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7만 회원 시대…땅욕심 버리고 쉬운 것부터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고 멀리 남녘에서 개나리꽃, 진달래꽃 소식이 들리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흙냄새를 온몸으로 맡고 밟고 만지고 싶은 마음이 발동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흙냄새는 그리운 향기이다. 도시 근교에 땅을 빌려 조그마한 주말농장을 가꾸는 것은 신선한 채소를 생산하면서, 심신에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주말농장은 빡빡한 도시 생활 속에서 땅을 일궈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고 자라는 자연의 법칙을 보며 소박한 기쁨과 마음의 여유를 느껴볼 수 있게 한다.

선진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말농장 형태와 같은 소규모 텃밭 가꾸기를 제도적으로 정비하여 도시민들이 심신의 휴식과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영국의 ‘얼랏먼트 가든’, 러시아의 ‘다차’, 일본의 ‘시민농원’ 등이 우리나라의 주말농장이 발전된 형태이다. 독일에서는 클라인가르텐이 국민건강에 도움이 돼 한가족이 사용하는 클라인가르텐 1구획당 병원의 병상수를 8개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해 국민여가생활에 매우 인기가 있다. 일본에서는 시민농원에 대한 도시민의 수요가 급증해 시민농원 부지확보 차원에서 도심의 토지소유자가 20년 이상 시민농원을 개설할 경우에 상속세를 감면해 주는 정책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전국 약 500여개의 주말농장에 7만 여명의 회원이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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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도시민의 여가 및 웰빙생활에 대한 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주말농장 가꾸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전국의 약 500여개의 주말농장에 7만여 명의 회원이 있어, 대도시 주변에는 어렵지 않게 주말농장을 찾아볼 수 있다. 도시민들이 보다 신뢰성을 가지고 주말농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주말농장 가꾸기를 촉진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의 ‘가족과 함께 가꾸는 텃밭농원’(http://agro.seoul.go.kr/farm/index.html)에서는 텃밭농원에 참여하는 방법과 서울 시내에 위치한 25개 우수 농원의 특징 소개, 텃밭에서 키울 수 있는 농작물 재배법에 대해 자세히 안내하고 있으며, 농협의 ‘주말농장’(http://www.weeknfarm.co.kr/) 에서는 전국의 지역별 주말농장 정보와 가꾸기 쉬운 작물, 재배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주말농장 이용하려면…

주말농장은 농장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2~3월에 분양신청을 받아서 4월 초순부터 농장을 개장한다(최근 들어 인기가 상승하는 추세라 빨리 예약할수록 좋은 위치의 주말농장을 이용할 수 있다). 분양단위는 한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한 구획당 15.5~33㎡ (5~10평) 정도가 일반적이다. 분양가는 농장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3.3㎡(1평) 당 1~3만원 정도이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수도권 이외 지역은 임대료가 낮은 편이다. 거주지역의 ‘농업기술센터’에 전화문의를 하거나, 농협의 주말농장 홈페이지에서 주말농장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거주하는 지역에서 교외로 조금만 나가면 주말농장 분양 안내 광고를 찾을 수 있다.

■ 초보 도시농부가 알아야 할 것


초보도시농부는 5평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초보자라면 어떤 농장선택, 작물선택, 재배방법 등에 난감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초보자라면 농장주의 지도를 받는 것이 필요하고, 연령이 높은 주변 이용자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농장주들이 미리 땅을 갈고 밑거름을 준 상태에서 농장을 분양하고, 농장에 따라 씨앗이나 모종을 제공하기도 하며 재배법을 알려주므로 농사초보자라도 배워가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땅욕심을 버리고 16.5m2(5평)의 작은 면적부터 시작하라. 주말농장 일이 많아 노동으로 느껴지면 쉽게 지치고 포기하기 때문에 땅에 욕심을 부리지 말고 작은 면적이라도 정성껏 잘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급수시설,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가? 그늘막에서 식사도 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기 때문에 편의시설이나 화장실, 주차공간, 농기구 구비상태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름 가뭄을 대비하여 스프링클러 시설 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집에서 되도록 가까운 곳이 좋다. 집과 농장이 너무 멀면 자주 들러보지 못하게 돼 분양만 받아 놓고서 작물은 가꾸지 못해 풀밭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되도록 자주 들러 김도 매주고, 작물과 가까이 호흡하면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주변풍광도 좋고, 농장주가 신뢰할만 한가? 주말농장일은 노동이 아니라, 휴식이기 때문에 주변풍광이 좋아야 자주 찾게 되고 휴식이 된다. 그리고 농사초보자라면 농장주의 도움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농장주가 가까이 거주하면서 재배방법에 대한 문의에 도움을 주고, 이용자의 부족한 부분을 다소 채워줄 수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 재배작물은 쉬운 것부터

재배하기가 쉬워 주로 재배되는 작물은 상추, 고추, 가지, 감자, 고구마, 토마토, 호박, 배추, 열무, 쑥갓, 아욱, 근대, 시금치, 갓, 콩 등이다. 강낭콩, 완두콩, 넝쿨콩 등은 병과 벌레가 안타서 키우기 쉬운 편이다. 호박이나 토마토는 밑거름만 잘 주면, 벌레가 안타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좋고 또 수확기간이 다른 작물보다 길어서 주말에 방문 할 때마다 먹을 수 있어서 좋은 편이다. 수박이나 참외 등은 웬만한 재배기술을 가지지 않고서는 키우기가 어려운 편이다.


재배하기 쉬운 작물은 상추, 고추, 가지, 감자, 고구마, 토마토, 호박, 배추, 열무, 쑥갓, 아욱, 근대, 시금치, 갓, 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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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봄에는 고추, 가지, 상추, 쑥갓, 감자, 고구마 등을 많이 심는데, 상추, 고추, 가지, 호박, 감자는 4월에 파종하며, 고구마는 5월, 배추는 8월말~9월초에 파종해 김장철에 수확한다. 평소 재배해보고 싶었던 작물은 소량으로 재배했다가 자신이 붙으면 그 다음해부터 본격 재배해 보는 것이 좋다.
주말농장 실정에 맞는 작물재배 방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정보는 서울시농업기술센터(http://agro.seoul.go.kr/farm/index.html)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한 ‘가족이 함께하는 유기농 텃밭가꾸기’(2008), ‘녹색생활농업 실천 매뉴얼’(2009) 등이 있다.

■ 농약 대신 목초액 등 활용해 병충해 관리

주말농장 가꾸기에는 씨뿌리기, 모종심기, 김매기, 거름주기, 북주기, 병충해관리 등이 중요하다.

첫째, 씨앗을 직접 뿌리는 작물은 씨앗을 뿌린 다음 물을 주지 말아야 하는 반면, 모종심기한 작물은 모종을 심은 뒤 충분한 물을 주어야 한다. 씨뿌리기 후 물을 주면 땅이 굳어져 싹이 나오기 힘들어진다.

둘째, 돋아나는 잡초를 잘 골라서 김을 매주는 것은 농사 성공의 관건이다. 거름을 자주 주는 것보다 어린 잡초부터 김을 잘 매주는 것이 농사를 잘 짓는 첩경이다.

셋째, 작물에 따라 거름을 주는 방법이 다르므로 농장주와 주변 이용자와 잘 상의해 거름을 잘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연천 백학면 구미리 체재형 주말농장
넷째, 주말농장은 신선한 채소를 재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병충해 관리가 중요하다. 농약대신 목초액, 식초, 소주, 우유, 설탕, 담배꽁초 등을 우려낸 물을 이용하여 병충해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농약을 뿌렸다면 주변 이용자에게도 농약살포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외에도 300m2 정도의 면적에 작은 통나무집(26.4-33m2)이 딸린 ‘체재형 주말농장’ 형태도 조성되어 도시민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다. 순창군 농업기술센터와 경기도청에 체재형 주말농장 이용(http://kgtour.gg.go.kr/kgtour/wsp/kgevent/index01.jsp)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되어 있다. 양평, 여주, 연천, 순창 등 전국 14개 지역에 74개동이 조성되어 있는 체재형 주말농장은 1년간 임대를 하여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농촌지역에서 주말에 숙박을 하면서 주말농장을 가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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