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전북지역에 있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황인호 씨(43세). 좋은 기회로 방송사를 설립하고 국장급으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었던 그였지만 직장생활 15년이 넘으면서 예전부터 꿈꿔왔던 것들을 더 늦기 전에 이루고 싶었다. 두 딸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고, 자신이 그 동안 치열한 경쟁을 통해 좌절과 고통을 감내한 결과가 빈약해 보이는 것이 억울한 감마저 들었다.

결국 2005년부터 이민을 생각하면서 독일,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등 좋다는 나라는 모두 검토해보다가 결국 호주로 결정했다. 아내와 상의 끝에 2006년 7월 우선 큰 딸아이를 방학동안만 호주 현지인 홈스테이 가정에서 지내며 어학연수를 시켰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큰 아이가 호주생활을 너무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아내와 두 딸을 호주로 보내고 일명 ‘기러기 아빠’생활을 시작했다.

쉽지 않은 생활 속에 꾹 참고 해보자는 결심을 하다가도 걱정스러운 몇 개월을 보내던 그에게 학비를 안내고도 호주유학을 할 수 있다는 주변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방법을 찾기 위해 호주이민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알게 되었고 '주정부 후원 사업비자(일명 163비자)를 상담 받을 수 있었다. 수속비용이 들긴 하지만 3∼4배 이상 아이들 4년 학비를 절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건도 그리 까다롭지 않아서 회사 경력과 관련된 서류들을 준비해서 드디어 2007년 7월에 접수를 했고 같은 해 12월에 비자승인을 받았다.

즐거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황 씨는 비자승인 후 정착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호주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현지의 사업거리도 찾아보았다. 시간을 내어 애들레이드 시내를 더 돌아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도 많았고,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이 많다는 분명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일단은 영주권을 신청하기 위해서라도 하나만 하자는 심정으로 가게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규모(약 3.3평)지만 점포를 선정했고, 이미 Take-out전문으로 운영 중인 점포여서 기존 고객층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런데 가게 주인이 이탈리아 출신으로 그 건물 소유주여서 난항이 예상되었다. 일단 회사를 다니고 있던 터라 한국으로 돌아온 황 씨는 여러 조건과 금액으로 협상하도록 아내에게 국제전화로 계속 지시했고, E-mail로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했다. 결국 변호사와 회계사를 통해서 적절한 금액으로 가게를 인수하고,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가게 매출이 하루에 A$800이상이 되고 1분기 매출신고액이 A$60,000대가 나왔다. 아내와 가족들은 송금을 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해 졌고, 황 씨는 회사를 사직하고 호주로 들어갔다. 주위에서는 진급도 보장되고 안정적인 회사를 왜 그만두냐며, 호주 가서 생계가 보장된 것도 아닌데 불안하지 않냐고 만류를 했다. 하지만 자신이 호주에 대해 직접 찾아보고 사업적인 부분을 검토하고 준비하면서 호주생활에 자신감을 얻게 된 황씨는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었다.

호주이민을 통해 제2의 도전을 하고 있는 황씨는 아직 모든 것이 안정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있고 아내와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호주이민이나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지역사회나 사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정착할 곳을 방문해서 거주지, 학군, 시장 조사나 상권분석 등을 통해 현지 사정을 직시할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야 초기 정착기간 동안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어요”라고 조언한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으로 자녀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소박한 목표에서 시작한 그의 도전은 낯선 호주 애들레이드 시내에 스시샵을 처음 열었던 그 순간부터, 자신만의 브랜드 ‘스시킹’ 3호 점을 오픈한 2009년 10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163비자(주정부 사업비자)는 4년간 호주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면서 동반자녀는 호주공립학교의 학비가 면제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이후 사업체를 운영하면 영주권 신청도 가능한 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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