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통령 직은 진공청소기보다도 더 강력한 흡인력을 지녔다. 대통령 직은 사람을 부르고, 돈을 부른다. 원하면 더 말할 것도 없고, 굳이 원하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이래서 다들 대통령이 되려하는 모양이다. 이 얼마나 삐뚤어진 생각인가?  

다만 한 가지 대통령조차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 꼭 하나있다. 바로 민심의 향배다. 누구든지 간에 대통령이 되기 이전까지는 민심을 살피느라 여념조차 없다. 민심이 자신을 대통령직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대통령이 되면, 아예 그 민심만은 반드시 잊는 모양이다.

나는 다른 글에서 이미 기술한 적이 있지만, 전두환 대통령 이후 김대중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그 분들의 속내를 풍자하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 사회에 회자되는 내용을 내가 재구성한 것으로 그 진실 여부는 가름하지 못한다.

전두환 대통령 때이다. 모 기업인이 보따리를 하나 들고 전두환 대통령을 방문했다.

비서실장, “각하, 누가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전 대통령 , “그래, 누군데? 알았어! 그럼 세동이도 부르고, 또 누구누구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불러라”
비서실장, “각하 그리해도 되겠습니까?”
전 대통령, “음, 당연하지!)

이래서 전두환 대통령 시절, 대통령 비서실은 언제 화기애애(和氣靄靄)했다한다.

그런 전두환 대통령도 민심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대통령직선제와 함께 자신의 친구인 노태우 총리에게 자신의 대통령직을 이양한다. 물론 대통령 선거라는 저라를 거쳤다.

봄꽃이 모두 져 초여름에 접어든 어느 날이었다. 노태우 대통령 비서실에 선물이 도착했다.

비서실장, “각하! 선물이 하나 왔습니다.”
노 대통령, “(검지를 입에 갔다대며) 쉿” 한다.
비서실장, “(낮은 목소리로) 알았습니다.”

그로부터 또 다시 몇 년이 흘러 이젠 김영삼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 회전의자에 앉아 등을 돌린 채 뒷산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다. 이 때 비서실장이 들어서며, “각하! 제법 무거운 가방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김 대통령은 의자를 뒤돌리지도 않은 채, “ 그저 손가락질만을 한다.” 그리고는 “나는 그런 것을 절대 안받아 한다.” 그 손가락이 가르치는 쪽은 바로 자신의 아들이 있는 곳이었다.

어느 새 90년 대 말이다. 외환위기가 한국경제를 초토화 시켜버린 암울한 시기였다.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은 언제나 부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눈가 정말 큰 가방을 하나들고 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선다.
김 대통령, “그게 뭣이제?”
방문객, “예, 대통령님! 뭐입니다”
김 대통령, “그래, 그것 두어 개 더 가져오라 그러 제. (자신의 아들 이름을 열거하며) 그들도 있잖여! 한다)”

굳이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앞의 글에 담긴 속 뜻을 모두 알아챘을 것이다.

그로부터 또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성숙한 사회만큼이나 젊기도 하지만 도덕성을 크게 강조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에 앉아 누군가에게 열심히 편지를 쓰고 있다. 하기야 탄핵으로 인해 대통령직무가 중단 중인 상태라 할일조차 없고, 그 일은 생각만 해도 속이 상한 터다. 어둑어둑 한 그 때, 말도 없이 낮 익은 얼굴이 불쑥 대통령 집무실로 찾아왔다. 그리고는 “이봐, 기운 내. 우리 술이나 한잔하자”한다. 이내 술판이 밤새 벌어진다. 명색이 그는 노 대통령 후원회장이다.

아침이 밝아 세수를 마친 노 대통령 “또 보세” 한다. 이 때 근 한달 넘게 노 대통령은 밤새 술을 마셨다하니 노 대통령은 법조인답게 술 또한 몹시 샜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 세월도 잠시, 이내 직무중지 해지와 함께 바삐 시간을 보냈다. 평양방문을 끝으로 노 대통령의 대통령 생활도 끝이 났다. 그로부터 1년여,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이것이 어인 날 벼락인가? 그렇게 믿었던 든든한 후원자가 검찰 조사에서 겁을 먹기라도 한 것인지 “누구한테 500만 달러를 보내주고, 또 누구에게 10억 달러를 청와대 경내에서 전달했다”고 실토해버렸다.

이를 보고 받은 노 대통령이 한마디 한다., “집에서 한깁니더. 좀더 두고 지켜봅시다.”하자, 멀리 떨어져 있던 비서실장이 툭 한마디 한다. “그 사실을 노 대통령은 몰랐을 겁니다.”

영원할 것 같은 세월이 또 훌쩍 지나가기 마련이다. 현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누군가가 이명박 대통령을 방문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정작 청와대를 나서는 날, 그의 손에는 빈주먹만이 들려있지 않을까한다.

2009.4.10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