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국제금융시장이 현재까지도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통상 이처럼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국제 상품시장에서 금(Gold) 가격은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것이 정상적인 가격 동향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미 달러화의 강세도 지속되고 있고, 금 가격도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가 그 만큼 불안정한 기조 속에 있다는 의미다.

사실 지난 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시화 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국제금융자본 대부분이 안전자산 쪽으로 쏠리는 경향을 보였다. 이 시기 이미 세계경제가 심각한 수준의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을 우려해 그 동안 국제원자재(상품)시장에 유입되었던 국제투기자본 대부분이 발 빠르게 빠져나와 안전자산을 향해 이동했다.

사실 국제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미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 달러화는 안전자산이 아니라 언제 가치가 폭락할지 알 수 없는 위험자산이다. 그러나 국제원자재 시장에서 이 탈한 자본 중 상당액이 미 국채에 투자되면서 미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는 기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어쨌든 미 달러화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미 달러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국제상품 시장에서 금값은 오르게 된다. 사실 이후 국제상품 시장에서 금의 거래가격은 큰 폭으로 치솟았고, 이 현상은 앞서 말한 대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 같이 국제 금의 거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즉 현실의 세계경제위기가 더 확산 될 경우 세계 정치군사적 위기로 이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일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늘어나면 금의 거래 가격과 함께 달러화 가치도 동반 상승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 정치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면 안전자산은 금과 미 달러화뿐이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미 달러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 달러화가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금의 가격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달러 및 금의 가격이 상승이라는 한 방향을 같이 향하고 있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으며, 비록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발생했지만, 이미 세계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미국은 여전히 세계경제대국으로서 그 지위를 잃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세계경제의 향배를 결정할 주도국임을 세계가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앞서 말한 대로 현재의 세계경제위기가 세계 정치군사적 위기로 진화할 수도 있음을 세계가 또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향후 상당 기간 동안 계속되더라고 미 달러화에 대한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내가 2009년 한국경제를 예측하면서 서울외환시장에서의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 동향을 지속적 상승으로 예측한 것도 바로 앞서 지적한 점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 급기야 서울외환시장에서 올 년 말 환율이 1 달러에 2,000원 선까지 갈 수 있다고 예측치를 제시한 것 역시 앞서 말한 점에다가 2009년 서울 외환시장의 달러 수급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서울외환시장에 주요 달러 공급원인 우리의 수출이 2008년 3분기 이후 대외경제여건상 급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출 동향은 향후 상당 기간(내 추측으로는 2012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2009년을 포함해 앞서 지적한 기간에는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요인인 우리의 수입 역시 크게 감소하겠지만 그 증가율 둔화 경향이 수출보다는 훨씬 작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는 한 미 달러화의 가치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물론 특정 시기에는 달러가치의 변동 폭이 상당히 커질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한 특정 시기란 미국이 자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이미 ‘집행(2008년 10월 7,000억 달러의 금융구제법안)’하고 있거나 추후 집행할 경기부양법안(2009.2.13, 7870억 달러, 미 의회 의결)에 따라 달러의 공급이 일시적으로 크게 확대될 때이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과연 앞서 지적한 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하기로 한 구제금융 혹은 경기부양자금이 풀리면, 이 때 과연 미국경제가 정상화의 길을 걷겠는가의 여부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부정적이라는 사실이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다. 다시 말해서 앞서 말한 양 법안에 따라 자금을 실제 집행하더라도 미국경기가 선순환 구조에 안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 경우 미국의 FRB는 시장이 필요로 하는 만큼 무제한 달러를 공급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추후 통화의 양적완화에도 나설 것이다. 이 때에도 달러화의 가치는 여전히 상승세 속에 있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왜냐하면 이럴 경우 앞서 자주 거론한 세계의 정치군사적 대결 가능성이 점차 더 확대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시점에 이런 의견을 개진한 것은 조금 선급한 일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가정을 열어두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경험 상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미국 경제 상황이 아주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시장에 달러가 본격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채택한 양 법안(금융구제법안과 경기부양법안, 이 법안에 따라 확정된 재정투입규모는 1조 4천 870억 달러로 미국 GDP의 약 10%에 해당되는 엄청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가치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달러에 대한 수요압력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금융시장에 형성되고 있는 이 같은 달러 가격의 동향을 설명하자면 앞 절의 설명을 신뢰하지 않는 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최소한도 올 년말 까지는 달러강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서 제시한 나의 2009년 서울외환시장에서의 환율동향은 내 예측이 적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올해 연말을 넘긴 내년 초의 경우에는 새로운 경기상황으로 인해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정책 선택이 연이어 뒤따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 시기까지도 미국경제는 여전히 안정적 성장궤도에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만일 이 때까지도 미국경제가 선순환 구조에 안착되지 못하는 등 그 동안 미 정부가 집행한 구제금융 및 경기부양 금융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 경우 FRB는 마지막 수단으로 통화의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고, 이 때가 되면 달러가치 또한 하락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오판이다. 시장에서 달러 가격이 하락하려면 미국경제가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어야 하며, 이 때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 또한 걷히고, 이로 인해 세계의 정치군사적 대결 구도 또한 완화된다. 그 만큼 세계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적’ 안정이 달성되어야만 국제금융시장의 자율적 조정 기능이 비로소 작동할 수 있다. 이 때가 되어야만 비로소 미 달라 화 가치가 시장 수급 사정에 의 결정되게 되는 셈이다.

국제 금의 거래 가격 또한 향후 상당기간 달러가치의 움직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국제 상품 시장에서의 금의 거래 가격 또한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즉 미국경제가 선순환 구조에 안착할 때까지 지속된다.

이는 세계경제에서 미국경제가 차지하는 비중 즉 ‘미국의 연간 GDP(2007년 기준, 약 14조 달러)’가 ‘세계 총GDP’의 1/3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과도 연계되어 있지만 이 보다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미국경제가 불안해지면 세계의 정치군사적 안정도 또한 언제든지 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2009.2.15 일평경제연구소 소장 정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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