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5기 6.2지방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었다. 선거전 여론조사와 달리 국민들은 정부와 한나라당을 준엄하게 질책하였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경남과 강원도를 포함하여 충청, 수도권에서 야당이 승리하거나 선전하여 여당인 한나라당은 사실상 참패하였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와 지방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비전, 그리고 실현 가능한 공약과 정책을 제시하는 지역의 일꾼을 선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방의 발전을 기할 수 있는 특별한 정책제시 없이 천안함 사건을 악용하며 매카시즘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등 이번 지방선거를 중앙정치 대리전의 장으로 변질시켰으나 국민들은 이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국민과의 민주적 소통을 저버리고 국정운영에 있어 오만하고 독선적인 자세로 일관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무섭게 질책한 것이다. 미디어법 처리, 4대강 개발, 세종시 문제 등과 같이 국민들이 다른 견해를 제시할 때마다 ‘대통령과 정부가 옳으니 국민들은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비민주적 태도를 보인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더 이상 이러한 태도를 시정하지 않으면 더 무서운 심판을 내릴 수 있다’는 경고를 준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의 의미를 겸허히 수용하여 국정운영에 대한 큰 전환을 이뤄야 한다. 사실상 국민들이 거부하고 있는 4대강 문제 등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업 중단 등 획기적 조치를 취해 국민과 함께 국정운영을 해 나간다는 의지와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지방선거를 천안한 사건 등의 악용으로 중앙선거로 몰아가 국민적 심판을 받은 만큼 국민의 뜻은 겸허히 수용하되, 실종된 지방자치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책임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기존의 태도를 지속한다면 국민들은 더욱 무섭게 심판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선전한 것으로 나타난 민주당 또한 이번 결과가 국민들이 좋아서 지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특별한 전략과 정책, 그리고 비전제시 없이 정권심판 바람에 기대는 등 전근대적 선거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반사이익을 얻은데 불과하지 민주당에 대한 지지의 성격은 아니다. 근본적 변화와 개혁으로 대안을 갖는 민주적 수권정당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선거는 과거와 같이 지방선거 취지에 맞지 않게 지방은 실종되고 중앙정당의 논리나 바람의 의해 치러지는 중앙정치의 종속물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문화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투표로서 지방자치와 지방발전의 큰 계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지역주의적 투표행태가 청산되었다고 볼 순 없지만, 영호남에서 지역구도에 균열을 가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각 지방별로 자치단체나 지방의회에 특정 정당이 독식하지 못하도록 하여 최소한 견제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듬으로써 이전 보다 한 차원 높은 지방자치가 실행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다른 어떤 점보다도 이번 지방선거의 큰 의미이다. 이러한 국민들을 높은 뜻을 헤아려 각 정당은 지방자치 20년을 맞아 명실상부하게 주민을 위한, 주민에 위한, 주민의 자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각 지역의 특성과 조건에 의거한 특색 있는 지방자치가 되도록 하고, 더 이상 지방이 중앙정치의 종속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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