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득환 주필
21세기 초 그러니까 2008년 9월 본격화 된 미국 발 국제금융위기는 그 동안 세계경제를 지탱해 온 틀(Frame, 구조)자체를 깨뜨렸다. 이 결과 세계경제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대로 카오스기에 접어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총생산의 1/3을 담당하는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와 함께 대혼란 속에서도 그런 대로 기존 경제의 형식은 유지되고 있지만, 경제순환 패러다임 자체가 덜커덩 덜커덩 소리를 내며 언제 주저앉게 될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이는 기존 (실물)경제를 받쳐주던 금융시스템이 개별 경제주체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되면서 붕괴직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현 금융시스템이 반드시 붕괴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금융기관과 기업 간에 형성되어 있는 연관구조 때문이다. 일단 이 구조는 그 본래적 기능을 상실할 단계에 있다.

이처럼 일단 금융기관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함에 따라 경기가 심각할 정도로 침체되고 있다. 이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경기침체에 대비해 미리 소비수요 중 내구재 소비를 크게 줄인 까닭이다.

한편 주택, 자동차 등 소위 내구재에 해당되는 제품은 주로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만큼 이들 역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자연히 대기업들 역시 부도위기에 내몰리는 한편 머지않아 많은 수의 대기업이 파산에 직면할 것이다. 이처럼 이들의 부도위기 혹은 파산은 또 다시 금융기관에 큰 타격을 입혀 경제를 악순환에 빠져들게 한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소위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여신을 담당했던 시중 은행과 보증기관이 파산하면서 소위 미국의 거대 투자금융회사(IB)들 또한 파산했거나 파산에 직면했다가 정부의 구제금융에 힘입어 파산만은 면했지만, 이제는 소위 시중의 보험사 및 일반 상업은행들조차 파산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앞서 지적한 것처럼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부족으로 기업위기가 가시화되면 시중의 모든 사업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기관 전체에 부도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만일 이들에 대한 불신의 골이 더 깊어져 예금인출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금융기관 위기가 재연되면 현행 금융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붕괴되고 종래 기존의 경제순환 과정 자체가 망가진다.

이런 현상을 막고 경기를 살려보자는 것이 오바마 미 신정부의 생각이다. 그 동안 논란을 불렀던 시티그룹(City Group)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입, 곧 국유화 조치가 이 사실을 말해 준다.

이 경우 시장실패는 확대될 개연성이 크고, 앞서 말한 시장실패가 정부 정책이 부른 사태이지만,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배력이 더 한층 강화된다. 이처럼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배력이 확대되면, 시장을 전제로 하는 기존의 모든 경제이론은 무력화 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를 세세히 적시하진 못했지만 지금 세계경제는 내가 우려하는 이 방향, 즉 기존 경제이론 무용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주요국(G20)은 이 같은 시장의 파국, 즉 경제의 파국만은 막아보자며 국제 공조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공조의 핵심은 경기 부양이지만 이 의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이 때 나타나게 되는 것이 과잉통화이며, 종래 세계통화 체계의 문제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현행 미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 체제가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이 공동으로 참가하는 경쟁체제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이처럼 국제통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국제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주요 20개국(G20) 국제 공조의 경우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이 문제와 함께 벌써부터 현행 국제무역의 대 원칙인 자유무역주의 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물경제의 침체와 함께 세계 주요국가가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등 벌써부터 세계경제에 보호무역주의 강화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향후 기존 WTO 체제의 붕괴를 앞당길 개연성이 매우 크다. 좀 지나친 일면이 없진 않겠지만 WTO 체제의 붕괴는 기존 세계경제질서 혹은 경제 패러다임이 붕괴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기존의 세계경제 질서 곧 패러다임이 붕괴하면 이는 곧 기존의 경제이론이 모두 무력화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기존의 경제이론을 모두 폐기해야할 시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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