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연합 논평

어린이 먹을거리만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난 2007년 2월 27일 발표한 ‘어린이 먹을거리 안전종합대책’이 17일 정부의 국무회의 자리에서 시행도 되기 전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이 정책은 ‘안전한 식품, 바른 영양, 건강한 어린이’를 만들기 위해 ‘과자, 패스트푸드 등 어린이 기호식품과 단체급식의 유통·소비환경을 개선하여 유해성분·식중독·비만 등으로부터 어린이 건강을 보호’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이의 실질적인 추진을 위해 정부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과 이의 실행안 마련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 특별법 안에는 학교 주변 구역 안에서는 탄산음료, 컵라면 등 ‘고열량 저영양’ 식품의 판매 금지 조치나, 조리해서 판매하는 업소의 영양성분을 표시하는 정책 등은 환영할 만한 정책도 있다. 그러나 우수식품과 경고식품을 함께 표시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는 신호등제나, 어린이 주 시청 시간대인 오후 5~9시에 ‘고열량 저영양’ 식품은 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TV 광고 제한 정책은 무산되었다. 이 두 가지 정책의 무산에는 식품업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현행 법규대로 추진된다면 판매되고 있는 제품의 약 20%가 ‘고열량 저양양’ 제품으로 분류되어 광고 제한을 받게 되고, 빨간 신호등을 받은 제품을 소비자가 구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의 핵심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어린이 비만’의 관리이다. 최근 발표된 2007 국민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비만 약 32%로 국민 3명중 한명이 비만이고, 소아비만(만 2세~18세)은 남아가 13.4%, 여아가 7.9%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 2005년 국민영양조사 결과는 소아 비만은 최근 7년 동안 1.5배 증가되었다고 경고하였다. 비만은 고혈압, 심장병 등 만성질환의 주요원인이 되고, 특히 소아비만의 40%, 청소년 비만은 7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의료비 지출 등 사회적 비용의 상승 및 국민의 건강 저하 등 사회적으로 영향이 심각해 이에 대한 관리가 시급하다.

소아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열량은 높고 영양가는 낮은 과자, 라면, 패스트푸드 등 ‘고열량 저영양 식품’의 무분별한 섭취이다. 이미 우리 청소년의 44%는 햄버거, 라면 등 식사대용 패스트푸드, 가공식품을 주 3회 이상 섭취하고 있고(한국소비자보호원, 2006), 매일 1번 이상 외식하는 초등학생 비율이 47.2%다(국민건강영양조사, 2007). 때문에, 정부는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관리에 중점을 두고, 학교 주변 직경 200m 구간에서의 판매금지, 어린이의 선택을 돕기 위한 신호등제 도입, 이러한 식품에 현혹되어 구매하지 않도록 하는 TV 광고 제한 등의 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또한,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과정 중에는 어린이들이 먹을거리에 대해 알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없다. 때문에 어린이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선택을 높일 수 있는 신호등제나, 피해야할 먹을거리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는 TV 광고 제한 등은 어린이 식생활 개선을 위한 중요한 제도로 꼽히고 있었다. 지난 2008년 국립독성연구원의 연구 결과에서도 초등학생 38.5%, 중학생 52.4%, 고등학생 60.2%가 광고에 의해 식욕이 생긴다고 답했으며, 이 중 TV에 의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것(초등 72.1%, 중학생 75.7%, 고등학생 80.0%)으로 나타났다.

지난 식품위생법 개정에서도 집단소송제도가 식품업계의 로비에 의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이어 이번 신호등제도의 무산, TV 광고 제한 제도의 무산 등은 결국 정부의 식품안전정책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국민들의 반발이 심하자, 뒤늦게 보건복지부는 올 5월까지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10년 1월 시행되는데 문제가 없게 광고제한을 재추진하겠다고 해명하고, 신호등제는 녹색표시제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또한 제대로 추진될 지는 지켜봐야할 문제이지만, 국가의 식품안전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사고가 터지면 소나기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빈말뿐이었던 정부의 ‘괜찮다, 안심하라,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믿고 ‘안심하고 먹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2009년 3월 20일 서울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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