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로 전 국민이 큰 충격과 슬픔에 빠져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하여 현 정부의 모든 각료들 또한 국민보다 충격의 크기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국민과 정부 사이에는 분명한 입장차이가 있다. 바로 국민은 현재의 충격과 슬픔을 분노로 전환할 수도 있지만, 정부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만은 기어코 막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서에 그 어떤 정치적인 말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일 노 전 대통령이 자살 직전에 남긴 유서에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든가 혹은 우리사회의 민주적 역량에 대해 단 한마디의 말만이라도 남겼다면, 지금 사회는 겉잡을 수 없는 대혼란 속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사실 현 정부 탄생에, 긍정적 의미로든 부정적 의미로든, 일등 공신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적극적으로 정권을 연장하려 했다면 현행 대통령제 하에서 그것은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한 일이었다. 설령 앞서 말한 것을 실현하자면 노 대통령으로서도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고자 했다면, 이는 충분히 가능했으며, 이에 따른 부담 또한 그리 크지 않았다. 즉 ‘BBK 수사’와 관련해서 김경준이 국내에 이미 송환되어 있는 상태였으므로 노 전 대통령이 당시 결심만 했다면 검찰로 하여금 이명박 후보를 구속기소도록 특정의 압력을 충분히 행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정의와 민주주의를 지켜낸다는 신념에 기대어 그 모든 것을 행하지 않았다. 즉 노 전 대통령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진일보 시킨 역사적 대통령으로 남기를 원했으며, 정권이란 본래 이쪽이 한번 하면 저쪽도 한번 하는 즉 주고받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평소 노 대통령은 이런 식의 발언을 자주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난 정부 사람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각별한 배려가 필요했다. 물론 국정운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이 대통령의 일상이지만 일의 우선순위만은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아무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뇌물죄 혹은 검찰수사라는 현실의 문제를 피해갔다. 그렇지만 이명박 대통령조차 이 문제를 노무현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등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는 우매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만일 그렇게 바라 볼 경우 현 정부의 국정운영이 추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명박 정부는 향후 국민행동을 예의 주시하는 선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국민을 적극 선도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향후 대국 민 행동에 대한 정부적 대응방안을 미리 마련해 놓는 것이 옳다.

한편 이런 모든 점들을 고려할 때,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끝남과 동시에 국정운영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책을 마련해 발표해야 한다. 물론 새롭게 제시할 국정운영의 기본 틀은 국민 대통합을 전제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이 바로 현 정권의 권력지도부터 옳게 바꾸는 일이다. 이를 통해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함께 인사탕평을 구현해야만 한다. 이 때, 정책탕평을 구현하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정치적 이상과 정부가 구현하고자 하는 정책적 이상을 조화시켜야 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정책적 이상과 국민의 정치적 이상을 일치시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

 

2009.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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