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G20 의제별 성과와 막전막후]유영준 G20준비위 금융규제개혁과장

각국 이해 얽힌 금융규제 새로운 이정표…한국 리더십 결정적 역할 평가
    
유영준 G20준비위원회 금융규제개혁과장
지난 11일일 과12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서울 G20정상회의는 금융규제 개혁 논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간 네 차례의 정상회의를 통해 논의해 온 기존 의제들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앞으로 금융안정을 위해 G20이 어떤 일을 더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즉 금융규제 개혁 분야에서 G20의 역할을 ‘위기 극복과 재발방지’에서 ‘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안정적 관리’로 확대하게 된 것이다.

먼저, 기존 과제의 마무리라는 측면에서는, G20이 그간 가장 공들여 추진해 온 은행 자본·유동성 규제 강화방안(Basel Ⅲ)과 체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 : 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s)에 대한 규제방안이 마련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이 같은 규제 개혁 조치들은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이 금융시장의 혼란이 찾아왔을 때, 금융기관들이 이를 보다 잘 견뎌낼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함과 동시에 미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 납세자와 일반 국민들이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G20 정상들은 이런 성과를 두고 ‘새로운 금융규제 체계의 핵심요소들이 마련됐다’고 선언했으며, ‘금융규제 개혁 분야에서 그간 G20이 이룩한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은행이나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는 각국의 경제상황과 금융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서로 다른 생각을 조율해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았던 것. 우리나라는 의장국으로서, 개혁에 소극적인 국가들을 설득하고, 신속한 개혁 추진에 대한 G20 차원의 공감대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런 노력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각국의 재무장관들, 그리고 금융규제 분야의 양대 국제기준제정기구라 할 수 있는 금융안정위원회(FSB, Financial Stability Board)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Basel Committee on Banking Supervision)의 수장들은 Basel III은행 규제 체계를 비롯한 금융개혁 과제들이 시한 내에 마무리되는 데 G20 의장국인 한국의 리더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리더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이면서도 그동안 G20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못했던 과제들을 발굴해 서울 정상회의 이후 G20 금융개혁 논의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도 함께 추진했다. 특히 외환리스크 관리나 신흥국 금융당국의 규제, 감독역량 강화 등을 포함해 신흥국의 금융안정을 위해 중요한 이슈들을 G20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길을 여는 데 주력했다.
 
지난 9월 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와 금융안정위원회(FSB) 공동주최로 열린
지난 9월 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와 금융안정위원회(FSB) 공동주최로 열린 ‘신흥국 금융 콘퍼런스’ 모습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지난 9월 G20국가와 50여개 신흥국을 서울로 초청, ‘신흥국 금융 컨퍼런스’를 열어 신흥국 이슈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한편,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작업 계획을 제시하며 새로운 의제에 대한 논의에 소극적인 국가들을 설득해왔다. 그 결과 이번 서울 G20정상회의에서 신흥국 금융안정을 위한 논의를 내년부터 본격화하기로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합의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신흥국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 외환리스크 관리와 다국적 금융기관 규제 문제 등을 회의 테이블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그동안 다소 소외돼왔던 이 문제에 세계 여러 나라가 관심을 가지고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아울러, 이러한 의제 설정은 G20이 G20 국가들이나 일부 선진국들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보다 분명히 한 것으로서, ‘위기 이후 동반 성장’이라는 서울 정상회의의 모토를 잘 살린 합의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이번 서울 정상회의는 ‘금융규제 개혁 분야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회의’라는 대내외의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금융의 전 부분에 걸쳐 다수의 국제기준과 원칙들이 마련되는 한편, 여러 가지 새로운 미래 과제들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우리가 만들어낸 성과들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내년 이후 G20논의를 철저히 준비해 나가는 것이다. 지난 2년간 G20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얻은 자신감과 전문성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년 이후에도 우리나라가 보다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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