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25일) 하반기 및 내년 경제전망을 담은 2009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했다. 현재의 확장적 정책기조는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으며 하반기 정책의 주안점을 서민·중산층 생활안정에 두고 곧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정부 경제정책의 수장을 맡고 있는 윤증현 기획재정부의 부자감세 및 서민전가 간접세 인상 발언은 과연 이 정부가 향후 경제운용을 서민 중심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현재 정부여당의 감세로 인한 국세수입 감소규모는 2008~12년간 총 9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29조의 추경안을 편성하여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채무는 64조나 증가했다. 올해 예산상에도 재정적자가 25조나 되어 국가채무 규모가 353조에 이르러 향후 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윤증현 장관은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예정된 법인세 인하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감세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근거도 없고 사실과 다른 허언에 불과하다. 조세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법인세 인하가 단기간에 기업투자를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또한 현재와 같이 저금리와 기업의 충분한 내부유보자금 등을 고려할 때 단순히 법인세를 인하했다고 해서 곧바로 기업투자 증대로 나타나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창출될지는 불확실하다. 이 같은 법인세 인하는 결국 종부세 완화, 양도세 중과 폐지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재정적자와 부자감세로 인해 부족한 세수분을 대부분 서민층이 부담하게 되는 간접세를 통해서 메우겠다는 발상이다. 간접세는 직접세와는 달리 납세자에게 직접 부가되는 것이 아니고 불특정 대다수가 부담을 하게 되어 조세 저항이 적고 징세가 편리하며 조세수입의 확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여 반영할 수 없으므로, 누진세율을 채택하지 못하고 비례세율이 적용됨으로써, 소득이 적은 서민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조세부담률이 되는 역진성을 띠게 되어 공평부담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와 같이 경제위기가 완전히 극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대상은 바로 서민층이다. 그러므로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감면해 주고, 그 부족분은 서민층에게 전가하면서 이러한 경제운용이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서민 중심의 정책이라 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경제전문가들이 30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어 현재의 악화된 재정상태로 인해 재정파탄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경제적 효과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4대강 사업의 폐지 내지 축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윤증현 장관은 강행의사를 밝혀 이 사업 예산에 대한 부담 역시 서민층에게 전가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윤 장관은 세출 측면과 관련해서 어제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하게 삭제하고 새로운 사업은 철저한 검증을 거치겠다’고 말하면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4대강 사업 관련해서는 사업 축소를 언급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은 사업의 타당성은 물론 뚜렷한 재원 마련방안이 없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재정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자감세와 마찬가지로 특정 재벌기업 건설사들에게 특혜가 돌아갈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그 부담을 간접세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서민층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경실련은 정부의 현재와 같은 일방적인 부자감세 정책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며, 세수 부족분을 간접세 인상이라는 서민 전가를 통해서 해결하려는 시도 역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조세수입을 꼭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서민들의 삶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정책을 설계, 집행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남은 임기동안의 재정운용계획을 분명히 제시하고 경제적 효과가 적고 재정에 부담만 주는 4대강 사업과 같은 대형 SOC사업은 과감히 폐기하여야 한다.
출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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