에 대해서는 수입 확대, 유통망 조사,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의 미시적 대응책으로 어느 정도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풍부한 유동성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궁극적으로 기준금리의 선제적 인상이 필요하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원화가 절상되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도 약화될 수 있다.

물론 기준금리 인상은 내외금리차 확대로 연결돼 해외발 유동성 유입을 촉진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이에 정부는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와 채권투자 원천징수 면제 폐지, 은행세 도입 등의 자본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원화 절상을 용인해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는 만큼, 정부의 자본규제 강도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 원화절상이라는 거시경제정책의 조합은 중기적으로 증시 및 경기에 부정적일 수 있다. 다만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개선 기대감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심화된 점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이 당장 증시 및 내수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가 속등할 경우 채권에 투자된 자금이 일부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 이 밖에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내증권 투자로 인한 환차익 매력이 커질 수도 있다.

환율은 각국 통화의 움직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PIGS 사태로 유로화 약세 압력이 계속돼,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 그리고 유럽과 경쟁하는 수출업체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엔고 현상은 지속되며, 위안화도 달러화에 대해 동반 절상됨에 따라 일본 및 중국 기업 대비 수출 가격경쟁력은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다. 이들 지역으로의 수출도 마찬가지다. 대미국 수출의 경우에도 한국이 주로 경쟁하는 일본, 중국에 비해 수출 가격경쟁력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소비 개선이 뒷받침돼(Q의 개선이 P의 악화를 상쇄), 한국의 대미국 수출은 양호한 흐름이 유지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①경기부양보다 물가상승 압력을 억제하는 정책이 예상된다. ②이에 기준금리 인상, 원화절상이라는 거시경제정책 카드가 필요하다. ③이러한 거시경제정책 조합은 내수와 수출, 그리고 증시에 부정적이다. ④하지만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개선 기대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당장 증시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 것이다. ⑤또한 대일본, 대중국 수출 가격경쟁력과 미국 소비개선 등을 고려할 때, 수출은 양호한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다. ⑥즉, 상반기 중 내수보다는 수출이 경기상승 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⑦이는 당사의 지출항목별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미국, 소비의 양호한 개선에 힘입어 원활한 재고조정 진행 중

금주 미국에서는 11월 무역수지와 12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물가지표 등 실물경제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주요경제지표들이 다수 발표된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통화긴축과 PIGS 사태 재발로 인한 약달러 흐름 완화 등으로 11월부터 미국의 수출 증가세는 다소 정체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해외발 경기상승 동력은 약화됐을 것이다.

대신 연준의 양적완화정책 연장에서 비롯된 증시 상승과 억눌렸던 수요의 회복(Pentup demand), 고용여건 개선, 디레버리징 완화 등에 따라 소비지표의 긍정적 흐름이 이어졌을 전망이다. 12월 중 미국 자동차 판매는 2009년 8월 중고자동차 보상 프로그램 실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에 소매판매는 5개월 연속해서 전월대비 0.5% 이상의 증가세를 시현했을 것이다. 소비심리 역시 완만하게 호전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가 살아나면서, 소매업을 시작으로 유통재고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출하가 늘어나는 대신 재고가 줄기 시작하면서, 소매업 재고출하비율은 지난해 9∼10월 2개월 연속 반락했다. 소매업 재고소진에 이어 도매업 재고출하비율도 10월부터 반락했으나, 출하 증가폭이 재고 증가폭보다 컸기 때문에 아직 재고의 본격적인 소진으로 보기 어렵다.

제조업 재고출하비율도 11월에 소폭 반락했다. 마찬가지로 출하 증가폭이 재고 증가폭에 비해 컸던 데 따른 것이며, 제조업 역시 충분한 재고소진까지는 대략 1∼2분기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재고순환 흐름 때문에 소비 개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 증가세는 미흡한 편인데, 이는 제조업 설비가동률의 오름세가 주춤한 점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모기지금리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나, 주가 상승과 고용 개선 흐름이 이어질 시 소비 회복세는 지속될 수 있다. 이후 재고소진이 원활히 진행되면, 지난해 1/4분기와 같이 재고 재축적(Re-stocking)에 따른 생산 증가도 기대된다.

한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각종 물가지표는 오름폭이 커질 것이나, 아직 물가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값싼 주거비, 미흡한 인건비 상승 등이 물가안정 요인이며, 이에 핵심물가지표의 오름세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다만 미국 국채에서 물가연동국채 금리를 차감한 TIPS 스프레드는 크게 확대되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에서도 금리 및 원자재 가격 속등이 증시 및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익 개선과 낙관적 경기 흐름이 유지되는 만큼, 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증시 및 경기의 추세반전보다 속도조절 요인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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