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정책포탈>[문화가 흐르는 강] 강과 관련된 우리시 이야기

우리나라의 강은 예로부터 다양한 문화의 소재이자 터전이 되어왔다. 4대강 살리기는 그러한 문화를 되살리고 더욱 꽃피게 하는 ‘4대강 문화 살리기’이자 문화콘텐츠로서의 4대강의 재발견이기도 하다. 여러 문화 분야에서 4대강이 어떤 의미를 지녀왔는지 탐색해본다.<편집자주>

우리의 4대강은 예로부터 많은 뛰어난 문인(文人)들이 그 정취와 풍경, 그리고 문인 자신의 심정을 노래한 시문학의 산실이었다. 4대강을 문학이 흐르는 강, 특히 시가 흐르는 강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고려 시대의 문신이자 명문장가로 이름이 높은 이규보(1168~1241)가 남긴 한시 가운데 ‘낙동강을 지나며’가 있다.

이규보는 가을 새벽 어느 날에 낙동강 옆에 펼쳐진 푸른 산을 올랐던 모양이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을 즐기며 걷다보니, 바람 한 점 없는 가운데 낙동강 위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가 눈에 들어온다. 새벽 강의 평화로운 정경이다. 그 정경에 취한 자기 자신에 관해 문득 생각해보니, 세상 떠도는 늙은 시인 한 사람이다. 소나무와 풀이 우거진 푸른 산과 맑은 강, 그리고 그 위를 헤엄치는 오리가 어우러진 낙동강의 풍경이 절로 떠오른다.

시인 발길 붙잡는 낙동강·금강

그런가 하면 조선 말기의 뛰어난 시인 창강 김택영(1850~1927)은 금강의 정취를 한시 ‘기러기 소리를 들으며’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시의 원문에는 금강이 금수(錦水)로 나와 있다. 이에 따라 ‘아름다운 강’을 뜻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변산(邊山)이라는 지명을 감안할 때 금강으로 풀이하는 편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유력하다. 충남에서 금강을 거쳐 전북으로 향하는 여정을 보여준다는 것. 어느 비오는 가을 날 금강을 지나 변산으로 향하는 길에 기러기 떼가 시인의 발길을 앞질러 저 멀리 날아가고, 금강 가에 자리한 마을 풍경은 가을비에 흠뻑 젖어 있다. 김택영은 이 시를 자신의 많은 시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마음에 드는 것으로 꼽기도 했다.

영산강 정자마다 아름다운 시구(詩句) 흘러

한편 영산강의 최상류인 담양천과 하천습지 보호지역인 담양습지가 보전돼 있는 담양은, 식영정, 송강정, 면앙정 등 아름다운 정자들이 우리 문학사에서 특히 가사문학의 산실이 되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가운데 1533년(중종 28) 송순(1493~1583)이 건립한 면앙정은 송순이 지은 가사 작품 ‘면앙정가’로 유명하다. 면앙정 주변의 정경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노래한다. 그 일부를 보자.

주변 산에서 내려온 물들이 면앙정 앞 너른 들판을 적시는 물줄기를 이루고 그 물줄기가 영산강으로 이어지니, 들과 산과 강이 어우러진 장쾌하면서도 운치 있는 풍경이라 하겠다.

영산강에는 호방한 시풍으로 유명했던 백호 임제(1549~1587)의 문학혼이 곳곳에 깃들어 있기도 하다. 임제는 영산강의 정자들을 두루 돌아다니며 풍류를 즐기고 시를 지었다. 나주시 영산강변에 자리한 영모정 바로 아래 언덕에 ‘백호임제선생기념비’가 서있으며, 나주 신걸산 중턱 영산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임제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박은·이색 부럽잖은 남한강 풍경

한편 여주 지역을 흐르는 남한강을 여강(驪江)이라 일컫기도 하는데, 김창흡(1653~1722)은 이곳을 여행하던 중에 ‘여강’이라는 시를 지었다.

김창흡은 1688년 봄 용문산을 거쳐 청심루(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와 신륵사를 방문하고 여주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시에서 이릉은 세종의 능인 영릉(英陵)과 효종의 능인 영릉(寧陵)을 뜻한다. 여주군 능서면 왕대리의 같은 묘역 안에 있다. 이호(梨湖)는 이포나루를 뜻한다. 신마(神馬)는 물에서 신령스런 말이 나왔다는 그 지역 전설에 바탕을 둔 표현이다. 파사성은 삼국 시대에 쌓았다는 전설이 전해내려 오는 석성으로, 양평군 개군면 상자포리와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에 걸쳐 있다.

강가에서 다시 시 노래할 수 있어야

우리의 4대강에서 비롯된 뛰어난 옛 시들이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4대강의 아름다운 풍경과 정취가 시인들의 시심(詩心)을 한껏 고무시켰을 것이다. 4대강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할 수 있는 강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면, 사람들의 정서를 달래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문화 활동의 터전으로도 자리 잡게 될 것이다. ‘4대강 살리기’는 4대강을 배경으로 한 문화를 되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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