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개발원조위원회 에크하르트 도이처 의장

우리나라가 11월 25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에 앞서 DAC의 에크하르트 도이처 의장을 만나 한국의 DAC 가입이 갖는 의미와 DAC의 역할 등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11월 13일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의 도이처 위원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 한국의 DAC 가입은 국제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국의 이번 가입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는 수원국(受援國)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공여국으로 옷을 갈아입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5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그때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대규모 원조를 받았고 이를 밑거름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내 단시일 내에 탄탄한 경제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의 이번 가입은 DAC 입장으로 보나 한국으로 보나 매우 놀라운 성공 스토리로 기록될 것이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축하하고 부러워할 만한 일이다.

- 한국이 선진국 클럽인 OECD에 가입한 지도 10년이 넘었고 경제력은 13위권이다. 그런 한국이 그동안 원조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가입을 반대한 회원국은 없었나.

한국 내에서는 그런 지적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국제사회에서 그런 비난을 들어본 일이 없다. 물론 한국의 가입을 반대하는 나라도 없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은 불과 수십 년 전까지 원조를 받아야 하는 처지였다. 물론 현재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가 DAC 가입조건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최근 몇 년간 ODA를 크게 늘렸다. 또 현재 국민총소득(GNI) 대비 0.09퍼센트인 ODA 규모를 2015년까지 0.25퍼센트로 올리기로 약속했다. DAC 회원국들은 한국 정부의 이런 약속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한 한국 정부의 ODA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정부의 투명성과 재정 건전성 등에서 모두 ODA에 가입할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보고 있다.

- 현실적으로 한국이 DAC에 가입함으로써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은 새로운 DAC 회원국이 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책임이 커지는 동시에 위상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역할과 외교 역량은 한층 강화된다. 한국은 분단국으로서의 특수한 환경에 놓여 있으면서 국제사회에 오픈 마인드로 나서게 되는 것이므로 국제사회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훨씬 더 클 수 있다. 물론 인도주의적 차원의 가입이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얻는 부분도 결코 적지 않다. 현대사회에서 국가 간 교역은 단순한 경제논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지고 이로 인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함께 확산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 최빈국들의 경우 금전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교육 프로그램 등 먹고살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가.

ODA는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도 포함한다. DAC의 경우 국제기구를 통해 원조를 하는데 특정 국가의 정부에 차관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가난한 나라들은 무엇보다 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들 가난한 나라를 우선 금전적으로 돕고 그 다음으로는 언제까지나 원조에 의존하지 않도록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고 또 그때까지 꾸준히 그들을 지원하는 일들이 모두 DAC가 해야 할 몫이다.

에크하르트 도이처(Eckhard Deutscher)

독일 출신으로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국제 원조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2002∼2008년 세계은행 독일담당 이사로 재직했으며 코스타리카에서 라틴아메리카 민주정치연구소장을 맡았고 멕시코와 페루 대학에서도 강의했다. 지난해 1월부터 DAC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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