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상반기 중 녹색성장 5개년 계획 수립할 것”

“녹색성장은 환경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 형성과정에서 파생되는 신기술과 산업으로 새로운 성장동력과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2일 korea.kr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의 미래전략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해 이 같이 전망하고, “당면한 경제위기는 물론,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일류 선진국가로 발돋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녹색성장을 개념학적 범주에서 벗어나 경제와 산업, 기술, 국토, 환경, 국민의식 등을 포괄하는 범국가 전략으로 채택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라며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저탄소 녹색성장은 환경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는 것으로,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토목중심 경제개발과 연계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4대강 살리기와 같은 공공투자사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규모 토목공사뿐 아니라 환경·에너지 분야와 강하게 연계돼 있어 녹색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머타임제 도입과 관련, 김 위원장은 “녹색성장 시대를 맞아 생활방식과 여가선용 방법, 근로문화 등을 선진국형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조성한 후 조속히 시행할 계획이며, 특히 노동시간 연장을 우려하는 노동계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입법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4월까지 통과시키고 상반기 중 녹색성장 국가전략과 녹색성장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녹색성장이 명실상부한 국가비전으로 현실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고효율 저공해 자동차 개발과 관련, 그린카 개발은 의무화를 통해 추진하기 보다는 시장의 수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그린카 개발은 기업들에게 맡기고 정부는 뒤에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가뭄피해 막으려면 물저장 공간 늘려야

그는 최근 가뭄피해 등을 언급하며, 부족한 수자원 관리를 위해 물저장 공간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이런 것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포함돼 있다면서 다른 강들도 한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과의 인터뷰 주요내용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전략이라고 강조하셨는데, 현재의 국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해 그 의미를 부여하신다면?

“녹색성장은 환경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 형성과정에서 파생되는 신기술과 산업으로 새로운 성장동력과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당면한 실물경제 위기는 물론,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일류 선진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도 높지만, 아직 그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선진국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의 녹색성장정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의 압축적 산업근대화, 그리고 산림녹화 성공은 우리의 저력을 말해줍니다. 프레온가스 대체물질 개발로 오존층 보호에 성공했던 세계적 경험을 우리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녹색성장’을 개념학적인 범주에서 벗어나 경제ㆍ산업ㆍ기술ㆍ국토ㆍ환경ㆍ국민의식 및 행동변화 등을 포괄하는 범국가 전략으로 채택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라는 측면에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저탄소 녹색성장, 환경훼손 최소화 중요 목표

- 환경보호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환경파괴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토목 중심 경제개발을 연상하는 듯한데, 이러한 고정관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은 환경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는 것으로서,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토목 중심 경제개발과 연계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녹색기술ㆍ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탈석유를 통한 에너지 자립국가 구현, 이를 통한 국가 위상 정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 세계를 엄습해온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4대강 살리기와 같은 공공투자사업은 필요합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규모 토목공사뿐 아니라 환경ㆍ에너지 분야와 강하게 연계돼 있어 녹색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요?

“정책추진과정에서 국민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대국민 홍보를 통해 정책의 내용이 왜곡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녹색기술ㆍ산업의 육성, 자전거 이용활성화 등 다른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들도 균형 있게 원활히 추진되도록 할 것입니다.”

- 여름철 표준시를 1시간 앞당기는 서머타임제(일광 절약시간제)를 조기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에너지절약 효과가 미미하다거나 결국 근로시간이 연장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도 있고, 서머타임제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입니까?

“서머타임은 세계 74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OECD 30개국 중 한국·일본·아이슬란드 3개국만 실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면서 미국은 서머타임 실시 기간을 7개월에서 8개월로 1개월 연장한 바 있습니다.

서머타임제, 노동계와 충분히 협의할 것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서머타임 도입으로 총전력소비량의 0.3%,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1300억 원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국민 개개인들은 낮 시간이 1시간 늘어난 만큼 여가 활동도 활발해지고, 별도의 투자 없이도 에너지소비를 줄여 무역수지 적자와 관광·레저산업 활성화에 따른 내수경기 진작이 가능합니다. 녹색성장 시대를 맞아 생활방식, 여가선용 방법, 근로문화 등을 선진국형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하는 계기로 활용 가능합니다.

서머타임이 국민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임을 감안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조성한 후 조속히 시행할 계획이며, 특히 노동시간 연장을 우려하는 노동계와 충분히 협의할 것입니다.”

-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구축’ 사업이 눈에 띕니다. 자전거 이용 확대를 통한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요?

“우리나라의 교통혼잡비용은 2006년 기준 총 24조 6000억원으로 GDP 대비 2.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자전거가 실질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교통혼잡비용과 같은 사회적 비용은 상당부분 절감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녹색금융, 녹색펀드를 조성해 유망 녹색기술과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요?

“녹색금융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기술개발 및 녹색산업 육성 등에 연계된 금융으로 탄소금융, 환경금융, 지속가능금융 등을 포괄하는 환경과 금융이 결합된 개념입니다.
녹색금융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유망한 녹색기술ㆍ산업에 민간자본의 투자확대 및 정부 재정지원으로 투자위험을 줄일 계획입니다.”

문제가 심각하면 더 나은 해법 나올 수 있어

- 토마스 프리드만 뉴욕타임즈 칼럼리스트는 우리 한국을 녹색전략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위원장님은 이러한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현재 우리는 산림녹화 성공이라든지 프레온가스 대체물질 개발 경험이라든지, 나름대로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녹색성장 관련 에너지기술 부문에서 우리가 우수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확신은 절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들은 산업사회를 넘은 사회이기 때문에 외형상 이산화탄소(CO2)를 줄이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절박한 어떤 실험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문제가 심각하면 그 해법도 좀 더 나은, 남이 배울 만한 것이 나오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 금융위기 속 유가가 하락세를 보여 녹색성장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에너지기술에 대한 민간 투자가 따르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게 녹색성장인데요. 민간의 적극적인 동참을 어떻게 끌어내실 계획이신지요?

“앞으로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과거에도 유가 급등락을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고 그에 따른 피해도 엄청 컸습니다. 세계 여러 보고서를 보더라도 화석연료 고갈은 이미 예견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예전처럼 유가가 하락했다고 해서 이러한 경고를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기존 에너지 업체들이 구조적 변환기에서 신재생에너지 쪽에 집중되는 연구개발(R&D)투자 등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민간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녹색산업 및 에너지기술 분야에 대한 민간투자 확대 및 민간투자위험 축소를 위한 민·관 공동 녹색산업펀드의 조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녹색 SOC의 민자사업 지원 확대, 신용보증기관의 신용보증 참여(국민은행과 기술보증기금의 7500억 원 보증확대 사례), 녹색산업 펀드의 공모상장 확대, 녹색기업 창업 확대, 첨단 녹색기술·기업 관련 해외 M&A 전용펀드의 조성 등을 추진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 올 6월까지 온실가스감축에 관한 구체적인 협상안을 UN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는지, 직접적인 규제대상인 업계 등과는 논의가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녹색성장기본법 제정 시 이해 당사자인 산업계 등 각계각층과 수차례에 걸쳐 논의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기후변화 협상도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온실가스 감축잠재량 분석도 산업계의 이해를 구하고, 국내산업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린카 개발은 민간자율에 맡기되 정부가 뒷받침

- 오바마 미 대통령이 고효율 저공해의 그린카 개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한 변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도 그린카 개발 의무제를 적용한다던지, 그런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뿐만 아니라 EU에서도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통한 자동차 수출제한을 가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우리나라도 그린카 연구개발에 산업계에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린카 개발은 의무화를 통해서 추진하기 보다는 시장의 수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업들은 정부보다 훨씬 이익에 민감하고 예민합니다. 그린카 개발 역시 기업들에게 맡기고, 정부는 뒤에서 뒷받침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녹색뉴딜정책 중 하나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아직도 곱지 않은 시선이 많습니다. 물 부족 국가인 현실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의미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시지요.

“4대강은 생태복원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거 하나만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준인 국가에서 부산 400만 시민이 페놀을 걱정해야 하고, 대구 시민이 다이옥신으로 인해 물 공급이 중단되는 피해를 받는 이런 사태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자원 관리를 위해 댐이 힘들면 보(堡)라도 만들어 물저장 공간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이런 것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포함돼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강을 보고 다른 강들도 수자원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착각입니다. 이제는 다른 강들도 한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 기존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국가에너지위원회,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통합한 조직으로, 그 임무가 상당히 막중하다고 여겨집니다. 향후 위원회 운영 계획과 각오를 말씀해 주시지요.

“녹색성장위원회는 정부의 녹색성장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우선 입법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4월까지 통과시키고, 상반기 중 녹색성장 국가전략과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수립할 것입니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의 중책을 맡게 되어 개인적으로 대단히 영예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이 많아서 며칠씩 잠도 못 잘 때도 있지만 내 평생 다시 이런 날이 없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심정으로 일할 생각입니다. 녹색성장이 명실상부 국가비전으로서 구체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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