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수백만 개의 이미지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의 숱한 이미지를 담은 이번 전시를 초상화 갤러리 또는 가족 앨범 순례라고 이해해달라.”

9월 3일 개막한 제8회 광주비엔날레의 마시밀리아노 조니 총감독은 올해 전시 주제인 ‘만인보(萬人譜·10000 LIVES)’를 이렇게 풀었다.

9월 2일 ‘2010 광주비엔날레’ 프레스 오픈 행사에서 미술 관련 내외신 기자들이 이탈리아 출신인 마시밀리아노 조니 총감독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9월 2일 ‘2010 광주비엔날레’ 프레스 오픈 행사에서 미술 관련 내외신 기자들이 이탈리아 출신인 마시밀리아노 조니 총감독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1965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지주와 소작농 등 1백3인을 실물 크기로 제작한 <렌트 컬렉션 코트야드>는 중국 문화혁명의 토대가 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65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지주와 소작농 등 1백3인을 실물 크기로 제작한 <렌트 컬렉션 코트야드>는 중국 문화혁명의 토대가 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만인보는 고은 시인이 펴낸 30권 분량의 장편 연작 시집 <만인보>를 그대로 본뜬 주제. 고은 시인이 만났던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 3천8백명을 서술한 <만인보>처럼 인간 군상의 이미지를 현대미술로 표현하려는 시도다. 표현 방식은 사진, 가면, 인형, 조형, 영상, 아바타 등으로 세계 31개국에서 1백34명의 작가가 9천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맨 처음 만나는 작품은 크로아티아 작가 사냐 이베코비치의 <살아 있는 기념식>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민중가요를 부르던 장면을 재현한 전시물이다. 자오수통 등 중국 작가들이 제작한 <렌트 컬렉션 코트야드>는 소작농들의 애환을 담은 1백3개의 인체 실물 크기 조각품들이다. 독일 작가 이데사 헨델스가 수집한 사진과 인형 등으로 꾸민 <테디베어 프로젝트>는 테디베어를 소재로 3천여 명의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독일 작가 이데사 헨델스는 <테디베어 프로젝트>를 위해 1900년부터 1940년까지 제작된 테디베어를 찍은 3천여 장의 사진을 수집했다.
독일 작가 이데사 헨델스는 <테디베어 프로젝트>를 위해 1900년부터 1940년까지 제작된 테디베어를 찍은 3천여 장의 사진을 수집했다.

▲레오나르도 카츠가 1997년 제작한 <당신이 날 사랑할 날>은 체 게바라의 마지막을 담은 기록영화다. 영상 중 한 컷은 1967년 볼리비아에서 체 게베라 시신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 ▲▲ 영적 테라피 미술세계를 보여주는 엠마 쿤즈의 <086 드로잉>.
▲레오나르도 카츠가 1997년 제작한 <당신이 날 사랑할 날>은 체 게바라의 마지막을 담은 기록영화다. 영상 중 한 컷은 1967년 볼리비아에서 체 게베라 시신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 ▲▲ 영적 테라피 미술세계를 보여주는 엠마 쿤즈의 <086 드로잉>.

▲신디 셔먼은 작가 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여성의 정체성이나 성폭력, 절망 등을 다루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 2010 광주비엔날레 메인 전시관. 올해로 8회째를 맞은 광주비엔날레는 국제무대에서 손꼽히는 현대미술 비엔날레로 자리 잡았다.
▲신디 셔먼은 작가 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여성의 정체성이나 성폭력, 절망 등을 다루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 2010 광주비엔날레 메인 전시관. 올해로 8회째를 맞은 광주비엔날레는 국제무대에서 손꼽히는 현대미술 비엔날레로 자리 잡았다.
   
사소한 일상과 자아를 섬세하게 기록한 연대기 작품들도 인상적이다. 중국 시골 노동자들이 스스로 삶을 녹화한 <우리 마을>, 중국인 예징리가 60여 년간 매년 자신의 사진을 찍은 <60년의 초상화>, 수천 장의 스냅 샷을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스위스 작가 피실리와 바이스의 <보이는 세상>, 한국의 작가집단 안경점이 2백46일을 기록한 등이 주목되는 작품이다.

사진작가 필립로르카 디코르시아는 작품 <1000>에서 25년을 넘게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1천 장을 집대성했다.
사진작가 필립로르카 디코르시아는 작품 <1000>에서 25년을 넘게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1천 장을 집대성했다.

독일 작가 카타리나 프리치의 작품 <성 카타리나와 두번째 사진(담쟁이 덩굴)>은 성스러움과 세속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독일 작가 카타리나 프리치의 작품 <성 카타리나와 두번째 사진(담쟁이 덩굴)>은 성스러움과 세속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서 있는 소녀>라는 제목의 이 골동 인형은 사진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모턴 바틀릿의 수집품이다.  ▲▲추상화가이자 조각가인 루프레이트 가이거는 수십 년간 빨간색에 천착하며 풍부한 색감을 실험했다. 사진은 그의 설치작품 <붉은 회오리 바람>.
▲<서 있는 소녀>라는 제목의 이 골동 인형은 사진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모턴 바틀릿의 수집품이다. ▲▲추상화가이자 조각가인 루프레이트 가이거는 수십 년간 빨간색에 천착하며 풍부한 색감을 실험했다. 사진은 그의 설치작품 <붉은 회오리 바람>.
  
관람객 참여 기회도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는 관람객들이 즉석 사진을 찍어 벽에 붙이는 <실시간 전시 n.4(당신의 덧없는 잠깐 동안의 방문을 사진으로 찍어 벽에 남기시오)>가 진행 중이다. 광주 최대 전통시장인 양동시장 옥상에서는 상인들과 시민들이 시장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양동시장전>이 열린다. 초등학교, 치과 등 광주 일대 25개소에서는 시민 공모로 뽑힌 작품을 전시하는 <나도 비엔날레 작가 : 만인보+1>이 마련돼 있다. 한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 무대에서는 전시 기간 동안 매 주말 민속공연, 사물놀이 등을 펼치는 ‘만인 주말 콘서트’가 열린다.

광주비엔날레 기간 동안 매 주말에는 ‘만인 주말 콘서트’가 열린다. 사진은 9월 4일 재즈 공연.
광주비엔날레 기간 동안 매 주말에는 ‘만인 주말 콘서트’가 열린다. 사진은 9월 4일 재즈 공연.

 
   
사진·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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