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성명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내각 개편을 단행하고 그 대상자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장고 끝에 악수’라고 시간을 끌며 진행된 이번 개각은 결국 인적쇄신을 통한 국정운영의 변화를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주었다. 소통, 국민통합, 서민중심 등의 후반기 국정운영기조에 어울리지 않게 전반기 국정운영의 난맥에 책임질 사람들을 그대로 유임시켰는가 하면 국민적 검증이 되지 않거나 혹은 오로지 대통령 뜻만을 추종했던 사람들 중심으로 돌려막기 인사를 진행하였다.

첫째, 내각을 통할하고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국무총리직은 인사실험의 직이 될 수 없기에 국정 전반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경륜과 혜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다수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인사여야 헌법상 지위에 걸 맞는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총리로서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국민적 검증이 채 되지 않은 40대의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국무총리로 발탁하였다. 시중에 벌써부터 ‘인턴 총리’라는 비야냥 소리가 시중에 들리는 것을 보면 이번 인사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김 총리 내정자는 지난 4년 동안 경남지사 시절에 국민적 뇌리에 남을 수 있는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임기 말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되고 논란이 되자 스스로 지사 연임을 포기한 인사이다. 이런 인사를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총리로서 등용하는 것은 무모한 인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고, 국정운영의 불안정성만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대통령이 누차 밝힌 대로 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문제를 시정하여 후반기에는 소통과 통합, 서민중심의 국정운영을 해 나가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이번 인사에서도 이러한 의지가 드러났어야 한다. 즉 이미 국무위원으로서 기본적인 임무수행에 문제가 드러났거나, 일방 통행식 정책운영으로 국민적 비판이 높은 장관들은 신상필벌의 인사원칙상 교체대상에 포함시켰어야 한다.

최소한 서해 천안함 사건으로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김태영 국방장관, 자기 직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같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소통부재로 세종시·4대강 문제를 일으킨 정종택 국토해양부 장관, 좌충우돌 일관성 없는 방송통신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은 이번에 교체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들은 전원 유임시킴으로써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에 대해 신뢰를 얻지 못하고 불신만을 주고 말았다.

셋째, 새로 내각에 등용시킨 사람들도 대부분 그간 대통령 주위에서 대통령 뜻만을 일방적으로 추종하여 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던 인사 들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내정자, 박재완 국토해양부 장관 내정자,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 진수희 복지부 장관 내정자 등이 그러하다. 이들은 돌려막기 인사의 전형으로 후반기 국민통합과 소통을 위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오히려 시간을 갖고 자숙해야 하는 인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다시 등용한 것은 말로만 소통과 통합이지 실제로는 후반기에도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8.8 개각은 국민적 기대와는 한참 거리가 먼 인사이다. 따라서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활용해서 이들 내정자들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진행해야 한다. 직무수행의 능력과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문제가 드러난 내정자에 대해서는 과감히 임명동의를 거부함으로써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임을 확인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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