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받는 백광

국내 경주마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아 화제가 되었던 명마 ‘백광’(국1, 5세, 수, 20조 배대선 조교사)이 지난 8일(일) 서울경마공원으로 돌아왔다. 작년 4월 ‘좌중수부계인대염’이란 질병으로 출주정지를 받았던 ‘백광’은 국내 한 바이오기업의 도움을 받아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뒤 지금까지 제주도 산방목장에서 휴양 중이었다.

지난 11일(수) ‘백광’의 상태를 점검한 KRA 수의사는 “초음파 검사결과 발병 당시보다 상당히 호전됐다”며 “완전하게 회복되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조교를 재개할 수 있을 정도로는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백광’을 경주로에 복귀시키기로 결단을 내린 사람은 배대선 조교사다. 20조 마방의 주역인 ‘백광’의 부활을 오매불망하던 배대선 조교사는 올해 초 제주도로 내려가 휴양 중인 ‘백광’의 상태를 살폈다. 외견상 다리 상태는 양호했고 달리는 모습도 힘차고 자연스러웠다. 그는 좀 더 기다려보자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 자리에서 ‘백광’의 복귀를 결정했다. 지난 11일(수) 초음파 검사 결과 인대조직이 상당히 회복된 것으로 나오자 배 조교사는 더욱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그는 “백광의 컨디션은 매우 좋다. 앞으로 3~4개월간 적응기간을 가진 뒤 오는 5월경에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광의 경주장면

 

‘백광’은 20조 마방을 대표하는 명마로 지난 2006년 문화일보배, 동아일보배, 농림부장관배(GⅡ)를 연거푸 제패하며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2007년 가을 앞 다리 질병이 악화되어 7개월간 장기휴양에 들어갔다. 지난 4월13일(일) 뚝섬배 대상경주에 출마 등록하여 화려한 재기를 꿈꾸었으나 ‘남촌의 지존’(국1, 4세, 수, 18조 박대흥 조교사)에게 역전패를 당하고 인대염이 악화되어 출주정지를 받고 말았다.

그 이후 ‘백광’은 난치병인 인대염을 치료하기 위해 외국에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 작년 5월부터 10월까지 4회에 걸쳐 회당 5천만 개의 줄기세포 주사를 맞은 ‘백광’은 증세가 빠르게 호전되면서 재활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백광’의 재기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 때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던 20조 마방의 대표마필이자 국내 경주마 최초로 시도되었던 줄기세포 치료의 효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광’의 줄기세포 치료를 담당했던 김창식 수의사는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내의 경주마 줄기세포 치료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백광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실망감으로 바뀔 수 있다”고 장밋빛 희망을 경계했다.

하지만 ‘백광’이 복귀 후에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둔다 해도 경주마 줄기세포 치료의 전망은 여전히 밝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럽과 중동지역에서는 경주마의 줄기세포 치료가 일반적인 치료방법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최근 호주에서도 줄기세포 치료가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RA 송대영 수의사는 “줄기세포 치료는 마필의 건, 인대, 연골, 뼈 관련 질환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으며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기존 치료 방법에 비해 우월한 효과를 보였다”며 “앞으로 전망이 매우 밝은 분야임에 틀림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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