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거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최근 뉴욕상품시장(NYMEX)에서 금의 거래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 11일, 뉴욕 상품시장 12월 인도분 금 거래 가격의 경우 온스 당 1000달러 선을 상회했다. 지난 2월 말 이후 횡보를 보이던 금 가격이 이 같이 다시 치솟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이와 함께 국제원유가격을 포함한 주요 국제원자재 가격 또한 오름세 속에 있다. 그러나 금 가격 결정 구조와 금을 제외한 기타 주요원자재 가격의 결정구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서 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은 언제나 수급의 균형점에서 결정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들 원자재는 특수한 사정에 의해 수급에 균형이 한 때 깨어지기는 하더라도 이내 균형점으로 이동하는 특징을 보인다. 즉 천정부지로 오를 것 같은 가격 동향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정 가격대에 안착되거나 어느 수위 이상, 이하로 오르고 내리지 못하는 가격대 즉 일종의 저항선이 형성된다.

그러나 금의 거래 가격 결정은 수급요인보다는 금의 안전자산으로서의 기능이 크게 중시된다. 따라서 그 가격 결정 역시 국제통화 즉 미 달러화 가치의 움직임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즉 금의 거래가격은 현재 국제거래의 기준이 되는 기축통화(미 달러화)의 가치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국제 금 거래가격은 달러 인덱스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달러가치가 오르면 금의 가격은 하락하고, 달러가치가 내리면 금의 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는 앞서 말한 금의 안전자산으로서의 기능에 기인한다.

이처럼 우리는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점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최근 국제 금 거래가격이 치솟는다는 것은 국제(금융)투자가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최근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보면 최근의 금 거래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곧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위기 곧 디플레이션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주요 20개국은 이를 막기 위해 재정 및 금융확장 정책을 전개하는 등 총력을 기우렸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세계경제는 심각한 경기침체 즉 공황 상태로 이동하는 것을 일단 막았다. 그렇다고 위기요인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며, 세계경제가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할 근거 역시 아직은 미약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후 경기에 진행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긍정적이다. 그 근거로 들 수 있는 것이 최근 세계 주요국을 중심으로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논의가 이후의 경기 상태, 즉 경기가 정상상태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논의가 시작됨으로서 세계경제는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경제현상 즉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을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주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부터 꼭 일 년이 되는 현 시점 사이에 국제통화의 공급 역시 크게 늘어났다. 이 점만을 고려하면 세계경제는 이후 출구전략이 실행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세계 주요국 모두 이후 경기에 대해 낙관론을 전개하고는 있으나 이를 확신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가장 빠르게 탈출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부동산(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등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지난 6개월 이상 지속된 2% 대의 기준금리 수준을 한국은행이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한국 역시 아직 고용, 투자 등의 측면에서 경기확장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최근 금 가격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미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지금 미 달러화 가치는 약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자국화폐로 사용하는 미국경제가 아직 본격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 금융당국으로 하여금 제로금리와 함께 달러의 무제한 공급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리고 실제로 미 금융당국은 GDP의 10%에 해당하는 약 1조 4천억 달러 이상을 시장에 공급했다. 따라서 이후 달러 가치의 하락이 충분히 예견되었지만, 지금까지 달러화의 가치는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움직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미 달러화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통화가 없었기 때문에 미 달러화는 국제거래의 주요한 수단으로서 사용되고 있고, 여전히 안전자산에 속한다. 따라서 중국을 비롯한 세계주요국의 미 달라 화에 대한 수요욕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이 점이 그 동안 달러의 확대 공급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가치가 강보합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최근 달러약세가 본격화 되고 있다.

지금 미국경제는 비록 강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 대종을 이룬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 금 거래가격이 치솟는다는 것은 잘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세계경제는 위기극복을 위해 취했던 일련의 조치들이 새로운 경제 환경을 창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새로운 경제 환경은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경제상황이 초래되고 있음을 예고한다고 하겠다.

하여튼 세계경제의 인플레이션 경향이 아직은 예고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이것이 현실화 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주요국 모두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아직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한 세계경제는 또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게 된다. 스티글리츠 교수나 기타 많은 경제학자들이 세계경제의 이후 진행상황 즉 경기를 ‘W' 형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최근 국제상품 시장에서 금의 거래가격이 강력한 오름세에 있다는 것은 기축통화로서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반작용으로 세계경제가 이후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은 예고한다고 하겠다.

200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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