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하우스 스토리] 반갑고 푸근한 손님맞이 나서

최근 청와대 앞길을 지나다 보면 통유리 창에 날개 모양의 건축디자인이 인상적인 2층 건물이 눈에 띈다. 마치 고급 카페나 갤러리 같다. 뭔가 싶었는데, 청와대를 방문하려는 일반인들이 출입증을 교부받거나 외부인이 청와대 직원 면회신청을 하는 곳이다. 국민들이 청와대를 처음 만나는 ‘청와대의 얼굴’인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곳엔 ‘청와대 민원실’이라 불리던 낡은 단층 건물인 ‘북악안내실’이 있었다. 하지만 지어진 지 40년이나 된 데다 공간마저 비좁아 그동안 면회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새 날개 모양의 연풍문. 청와대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면회신청을 하려면 길게 줄을 서야 했고, 앉을 곳도 부족해 오랫동안 서서 기다려야 했어요. 이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어 총무비서관실에서 증축을 건의했죠. 지난해 9월 중순부터 공사를 시작해 올해 2월 15일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백두원 시설관리팀장의 설명이다. 내부 공모를 통해 이름도 ‘연풍문’으로 바꿨다. 청와대 서쪽에 있는 ‘분수대 안내실’ 이름도 ‘시화문’으로 바꿨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시화연풍(時和年豊)’에서 따온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2008년 새해 사자성어’로 꼽은 글귀다. 직역하면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인데,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화합의 시대를 열고 해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뜻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북카페 휴게실 등 방문객 위한 아늑한 공간 마련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는 연풍문 2층 면회실.

연풍문은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 859㎡ 규모다. 1층에는 방문객 안내실과 휴게실, 출입 게이트, 농협 청와대지점 등이 배치돼 있다. 2층에는 북카페와 휴게실 그리고 여러 개의 접견실 겸 회의실이 있다.
‘청와대는 무겁고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휴게실은 웬만한 카페테리아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산뜻하다. 커피 등 간단한 음료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도 있다. 접견실 겸 회의실 역시 정남향에 통유리 창이어서 아늑함을 느끼게 해준다.

“예전에는 청와대 직원들이 손님이 찾아와도 접대할 공간이 없어 곤란한 적이 많았어요. 이곳이 생긴 후 손님과 편안하게 만나거나 회의를 하고 업무도 볼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합니다. 방문객들 반응도 기대 이상이에요. 대기실에서 만남의 장소로 변모한 것이죠.”(백두원 팀장)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작고 예쁜 화분도 눈에 띈다. 작은 꽃 한 송이가 이곳이 청와대라는 중압감을 떨치게 하고 편안하게 해주었다. 이 꽃들은 청와대 조경팀에서 제공한다.

연풍문의 가장 큰 특징은 청와대 경내 최초의 ‘그린 오피스(Green Office)’ 건물이라는 점이다. 청와대 김백준 총무비서관은 “연풍문 건립은 생활의 녹색화에 대한 정부 의지를 드러낸 상징적 조치”라고 말했다.
연풍문은 지하 200m의 15℃ 정도인 지열(地熱)을 이용해 냉난방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지붕과 전면 유리에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해 매일 형광등 200개를 10시간 동안 켤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비슷한 규모의 일반 건물에 비해 에너지를 20%가량 아낄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태양광으로 조명 전력을 해결했다.

여기엔 이 대통령의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임성열 행정관은 설명한다. 총 공사비 29억 원 중 5억 원 이상이 신·재생에너지 시설 공사에 투입됐다고 한다.
“증축을 결정한 후 대통령의 첫 지시가 친환경 시설로 만들라는 것이었어요. 지열시스템의 경우 공사 기간이 한 달 가량 더 걸리는 데다 에너지 절약 효과도 들쑥날쑥이라 처음엔 제외했다가 대통령께서 넣으라고 해서 추가했습니다. 그래서 담당직원이 관련 교육을 받고 연구도 해서 에너지 절약 효과를 높이는 지열시스템 공사 비법을 터득했죠.”

지열 이용한 냉난방과 태양광발전시스템 설치

청와대는 연풍문을 시작으로 다른 건물들도 친환경 건물로 바꾸는 그린 오피스화 작업을 펼칠 예정이다. 태양광발전·지열시스템, 연료전지 등도 건물마다 특성에 맞게 설치하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실내조명을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발광다이오드(LED) 제품으로 교체하고, 유리와 창호도 단열 효과가 큰 제품으로 바꾼다는 것. 이밖에도 절수형 기기 설치 및 하수 재활용, 직원 자전거 이용 확대, 전기·연료전지차 시범운행, 옥상 녹화 등도 구상 중이다.

“에너지, 물 등 자원 사용량과 폐기물 발생을 줄여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 이상 절감할 계획입니다. 또한 수궁터 인근에 에너지 자립형 건물을 만들어 연 35만 명에 달하는 내방객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녹색성장 교육 장소로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태양광 가로등도 시범 설치해 운영 중이고요.”

백두원 팀장의 설명은 끝이 없다. 그야말로 청와대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의 산실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였다.

연풍문을 관리하는 청와대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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