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 59개 규제 개혁 추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합리적인 규제 개혁으로 의약품과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사는 주부 이미경 씨는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한의원에서 증류한약을 지어 먹인다. 증류한약은 한약 특유의 쓴맛과 냄새가 없어 아이가 잘 먹기 때문이다.

“어린이 시럽 감기약에 타르색소가 들어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뒤 증류한약으로 바꿨어요. 심하진 않지만 아이에게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데, 타르색소가 아토피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에게 약을 먹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시럽 형태의 어린이 감기약은 알록달록한 색과 달콤한 과일향으로 거부감을 줄인다. 이 예쁜 색을 내는 식품 첨가물이 타르색소다. 타르색소는 식품에 색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합성 착색료의 하나로, 석탄의 콜타르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어진다.

보건연구사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규제 개혁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아직까지 감기약에 포함된 타르색소가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보고는 없다. 하지만 부모로서는 알레르기, 아토피, 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란 자체가 불안하다. 게다가 국내에는 무색소 어린이 감기약이 나와 있지 않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소비자의 선택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타르색소가 들어 있지 않은 감기약을 공급하고, 외부 포장에 무색소 제품 표시를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에는 여드름 피부용 화장품이 없다. 여드름 치료는 의약품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여드름용 화장품이라는 표시나 광고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여드름이 있는 사람도 화장을 하잖아요. 그럼 당연히 그에 맞는 화장품이 있어야죠. 그런데 여드름이나 아크네(Acne·여드름)라는 단어를 표기할 수 없으니까 아크네의 약자인 에이씨(AC)라 쓰고, 유분이 적다거나 피지를 조절한다거나 트러블을 잠재운다는 식으로 적당히 돌려서 설명하는 거예요.”
한국화장품협회 장준기 팀장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소비자에게 그대로 알릴 수 있도록 표현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게 화장품업계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해 화장품 표시와 광고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의약품으로 오인되지 않는 화장품 표시 및 광고는 허용할 방침이다. 머지않아 ‘여드름 피부에 적합한 화장품’ 또는 ‘여드름 피부에 자극이 덜한 화장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장 팀장은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정확한 정보를 얻게 되고,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민 생활의 불편을 개선하고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올해 59개 항목의 규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생활과 관련된 내용은 무색소 어린이 감기약 공급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다.

어린이 치약에는 불소 함량과 주의사항을 표시하도록 했다. 불소 성분을 함유한 치약을 어린이가 삼킬 경우 치아에 흰색이나 갈색 얼룩이 생기는 반상치(斑狀齒)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의약품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약갑이나 설명서에 들어가는 내용을 큰 글씨와 알기 쉬운 용어로 표기하도록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의약품 정보도 한곳으로 모아 의약품정보 포털을 만들 예정이다.

규제 준수 비용 연 1400억원 절감 효과

또 어린이 비만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에도 열량과 영양소 표기를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이밖에도 해외여행을 할 때 의사의 처방전을 세관에 제출하면 평소 사용하던 진정제, 수면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가지고 나갈 수 있게 된다. 기업 처지에서는 허가, 심사, 신고 등의 절차와 서류가 간소화돼 규제 준수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고 시장 진입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증하는 우수 의약품 제조 관리 기준(GMP) 평가 기간이 현행 120일에서 60일로 단축된다. 표준제조기준을 적용하는 일반 의약품과 수출용 의약품에 대해서는 사전 GMP 평가자료 제출이 면제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수출용 의약품에 대한 GMP 평가자료 제출이 면제되면 의약품 수출이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의약품 공장을 이전할 때 생산과 동시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동시적 밸리데이션(Validation)을 허용하기로 했다. 밸리데이션이란 의약품의 제조공정, 방법, 기계설비 등이 정해진 기준에 맞는 결과를 일관되게 도출한다는 점을 검증하고 문서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밖에도 의약품 허가사항의 경미한 변경은 사전 허가에서 사후 보고로 전환하고, 외국 제조사에 대한 평가를 마친 의약품에 대해서는 의약품의 최초 수입 때 실시하던 검정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한국제약협회 기획정책팀 차태선 부장은 “행정처리 때문에 제품 출시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기간이 단축되면 비용이 줄고 시장 진입도 빨라지므로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보건산업 관련 기업의 시장 창출 및 매출 증대를 위해 화장품 표시와 광고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안전성이 입증된 기능성 화장품의 심사 면제 대상도 확대한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에 사용 가능한 비타민, 무기질 원료를 확대함으로써 섭취량을 제한할 필요 없는 천연추출물 등을 일반식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번 규제 개혁으로 규제 준수 비용이 연 1400억원 절감되고, 허가와 신고에 필요한 민원서류가 연 2만9000건 줄어들며, 제품 출시가 빨라져 업계 수익이 연 98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명경민 사무관은 “경기 침체로 개인과 기업이 모두 고통받고 있는 이때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규제 개혁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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