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G20 의제별 성과와 막전막후]박정훈 G20준비위 국제기구개혁과장

 
박정훈 G20준비위원회 국제기구개혁과장

IMF 개혁시기 앞당겨…IMF 역사상 가장 포괄적이며 획기적 방안 도출

이번 서울정상회의에서 성과가 가장 컸던 과제 중 하나는 ‘국제금융기구 개혁’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서울정상회의 직후, 모 일간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제금융기구 개혁’이 여러 의제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는 기사도 있었다.

서울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국제금융기구 개혁 논의의 초점은 국제통화기금, 즉 IMF의 쿼터(Quota) 및 이사회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있었다. 참고로, IMF의 쿼터는 일반회사의 지분과 유사하나, IMF에서는 쿼터 규모에 따라 투표권, 대출규모 등이 결정된다. 국제금융기구 개혁 과제는 IMF 외에 ‘월드뱅크(World Bank)’ 등에 대한 개혁도 함께 다루고 있다. 상대적으로 의견대립이 크지 않았던 ‘월드뱅크(World Bank)’ 개혁에 대한 합의는 지난 6월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번 서울정상회의에서는 IMF 개혁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특히, IMF 개혁은 서울정상회의로 시한이 정해져 있었고, 이행목표가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되어 있는 등 G20 신뢰성 차원에서도 상징성이 큰 주제였다. 그 만큼 그 이행에 대한 부담감도 컸던 과제였다.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개혁 논의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기구, 특히 IMF가 위기예방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결국, IMF 쿼터와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가 세계경제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선진국 위주로 되어 있으므로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따라, 2009년 피츠버그에서 G20 정상들은 최소 5% 쿼타이전 및 이사회개혁 검토 등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혁 과제에 합의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원칙론적인, 큰 틀에서의 합의를 ‘어떻게’ 실행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G20내 논의 과정에서 정상선언문의 문구가 국가별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 ‘최소 5% 쿼터 이전‘의 경우 신흥국은 그 취지를 감안할 때 7%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선진국은 5%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가 쿼터를 양보하고 어느 국가가 혜택을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후진타오(왼쪽) 중국 주석,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후진타오(왼쪽) 중국 주석,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쿼터 이외에 다른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쟁이 계속되었다. 지난 1월부터 IMF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G20 국가의 대표자들이 모인 ‘워킹그룹(Working Group)’에서의 논의는 많은 경우 언쟁으로 끝나곤 했다. 그러나 ‘서울정상회의까지 합의가 어렵지 않겠냐’는 일각의 우려를 뒤로 하고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마침내 쿼타 및 지배구조 개혁 패키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신흥개도국의 발언권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획기적인 개혁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보면, 먼저 역동적인 신흥개도국으로 6% 이상쿼터를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BRICs 국가인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모두 10위권 이내로 순위가 상승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쿼터가 4%에서 6.4%로 증가했고, 이에 따라 미국, 일본에 이어 순위가 3위로 상승하게 되었다. 둘째, IMF 설립 이후 최대인 현행대비 100%의 쿼터 증액에 합의했다. IMF 쿼터는 약 3,800억 달러에서 이제 약 7,600억 달러로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사회 개혁 측면에서는 또 다른 큰 성과가 있었다. 이사회 규모는 현행 24명을 유지하되, 이번 쿼터개혁이 발효된 이후 최초로 진행되는 이사선출시 선진 유럽이사를 현행 9명에서 2명 축소하여 신흥개도국으로 이전하는데 합의했다. 주요한 의사결정이 이사회에서 주로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신흥개도국의 이사가 2명 증가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우리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협상과정에서 주도권을 갖고 IMF 및 주요국의 입장을 조정·중재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했다. 먼저, 서울정상회의 이후인 2011년 1월로 돼있던 IMF 개혁시한을 우리의 주도로 서울정상회의로 앞당겼다. 반드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의 반영이었다. 협상에 난항을 겪던 시기에는 미국, 유럽, 중국, 브라질 등 국가를 직접 방문해 타협과 양보의 필요성을 설득해 나갔다.

주요국 입장을 반영해 타협이 가능한 중재안도 제시했다 (최종 합의안은 우리의 중재안과 큰 차이가 없었다). 마지막 타협의 순간에는 수차례의 비공식 회의를 주선하고, 최종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합의된 IMF 개혁방안은 IMF 65년 역사상 가장 포괄적이며 획기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수행한 리더십에 대해 IMF 및 해외 언론에서도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후진타오(왼쪽) 중국 주석,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후진타오(왼쪽) 중국 주석,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이번 서울정상회의에서의 합의는 국내 및 세계경제 측면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먼저, 국내적으로 우리나라의 쿼타 및 순위 상승(1.4%에서 1.8%, 18위에서 16위)으로 187개 글로벌 멤버십을 가진 대표적인 국제기구에서 우리의 위상이 강화될 것이다. 쿼타비중 증가규모 측면에서 보면 중국, 브라질에 이어 3위 수준이다.

세계경제 측면에서는 선진국에 치우친 지배구조로 비판받던 IMF가 신흥개도국의 대표성을 제대로 반영함으로써 정당성 및 신뢰성을 높여 향후 IMF가 국제금융 안정 및 세계경제 성장의 안정적 지원역할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에 적합한 조직으로 진화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지배구조 개혁과 더불어 금번에 확충된 재원으로 인해 IMF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의 수준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특히, 향후 위기예방을 위한 감시활동 강화,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포괄하는 국제통화체제 등을 좀 더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번 IMF 개혁안에 대한 합의는 상반기 ‘월드뱅크(World Bank)’ 개혁안에 대한 합의에 이어 국제금융기구 개혁을 마무리하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앞으로도 국제금융기구 개혁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다.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에 대응하여 IMF 등 국제금융기구가 효과적으로 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논의에서 서울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중재하고 조정했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 및 신뢰관계가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이제는 의장국이 아니지만 여전히 전임 의장국으로서 트로이카의 구성원이 되어 선진국과 신흥국을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한국의 쿼터 및 지분이 늘어난 만큼 국제금융기구에서 한국 직원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다각적으로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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